무더위와 운동, 그리고 건강

여름철 건강한 운동법
무더위와 운동, 그리고 건강

열대기후에 사는 사람들은 더위에 적응되어 있지만 우리는 사계절 기온차가 심해 더위와 추위에 순차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너무 더운 날에는 과한 운동을 하지 말고, 아침이나 저녁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을 택해서 운동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 보충과 휴식을 취해야 한다


유독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와 함께 휴가철도 시작되고 있다. 휴가로 장거리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하는 휴가와 별도로 나만의 홀로 라이딩을 계획하곤 한다. 금요일밤에 밤새 아주 멀리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토~일요일 라이딩을 하며 거슬러 올라오는 계획이다. 낭만 라이딩을 즐기고 싶은 라이더의 욕구는 끝이 없다.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복병은 바로 무더위다. 피부가 검게 그을리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는, 일명 ‘찜통더위’를 경험해보았다면 라이딩 의지마저 한풀 꺾이기 마련이다. 
혹여 무더위 때문에 도중에 쓰러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누구나 들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매년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짧아지는 겨울 때문에 자전거 타기는 좋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 반면 극심한 무더위로 매년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기사를 보면 무더위 속 운동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온과 운동에 대한 상관관계는 많은 학자들이 연구대상으로 삼는 주제다. 그만큼 운동생리학적으로 기량과 체력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응과 정신력으로 이를 커버할 수 있겠으나 우리 몸의 사전징후, 즉 조짐을 통해 더 극한 위험에서 벗어나야할 시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제시하는 무더위에서의 활동 중 아래와 같은 징후가 느껴진다면 즉시 운동(활동)을 멈추고 더위를 피해 몸을 식혀야 하며 의학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한다.

・  체온이 39도 이상 넘어갈 때
・ 땀 흘림 없이 피부가 붉어지거나, 덥게 느껴지거나 피부가 건조해질 때
・ 급속히 오르는 맥박
・ 욱신거리는 두통
・ 어지러움
・  구역질
・  착란현상

한국코칭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논문(‘더위에서 운동, 일산화탄소호흡 그리고 대사반응’, 이대택, 2004)에서도 무더위에서의 운동은 일산화탄소호흡을 증가시켜 산소운반이 저해되어 저산소증에 시달리게 되고, 체수분이 감소하며, 대사에 필요한 산소공급과 에너지사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의 몸은 항상성(항상 같은 조건과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유지를 위한 체내와 체외의 상태를 조율하는데, 지나친 기온변화는 이 항상성의 한계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나친 무더위에서는 운동을 삼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뜻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연기된 일본 도쿄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지나치게 더운 일본의 여름 날씨로 인해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걱정하는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은 선수들의 건강에 적신호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이 제시한 여름철 운동수칙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에서 제공하는 여름철 건강을 위한 운동수칙 5가지를 소개한다.

・  운동강도를 평소보다 낮추어 1시간 이내로 하고, 자주 휴식하기
・  아침이나 저녁 등 직사광선이 없을 때 운동하기
・  운동 시 갈증이 없더라도 지속적으로 충분하게 수분 섭취하기
・  낮에 꼭 운동을 해야 한다면 직사광선을 막아줄 모자를 쓰고 자외선차단제 바르기
・  열발산이 잘되는 기능성 운동복이나 헐렁한 의상 착용하기

일사병과 열사병 
여기서 우리가 알고 가야할 건강 상식을 살펴보겠다. 흔히들 혼동하는 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앞서 이야기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제시한 것과 관련된다. 여름철 야외활동은 그만큼 많은 위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일사병
땀을 많이 흘리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두통과 구토, 어지럼증이 나타남

열사병
일사병에서 더 키워지는 병으로, 몸이 느끼는 감각과 운동기능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가 그 기능을 상실하면서 생긴다. 조절이 안 되니 땀이 나지 않고, 땀이 나지 않아 체온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땀이 나지 않아 피부는 건조해지고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상온의 음료가 무리 없어
필자도 여름이면 장거리 라이딩을 계획할 때가 많은데 3년 전 8월초에 서울-부산 라이딩을 해본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에서도 극심한 더위로 인해 그늘만 나타나면 쉬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달리는 동안은 그럭저럭 바람을 맞을 수 있지만 펑크가 나 그늘도 없는 곳에서 멈춰 수리할 때는 정말 지옥이 따로 없다고 느껴졌다.
시원한 식음료도 어느 정도는 몸이 받아주지만 계속 마시는 찬 음료는 위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체온보다 낮은 정도의 상온 음료가 훨씬 속에 편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 온도는 20~25도 정도로 기억된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에 다는 물통은 상온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보냉기능(인슐레이션)이 있는 물통은 용량은 작은 반면 1~2시간 정도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물을 구하기 힘든 산악코스를 라이딩한다면 배낭에 물통이 들어가 수시로 물을 마실 수 있는 물통보관형 배낭을 메고 라이딩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포츠음료와 커피, 탄산음료 주의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스포츠음료도 순간적인 갈증해소와 빠져나간 전해질을 채워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음용은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물과 번갈아가며 마시는 것이 좋다. 여기서 역효과란 필요이상의 음용으로 단당(설탕), 나트륨(소금) 과다로 인한 부작용을 말한다. 스포츠음료업체들이 마치 건강음료인 것처럼 광고하는 행태 때문에 많이 마시면 건강해질 거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
커피와 탄산음료, 고카페인 음료도 삼가야 한다. 카페인은 순간적인 기력회복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음용은 수분의 급속한 탈수를 일으켜 갈증을 더욱 유발하게 만든다. 한때 콜라의 탄산(김)을 빼고 마신다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보편적인 효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탄산은 운동 중에 마실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하므로 탄산과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결국 물이 가장 순수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공급원이다. 땀으로 빠져나간 나트륨은 식사 중에 충분히 공급가능하다. 짜게 먹는 한국인의 식사습관으로 본다면 나트륨의 별도 과다 섭취는 위험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적당할 때 안전하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수분섭취가 많은 여름 라이딩을 위해 안장 뒤에 추가로 장착하는 물통케이지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늘이 많은 코스 선택   
그늘이 많은 코스를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산악코스는 나무나 산그림자에 의한 그늘이 있어 일반 공도보다는 상대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양평, 양수리 방면의 자전거도로는 옛 철길 구간이어서 터널이 많다. 이곳을 통과할 때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매우 시원하다.

 

 

검게 그을린 피부는 건강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과하면 화상으로 인한 피부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 선크림을 휴대하여 수시로(쉬는 동안) 발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헬멧만 써서는 차광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얇은 원단으로 된 조각모나 두건을 착용하면 여러모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헬멧에 난 통기구 사이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효과와, 두피에서 나는 땀을 원단이 먼저 흡수해 표면적이 넓게 전파되어 땀을 빠르게 식혀준다. 이 과정에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냉각효과가 있다. 특히 두건은 목 뒤쪽을 덮어줘 직사광선이 목에 직접 닿지 않게 해 피부를 보호하고 두피에서 나는 땀이 흘러 목을 적셔주는 냉각효과를 볼 수 있다.

고글의 자외선 차단기능은 영구적이지 않다  
반팔이나 반바지보다는 긴팔 긴바지 또는 팔토시, 얇은 원단의 팔·다리 토시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직접 피부에 자외선이 닿지 않기만 해도 여러모로 이익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버프’ 제품이 출시되어 얼굴 전면을 가려주는 것은 물론 액세서리 패션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글은 자외선 차단기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고글의 자외선차단기능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래된 제품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글은 별도의 파우치에 담아 라이딩 할 때 외에는 자외선이 닿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다.

 

폭염에서의 바람직한 라이딩 계획 
폭염주의보가 있는 날 라이딩을 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이 라이딩 계획을 잡아보자.

・ 최대한 아침 일찍 시작해 정오 전에는 라이딩을 끝낸다.
・ 1시간 주행 후 그늘에서 10분 이상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을 한다.
・  코스 설계 시 보급이 용이한 코스로 정한다.
・ 추가 물통, 보냉물통, 물을 담을 수 있는 배낭을 준비한다.
・  혼자보다는 단체 주행을 한다.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하는 선수급이라면 낮시간의 운동은 삼가야 한다. 훈련강도와 양을 유지해야 하지만 한낮의 높은 기온은 훈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스포츠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새벽 일찍, 또는 해질 무렵 기온이 한풀 꺾일 때 하루 2회로 나누어 하는 것을 권장한다. 기록갱신의 훈련이 아닌 유지 수준의 강도여야 하며 면역력이 취약할 할 수 있으니 다른 때보다 건강과 개인위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훈련 후 찬 음료를 한꺼번에 몰아 마셔서는 안 된다. 훈련 중간 중간 너무 차지 않은 음료를 수시로 보충한다.
물론 선수들은 더위에도 순응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갑작스런 기온 변화에 신체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이상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날의 운동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외선 노출과 운동 시간의 비중을 차츰 늘려가면서 적응하는 것이다. 이미 운동선수들은 경험적으로 이 과정을 체득하고 있다. 쉽게 말해 무더운 날 갑자기 많은 운동을 몰아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가민의 트레이닝 정보에 ‘열적응’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더워지는 여름철 열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인데 단계적인 적응이 되도록 안내하고 있다.
연중 더운 열대기후에 사는 사람들은 더위에 적응된 신체로 활동하지만 우리처럼 사계절 기온차가 심할 경우 더위와 추위에 순차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너무 더운 날 과한 운동을 하지 말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간에 집중해서 운동해야 하며, 충분한 수분 보충과 휴식을 취한다. 이 모든 것은 열에 순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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