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평화누리길과 황금물결 잔잔한 들녘길

▶ 이윤기의 탐사투어 김포반도 일주
김포 평화누리길과 황금물결 잔잔한 들녘길

서울 지척에 있지만 한가로운 전원풍경과 최신 신도시, 최전방 철책선의 긴장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 김포다. 한강이 실어온 토사가 쌓여 곡창지대 김포평야를 빚어냈고, 한강하류와 염하강에 둘러싸여 반도를 이룬다. 걷기코스인 평화누리길을 따라 달리는 한강과 염하강 변의 철책선 길은 특별한 경험이다 
 

김포반도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철책선 길

 

 

‘김포’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김포공항, 애기봉전망대, 평화누리길, 군사도시, 해병대, 문수산성, 덕포진, 김포한강신도시, 김포쌀, 강화도로 가는 관문, 주말이면 엄청 교통체증이 심한 곳 등등이 연상된다.
아마도 김포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서울과 인접해 있어 존재감이 떨어지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김포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 있는 김포는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다. 동료들과 또는 혼자서 감성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 바로 김포다. 

김포는 라이딩하기 좋은 코스가 의외로 많다. 청명한 가을하늘 해안 철책길을 돌아볼 수 있는 평화누리길이 있고, 도시와 농촌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의 고층건물과 들녘에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황금물결’이 공존하는 마치 요지경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말 신미양요와 병인양요 때 서구열강과 각축전을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 있고 6·25 때는 요충지를 차기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안보의 땅으로도 여행의 의미가 크다. 

김포에코센터
김포는 코스가 다양해서 어디서 출발하든 상관이 없다. 김포해안을 넓게 도는 평화누리길을 달릴 것인지, 아니면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수로길과 들녘길을 달릴 것인지 먼저 계획부터 잡고 라이딩을 하는 것이 좋겠다.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면 청라국제도시역. 검암역, 계양역에서 출발해도 좋고 아라김포갑문에서 출발해도 좋다. 여기서는 아라김포갑문 인증센터를 기점으로 김포반도를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아라김포갑문 인증센터에서 출발해 갑문 위 전호교를 건너 우측의 토끼굴을 통과해 78번 지방도를 달리면 한강하류로 향하는 강변길이다. 우측으로 강변 철책이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져 김포시 전체 한강변과 해안을 에워싸고 있다. 바로 분단의 비극이 낳은 안보 현장에 들어선 것이다. 

어딘가 긴장감이 감돌지만, 쭉 뻗은 철책길은 포장이 잘되어 있어 상쾌하게 달리기엔 그만이다. 철책 너머 한강은 유유히 흐르고, 이름 모를 철새들은 무리를 지어 먹이사냥을 하거나 아름다운 비행을 한다. 강 건너 저 멀리 일산신도시와 심학산이 아련히 보이는 평화로운 이 땅에는 깊은 적막감이 감돈다. 

아라김포갑문에서 철책길을 따라 12.8km 가면 김포에코센터에 이른다. 김포한강신도시 운양동 일대 한강변에 위치한 에코센터는 조류생태공원이 함께 조성되어 있다. 새의 둥지를 형상화한 에코센터는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철새조망 전망대와 공연장, 생태체험장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어린 자녀들과 가족나들이로 최적이다. 주차비, 입장료, 자전거 대여비, 체험비가 모두 무료여서 부담이 전혀 없다.

김포에코센터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자연생태공원의 가치를 한층 더 높여주고 있고, 조망대, 전시실, 체험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조류생태공원을 포함한 한강하구 일원의 조망은 물론 생태공원과 수변공간을 연계한 생태체험이 가능해 수도권을 대표하는 명소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포한강신도시
김포에코센터와 조류생태공원을 한바퀴 둘러보고 감암포에서 나진포천을 거슬러 3.9km 가면 감성교를 만나게 된다. 우측 수로길을 따라 가면 장기동 김포한강신도시로 이국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고층건물과 운하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수변길이다.  
김포한강신도시는 풍무지구, 운양지구, 장기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330만평의 부지에 15만명의 인구를 수용하는 대규모 신도시로 주택 5만6천여 세대가 들어서며 거의 완공 단계에 있다. 장기동 소재의 한강중앙공원은 장기지구와 운양지구 경계에 있는데,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옮겨왔다는 유럽형 수변길이 인상적이다. 수변길에 늘어선 상업시설과 그 뒤로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모습은 마치 신세계를 보는 듯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독특한 수로도시인 이곳은 맑고 깨끗한 수변길에 다양한 조형물과 야외 테라스, 수로를 건너는 아름다운 다리들이 이국적이다. 수로 한편에는 라베니체 상가가 있으며, 주말에 행사를 하는 듯 많은 인파들로 붐비고, 맛집 등 즐길거리가 많아 눈이 호사를 누린다. 다만 아쉬운 건 이탈리아 베네치아나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루 운하마을처럼 생계용이든 관광용이든 배가 다니지 않는 점이다. 아기자기한 배들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분주하게 태우고 실어 나르는 모습이라면 아마도 특화된 명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장기동 김포한강신도시 주변은 아직도 개발중으로 그동안 다소 한적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지만, 최근에 서서히 김포에코센터와 한강 야생조류생태공원과 함께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라이더들이 제법 찾는 명소가 되어가는 중이다.
 

김포한강신도시 운양동 일대 한강변에 조성된 생태공원. 풍차가 운치를 더해준다

 

염하를 따라 대명항 가는 길. 인가가 드물어 내내 한적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닮은 장기동의 운하거리(라베니체)

 

물길이 넉넉한 장기동 한강중앙공원

 

 

정감어린 황금빛 들녘길
장기동 김포한강신도시 수변길을 따라 북서쪽으로 달리면 많은 실개천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양촌읍과 대곶면, 통진읍, 하성면 일대로 대규모 농경지가 펼쳐진 곡창지대를 이룬다.
누산대수문을 통해 한강 하류로 흘러 들어가는 봉성포천을 본류로 해서 거물대천, 가마지천, 서암천, 수참천, 하동천, 석모천 등의 여러 지류를 만나게 된다. 

김포반도는 오랫동안 침식을 받아 낮아진 준평원과 한강 중상류 및 한강 지류에서 운반된 토사가 쌓여 발달한 충적지가 곳곳에 있는 평야다. 전 토지의 10%가 하천일 정도로 크고 작은 하천이 많다.
한강에 의한 토사의 운반·퇴적으로 이루어진 평야는 영등포에서 김포에 이르는 넓은 지역으로, 농경에 적합한 김포평야를 이룬다. 한국 최초의 벼재배지이자 농경문화의 근원지로 이곳에서 출토된 농경유물과 탄화미 등으로도 이미 5000년 전부터 양질의 쌀을 생산했음을 알 수 있다. 통진면 가현리에서는 5000년 전에 탄화(炭化)된 쌀이 발견됨으로써 김포평야에서 오래 전부터 벼가 재배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한강 하류의 서안에 펼쳐진 김포평야는 토양이 비옥해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곡창지대로 예로부터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기후와 풍토가 개성과 비슷해서 인삼재배가 성한 곳이기도 하다. 인삼과 더불어 김포쌀은 질이 좋아 예로부터 통진미(通津米)로 알려져 임금님의 수랏상에 올랐던 진상미였다.
맑게 갠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김포평야의 드넓은 황금빛 들녘을 달린다. 여러 갈레의 수로길과 농로길을 거치고, 전원 풍경과 구릉성 산지가 빚어내는 경관이 푸근하다.  

 

도시와 공장, 전원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찾아가고 있는 김포평야

 

대명항으로 이어지는 염하 변의 철책선

 

 

평화누리길
한강 하류와 만나는 봉성포천 끝머리에서 누산대수문을 건너 한강을 따라 난 제방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하성면 전류리포구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600m 정도 지난 오른쪽이 전류리포구다. 20여 척의 어선들이 내수면어업을 하는 전류리 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한강의 최북단 어장이다. 

포구는 군사분계선과 인접해 있어 고기잡이에는 제약이 있다. 어민도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마다 군에 출항신고를 해야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포구 주변의 철책을 한강쪽으로 옮겨 관광객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아마도 2010년 개설된 평화누리길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평화누리길은 대체로 철책선을 따라가는 걷기 코스로 자전거 출입도 비교적 자유롭다. 과거에 감히 꿈도 꾸지 못할 현상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금단의 땅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김포시 서쪽의 대명항에서 시작해 시계방향 해안을 따라 이곳 김포시 동단의 전류리포구까지 김포 평화누리길이 조성되어 있다. 평화누리길은 모두 3개의 코스로 구성되는데, 전류리포구가 3코스의 종착지로 나는 역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이다.
전류리포구에서 북쪽 해안길을 따라 달리면 석탄배수펌프장과 후평리 철새도래지를 지나 최북단에 다다르면 북한 땅이 잘 조망되는 시암리 초소에 이르게 된다. 아라김포한강갑문을 출발해 김포시 최북단 시암리까지 오면서 DMZ 철책선에 있는 각 초소에는 초병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각 초소에는 무인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초병 대신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다. 

시암리초소 입구에 당도하면 군부대와 초소가 있어 잠시 갈등을 하게 된다. 임도가 있지만 문도 없고 경계를 서는 초병조차 없으니 일단 들어가 본다. 이곳은 오두산 통일전망대처럼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북한의 개풍군 조안리와 검한리 일대가 잘 조망되는 군사적 요충지다. 동쪽의 오두산 통일전망대보다도 북한과 더 가까워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미 평화누리길을 벗어나 김포시 최북단 군사분계선을 아무 제지 없이 달리고 있다. 해안 철책길을 따라 마근포리로 향한다. 지척에 애기봉전망대가 바라보인다. 현재 애기봉전망대는 평화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기존의 노후된 전망대를 철거하고, 전망대와 평화생태전시관을 새로 신축하고자 2018년 12월까지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얘기만 들었을 뿐, 평화누리길 코스를 벗어나 최북단 해안 철책길을 달리고 있는 나는 어느덧 애기봉전망대를 오르고 있었다.

서부전선 최전방인 하성면 가금리에 있는 쑥갓머리산(155m) 애기봉은 북한 땅과 가장 가깝다. ‘애기봉’이란 이름은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기생 애기의 한(恨)이 서려있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애기의 한과 분단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한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해마다 조상들에게 제를 올리고 통일을 기원는 장소이기도 하다. 

애기봉에서 하산해 조강저수지를 경유하여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진입하면 용강리 가는 길이다. 이곳은 군인이 차량과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신분증을 확인하면 통과할 수 있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농촌의 풍경이 아름다워 이곳이 과연 민간인통제구역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평온하기만 하다. 

김포시 최북단 보구곶리에서 강화도를 바라보며 남쪽으로 내려오면 문수산성 남문으로 평화누리길 2코스가 끝난다. 1코스는 문수산성 남문에서 강화대교를 지나 계속 남쪽으로 대명항까지 이어져 있다. 포대리 해안 철책길을 따라 내려오면 김포CC로 이어지고 원머루나루까지 연결된다. 

쇄암리에 접어들면 복잡한 산길을 굽이굽이 돌고 도로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사전에 지도를 자세히 검색해 길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도로를 따라 석정초등학교 부근에서 농경지 수로길을 따라 덕포마을로 진입하면 덕포진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김포반도 최북단의 시암리초소 근처에서 바라본 북녘땅.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다

 

 

강화도와의 사이에 있는 염하강 따라 남하 
김포는 개화기 서구열강과의 마찰, 6·25 등 파란만장한 역사의 기억이 담겨 있는 곳이다. 대곶면의 덕포진은 서울로 통하는 바닷길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은 조선말 미국이 조선을 개항시키려고 무력 침략한 신미양요와 프랑스 함대가 쳐들어 온 병인양요 등 서구 열강과 싸웠던 격전지로 잘 알려져 있다. 

덕포진은 강화도 광성보와 덕진진 사이를 향해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다. 손돌 묘에서 파수청터로 가는 길에 강화해협과 탁 트인 가로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적 제292호로 지정된 덕포진 전시관에서는 중포와 소포의 실물을 볼 수 있으며, 포대 전시상황과 포대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다. 

덕포진에서 해안철책길을 따라 1.3km 내려오면 평화누리길이 시작되는 대명항으로 함상공원도 함께 있다. 김포함상공원은 1962년부터 바다를 지켜오다 2006년 12월에 퇴역한 운봉함을 활용해 조성한 공원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함상체험 등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명항은 60여척의 어선들이 연안어업을 하고, 아낙들이 어판장에서 직접 해산물을 판매하는 김포 유일의 지방어항이다. 늦가을이면 그물 가득 채운 추젓의 짠내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부를 것이다. 대명항에서 어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곧바로 직판장으로 옮겨 판매하며 봄이면 알이 가득한 삼식이와 주꾸미, 밴댕이, 여름이면 농어와 광어, 가을이면 살이 꽉 찬 꽃게를 만나볼 수 있다. 수산물 직판장 옆에는 젓갈류, 건어물, 냉동 수산물 등을 파는 젓갈·건어물 부설시장도 있다. 

 

반도 최북단의 철책선 길에서 셀카 한방

 

애기봉 전망대는 재건축으로 2018년 말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대명항에서 가까운 덕포진의 염하 변에서. 건너편은 강화도 덕진진이다

 

 

해맑은 가을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아다니는데 고즈넉한 바닷가를 달려 보기도 하고, 북적이는 어시장에 들러 해산물을 구경하며 먹거리를 사들고 부둣가 벤치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다.

김포 평화누리길은 ‘강변 라이딩’이라 부를 정도로 강ㆍ산ㆍ철책이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다. 아라한강갑문에서 철책을 끼고 출발해서 다소 긴장하게 되지만 대명항에 이르면 평온을 찾게 되고, 염하강 건너 강화도를 바라보며 철책을 따라 달리는 길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김포에코센터 : www.gpe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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