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원인모를 소리가 난다면?

자전거에서 원인모를 소리가 난다면?
절대 쉽지도 않고 간단하지도 않은 자전거 소음진단법

 

자전거 정비에서 소음잡기는 어지간히 성가신 일이 아니다. 소음의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같은 소음을 낸다 하더라도 원인은 제각각인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자전거에서 소음이 나기 시작한다면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음의 원인을 명확히 찾게 되면 정비는 의외로 간단하다  

글·사진 최웅섭 팀장  감수 김우람 여우의 다락방 대표
mechanicfox@naver.com

 

 

“딱'딱” “드르륵” “팅팅”…. 대체 이 성가신 소음들을 어떤 의성어로 표현해야 할까. 같은 소음을 누군가는 딱딱 이라고 하고 누구는 틱틱 이라고 표현한다. 의성어로는 다 나타낼 수 없는 이 소음.
페달링을 할 때마다, 핸들바를 돌릴 때 마다, 댄싱을 할 때마다 어디선가 나는 이 소음이 정말이지 너무 신경이 쓰여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래서 자전거를 붙잡고 소음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 보지만, 아직도 소음은 그대로다. 아니, 최초의 그 소음 말고 다른 것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맙소사.

 

 

정비가 제대로 되어있는가 확인부터
자전거는 아주 세세하게 본다면 수백가지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그 수백가지 부품들 중 단 하나의 볼트라도 그리스가 도포되지 않은 상태로 장착되었다면 그곳이 소음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공산이 크다.
기본적으로 올바른 정비가 되어있다는 전제하에서 자전거 소음은 없어야 정상이다. 정비가 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 부품의 ‘마모’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정비가 잘 되었다는 말인즉, ‘마모’ 등의 문제 역시 사전에 발견해 소음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소비자와 미캐닉의 시선차이
많은 미캐닉들이 이야기하는 최대 난이도의 정비가 바로 이 소음문제다. 사실 소음문제는 원인만 알아내면 정비법은 간단하다.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바로 진단에 있다. 가령 자전거를 탈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날 때 원인은 아주 다양한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소음문제로 미캐닉을 찾아가서는 이렇게 말한다.
“BB에서 딱딱 소리가 나는데 한번 봐주세요.”
미캐닉 입장에서는 아주 복장 터지는 주문이라고 한다. 대부분 이렇게 샵을 찾아온 자전거들 중 십중팔구는 BB가 아닌 다른 곳에서 원인을 찾게 되기 때문.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손님들은 페달링 할 때마다 소음이 나면 BB를 지목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그렇게 BB라고 맹신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이 문제를 ‘소음’ 문제가 아닌 ‘BB’의 문제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게 주문받은 미캐닉은 손님의 요청대로 당연히 BB만을 정비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이게 다 BB30이 시작한 일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소음이 날 때 섣불리 특정 부위의 문제로 단정 짓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미캐닉을 찾아가 “소음이 난다”고 이야기하자. 사람의 몸이 그러하듯, 증상만으로 원인을 알아내는 건 여러분의 몫이 아니다.

 

 

그래도 내가 진단하고 싶다!
그렇다. 여러분의 몫이 아니긴 하지만 그러면 이 기사를 쓸 이유가 없다. 소음이 나는데 어디에서 나는지는 도저히 모르겠고, 알고는 싶고, 내가 해결할 수 있으면 손수 고쳐보고도 싶고. 다 그런 것 아니겠나. 그래서 여기서는 자전거에서 소음이 날 때 알아야할 사항들과 그 진단법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자전거의 각 부품들은 어떤 상황에서 소음을 내는지 보자.
표는 자전거의 각 부품별로 소음이 나는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이렇게 표를 보고 나면 이제 소음은 얼추 잡겠다 싶지만, 천만의 말씀. 저렇게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실제로 나는 소리는 몇 가지 되지도 않고, 그 소리만으로 특정부위를 지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요한 곳에서 소리를 듣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자신의 자전거에 소음이 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은 무슨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이럴 때 추천하는 방법은 지하주차장에서 듣는 것이다. 거기다 벽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고요한 지하주차장은 소리를 잘 들리게 해줄뿐더러 벽을 옆에 두고 달리면 소리가 반사되어 어떤 소리가 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렇게 일단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하자.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다음의 표를 보도록 하자. 의성어를 표현하는 데는 개인차가 있지만 저 단어들을 실제로 입으로 발음해보고 자전거에서 나는 소음을 유심히 들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당부위의 문제라고 꼭 아래의 표와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율이 높은 것을 표로 표현한 것이니 유념해서 확인해보자.

 

소음별 의심할 수 있는 부위(괄호안은 날 수 있는 또 다른 소리)

 

  
표를 보면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첫 번째 소리인 ‘딱’ 소리다. 사실 1번 ‘딱’소리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과 같은 소리가 난다면 진단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1번의 ‘딱’ 소리는 문제가 다르다. 많은 라이더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샵을 들락날락하면서 잡혔다 싶으면 또 나고, 어딘지 당최 감을 잡기도 어려운 것이 바로 이 ‘딱’ 소리다.
많은 미캐닉들 역시 소음정비, 그중에서도 이 ‘딱’ 소리를 가장 곤란해 하기도 하는데,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손님들이 특정부위를 지목하고 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미캐닉들은 경험상 해당부위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전체적인 점검을 통해 진단을 해야한다고 손님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해당부위만을 점검하고 끝내버리면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다수. 그렇게 정비를 마치고 뒷말이 나오는 건 오롯이 미캐닉의 몫이다(어쩌라고!).
그런데 여기서 미캐닉들이 권장하는 ‘전체적인 점검’이란 무엇일까?

 


하나하나, 원인이 될 만한 요소들을 제거해나가는 ‘소거법’
사실 이 기사를 쓰게 만든 원인인 ‘딱’ 소리는 자전거의 전체에서 날 수 있는 소리다. 소리는 한가지인데 원인은 다양하고, 게다가 소리가 나는 위치도 앞인지 뒤인지 위인지 아래인지 분간이 어렵다. 자전거의 소음은 대부분 프레임을 타고 오기 때문.
그 때문에 미캐닉들은 이런 소음이 날 때 가장 간단한 부위의 소음유발 요소부터 제거해 나가는 ‘소거법’을 택한다. 그러면 저 지긋지긋한 ‘딱’ 소리가 날 때 어떤 점검부터 해야 할까.

 

 

1. 레버

진단이 가장 쉬운 편인 레버에서 나는 딱 소리는 주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았을 때 나는 소리다. 이는 브레이크 케이블 헤드가 당겨지면서 강한 장력이 생겨 케이블 헤드와 잡아주는 홀더의 턱이 어긋나면서 발생하는 소리다.

 

 

 

2. QR 레버

QR 레버의 결착이 완벽하지 않은 경우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진단과 해결법은 가장 간단하다. QR 레버를 분리했다가 제자리에 안착시키고 전보다 좀 더 강한 힘을 주어 장착해 본다. 체결부위와 QR 레버가 접히는 부위에 그리스를 도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경량 QR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일반 QR을 사용해보자.

 

 

 

3. 케이블

조향부에서 프레임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을 살펴본다. 핸들을 틀 때마다 케이블 케이싱이 서로 튕겨지면서 딱딱 하는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핸들이 틀어질 때 케이싱이 프레임으로 삽입되는 부위가 너무 헐거우면 마찬가지로 소음이 발생한다. ‘딱’ 하는 단발성 소리 외에도 ‘까가각’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자전거를 세운 후 핸들을 좌우로 틀어 보며 케이블이 서로 맞닿는지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전거를 세워서 하는 이유는 헤드세트의 소음과 구분하기 위해서다.

 

핸들바가 움직이면서 케이블이 서로 교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과 같이 케이블타이로 고정해두면 소음을 방지할 수 있다

 

 

4. 휠세트 밸브홀

타이어나 튜브의 타입에 따라서 밸브에 나사산이 생겨서 밸브 홀에 고정하는 고정 너트를 장착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스레드리스 밸브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밸브가 림의 밸브홀과 충돌하면서 소리가 난다. 간단히 손으로 흔들어 보는 것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스레드리스 밸브. 흔들어보는 것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고정너트가 장착된 일반적인 밸브

 

 

5. 시트포스트

시트포스트가 프레임과 체결되는 부위에 이물질이 유입되거나, 장착이 잘못 되었거나 하는 이유로 시트포스트에서 소리가 난다. 이런 경우 안장에 하중을 주고 라이딩을 했을 때와 일어서서 주행했을 때 언제 소리가 나는지를 판단해보면 된다(안장에 앉았을 때만 소리가 날 것이다).

 

 

 

6. 안장

안장의 경우 시트포스트와 유사하다. 안장의 앞뒤좌우로 잡아 비틀어 보고, 마찬가지로 안장에 하중을 둔 상태와 아닌 상태로 라이딩 해본다.

 

 

 

7. 스포크

마지막 스포크다. 휠의 스포크는 생각보다 높은 힘으로 허브와 림을 잡아당기고 있다. 림의 구성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대다수의 리어휠은 스포크가 서로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 이 부분의 스포크의 장력이 떨어졌을 때는 주행시 해당 부위가 지면을 향하게 되면 스포크가 순간 휘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오면서 금속이 울리는 듯한 ‘팅’ 소리, ‘끼리릭’, 아주 드물게 ‘딱’ 하는 소리를 낸다. 이런 경우는 주행시 규칙적으로 소음이 나지만 페달을 세게 밟는 정도에 따라서 스포크가 강하게 당겨지면서 밟는 타이밍에 맞춰 소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 스포크 소음은 ‘팅’하고 울리는 타입의 소리가 나는 편이다.

 

 

 

8. 헤드세트

헤드세트는 헤드튜브에 삽입되어 포크와 프레임을 체결해주는 한편, 원활한 조향을 가능하게 해주는 부위다. 기본적으로 헤드세트 하면 유격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지만 이밖에도 소음을 야기하는 여러 문제가 있다. 헤드세트는 조향을 하기 위해 헤드튜브의 위 아래로 삽입되는데 최근에는 삽입된 베어링 사이에도 콘, 컵 등의 다양한 부품들이 들어 있다. 이는 그로인해 발생하는 소음도 있다는 소리.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탑튜브에 앉아 프레임 전체적으로 하중을 준 상태에서 조향을 해본다. 그러면 프레임의 헤드튜브 하단 베어링 장착부의 소음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상단 베어링의 소음을 진단하려면 강한 댄싱을 해보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경우 하단 베어링과 상단 베어링 쪽에 모두 부하가 걸리지만 몸무게가 앞으로 실리면서 상단베어링에 부하가 더욱 걸리기 때문에 소음 여부를 확인하기에 용이하다. 이런식으로 상단과 하단을 구분해서 소음을 진단하는 이유는 최근 위 아래 각각 다른 베어링 규격을 사용하는 테이퍼트 헤드튜브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또 헤드세트의 유격으로 인한 소음 역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탑튜브에 앉아 프레임에 전체적으로 하중을 준 상태에서 앞 브레이크를 잡고 자전거를 앞 뒤로 움직여 본다. 그러면 프레임의 헤드튜브에서 발생하는 유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헤드세트는 딱 하는 소리 외에 찌그덕거리는 소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9. 페달

사실 제대로 장착만 된다면 페달에서 소음이 날 일은 거의 없다. 진단 방법은 지금부터 나올 체인링 볼트 소음, BB의 소음과 대부분 같고 소리가 나는 증상 또한 거의 같아서 이 세부위 만큼은 더욱 철저하게 소거법을 실행하도록 한다.
일단 자전거를 타면서 토크주행을 해본다. 토크 주행시 크랭크암이 일정한 구간에 위치했을 때 규칙적으로 소음이 난다면 페달과 체인링볼트, BB로 진단해본다. 이외에 자전거 옆에 서서 페달을 6시 방향에 위치시킨 후 브레이크를 잡은 채 한발로 체중을 실어 페달을 꾹꾹 눌러보는 방법이 있다. 사실 이 방법은 이렇게 원래 자전거 출고시 BB셸의 강성 테스트로 많이 쓰이는데 이렇게 진단할 수 있는 소음은 드문 편이다.
그 외에 ‘뽀드득 뽀드득’ 하는 소리가 난다면 클릿과 페달의 체결부가 오염되어서 나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클릿슈즈가 아닌 일반 운동화로 페달을 밟고 주행을 해보면 체결부의 오염 문제로 인한 소음의 원인을 알 수 있다.

 

 

10. 체인링 볼트

체인링 볼트는 그렇게 잦은 빈도로 소음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웬만한 크랭크의 체인링 볼트는 출고시 록타이트와 같은 고정제로 쉽게 풀리지 않도록 처리되어있기 때문. 그래서 체인링을 교체한 이력이 없다면 소음이 발생할 확률은 높지 않다. 진단은 페달과 동일하게 해본다.

 

 

11. BB

최근 BB 소음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몇 년 전부터 제조사에서 너도나도 각자의 규격으로 프레스핏 타입의 프레임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일이다. 기존 스레드방식의 BB에서는 이렇게 자주 소음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BB는 사실상 진단하기도 쉽지 않다. 베어링의 마모, 파손, BB셸의 공차로 인한 유격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열한 모든 부위의 진단을 마치고 조치를 취했는데도 불구하고 소음이 여전하다면, 그때는 BB를 교체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프레스핏 BB는 한번 탈거하면 재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마찬가지로 진단은 페달과 동일하게 해본다.

 

 

 

문제의 BB30
기존 프레시핏 BB보다 소음에 있어서 안정적이라는 BB86
프레스핏 BB사용으로 BB셸과 BB에 공차가 생겨 유격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록타이트 609와 같은 고정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음문제… 로드바이크의 영원한 숙적
여기까지 라이더들을 골탕먹이는 소음 진단법을 알아보았다. 그동안 소음정비에 대한 많은 글을 접했겠지만, 어떤 소음이 어떤 부위에서 나는지 잘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기자의 경험이기도 해서, 수년간 자전거를 타며 특정부위는 특정한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독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이 특집을 기획했다.
그러나 소음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사에 소개한 내용과는 다른 해괴망측한 소리가 날 수도 있고, 너무 흔해 자주 들었던 소음이 전혀 뒤통수를 때리는 부위에서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딱’ 하는 소음이 날 때는 위의 소거법을 실행해 보면 대부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두에 이야기 했듯이 진단이 확실하다면 정비는 오히려 간단하다. 그런 이유로 본 기사에서는 정비법에 대한 설명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기사에서는 글로 설명해야 하는 탓에 의성어로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의성어가 독자들의 자전거 소음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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