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사용만이 장비 수명 연장과 안전의 첩경

MSR 리액터

한국이 전세계 판매 1위
기본에 충실한 사용만이 장비 수명 연장과 안전의 첩경

 

2007년 출시된 리액터는 MSR의 스테디셀러다. 뛰어난 화력과 연료 경제성은 리액터를 이 분야의 최고로 꼽게 만든다. 리액터는 기본적으로 바람이 불고 일기가 고르지 않은 야외에서 단시간 안에 물을 끓이는 용도로 고안된 장비로 바람이 불지 않는 환경에서 0.5L 양의 물을 1분30초 이내에 끓일 수 있다. 하지만 매뉴얼에 따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제성능을 발휘하고 고장나지 않는다  


 

 

야외에서 버너를 켜고 물을 데우거나 조리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즐거움만큼 번거로움도 따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호연지기와 일상 탈출의 쾌감 등 아웃도어 활동이 주는 선물이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히는 건 좀처럼 내공이 쌓이지 않는 어려운 일 중 하나다. 가정에서야 팔만 뻗으면 원하는 걸 손에 잡을 수 있지만, 집 밖으로 나서면 부족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또 필요한 것들 중 하나라도 빠뜨리면 대체재가 없을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야외에서의 취사를 위해 개인이 갖고 다니는 장비와 구성은 그 사람의 아웃도어 경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와도 같다. 하지만 값 비싸고 광이 나는 장비를 갖고 다닌다고 해서 누구나 다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다. 화기를 다뤄야 하는 취사는 필연적으로 위험에 노출되기 마련이고, 잘못된 장비 소용은 자칫 안전사고나 장비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용도에 맞게 장비를 선택한 뒤 관리하며 사용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도모하는 이가 진정한 아웃도어 마니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선보인 스토브계의 스테디셀러, 리액터
기존의 4인 가구 중심에서 1인 가구로 가구 다변화가 이뤄지며 ‘혼밥’이나 ‘혼술’ 등의 신조어가 새로운 마케팅 아이콘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아웃도어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솔캠(홀로 캠핑하기)’이나 ‘혼행(혼자 여행가기)’ 등의 용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취사 시스템 역시 소형화, 경량화를 거듭해왔고, 그 발전과 혁신의 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빠르다.
이번호에서는 ‘솔캠족’은 물론이고, 나만의 여행을 준비하거나 캠핑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쿠킹 시스템, MSR 리액터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2007년 출시된 리액터는 올해로 세상에 선을 보인 지 만 10년이 된 MSR의 스테디셀러다.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화력과 그로 인한 연료 소비 측면에서의 경제성은 리액터를 동 분야 최고로 칭하게 한다. ‘MOUNTAIN SAFETY RESEARCH’라는 회사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MSR은 산악인 출신의 창업자가 1969년 문을 열었고, 초기에는 아이스엑스, 안전모, 로프와 같은 기존 등반 장비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로 주목받았다. MSR은 리액터보다 훨씬 앞선 지난 1973년, 화구와 연료통이 분리된 최초의 스토브 ‘MODEL 9’을 선보이며 이 분야의 선도를 시작했다.
당시 출시된 MODEL 9 스토브는 아직 국내에도 소수 마니아들이 소장·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알루미늄 재질로 된 바람막이 겸 열 차단막을 이용해 스토브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실험이 시작된 것도 이때의 일이다. 화구에서 발생한 열을 최대한 코펠 주변에 머물게 함으로써 적은 연료로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물을 끓이게 하겠다는 발상은 2000년대에 이르러 리액터 탄생으로 이어졌다. 출시된 해 아웃도어 장비 관련 각종 상들을 석권하며 세상에 나온 리액터는 MSR의 명성을 지금에 이르게 한 효자 중 하나다.        

 

 

 

열교환기 시스템과 광열체로 완성된 스토브 
리액터는 기본적으로 바람이 불고 일기가 고르지 않은 야외에서 단시간 안에 물을 끓이는 용도로 고안된 장비다. 고산등반이나 스키, 오지여행 등과 같이 물건 구입은 고사하고 보급품 현지 조달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가 리액터다.


미국 MSR 본사에서 제시하는 리액터의 화력은 ‘바람이 불지 않는 환경에서 0.5L 양의 물을 1분30초 이내에 끓일 수 있다’는 설명에 잘 나타나 있다. 리액터의 진가는 악천후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데 시속 13km의 바람이 불어도 1분45초면 끓는 물 0.5L를 얻을 수 있고, 타사 스토브들은 제 기능을 못하는 시속 19km 바람 속에서도 역시 같은 1분45초에 0.5L의 물을 끓이는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감안할 건 우리나라와 미국은 캠핑용 가스의 내용물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정부에서 허가한 이소와 프로판 가스 비율이 7:3 또는 8:2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소와 부탄, 프로판 가스의 비율이 7:2.5:0.5를 오간다. 기화율이 낮은 부탄가스는 특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경우 점화에 애로를 겪는 특징이 있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 스토브 점화 시 붉은색이 아닌 파란색 불꽃이 일며 ‘퍽퍽’ 소리가 나는 것도 부탄가스의 함량이 높은 탓이다.   
리액터가 여타 제품들에 비해 탁월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화구의 크기가 9cm에 달해 열량이 높다. 둘째, 화구와 코펠 사이 대류에 의한 열전달로 온도를 높이는 스토브들과 달리 화구 속에 광열체가 있어 복사열에 의한 가열까지 더해진다. 셋째, 스토브 위에 전용 포트를 얹으면 포트가 바람막이 역할을 해 외부 바람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열교환기 역할을 하는 포트 하부가 데워진 내부 열은 최대한 간직하면서도 연소에 필요한 공기는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특히 주목할 건 두번째와 세번째 항목인데, 정리하면 리액터는 스토브와 전용 포트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제기능을 다하는 장비라 요약할 수 있다.

 

리액터의 열교환기와 복사열 시스템을 그대로 물려받은 윈드버너 스토브 시스템. 최근 기존의 1L 포트 외에 1.8L 포트와 전용 스킬렛이 추가되어 범용성을 더했다. 리액터에 비해 고장이 덜하다는 게 큰 장점

 

2007년 출시된 이래 만 10년 동안 스토브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리액터(우). 왼쪽은 MSR이 리액터의 후속이자 1~2인 취사에 보다 특화시켜 선보인 윈드버너
수리 불가 판정을 받고 폐기된 스토브(가운데와 왼쪽). 정상 제품(왼쪽)에 부착된 정품 스티커와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열이 스토브에 가해졌는지 알 수 있다
열이 아래로 향하며 녹아버리다시피 한 리액터 스토브 내부. 리액터 사용 시 전용 포트 외 다른 코펠류의 사용을 금하는 이유다
포트 내부 수분이 모두 증발하며 과열되다 못해 파손되어버린 리액터 2.5 포트 하부. 코펠 표면을 타고 흘러내린 음식물의 흔적도 눈에 띈다
포트를 타고 흘러내린 국물과 음식물 찌꺼기로 오염되고 파손된 광열체

 

 

높은 인기만큼이나 주의해야할 점 많아
다소 아이러니한 건 우리나라가 전세계 리액터 소비량에서 1위라는 점이다. 고산이나 오지 환경의 유무는 논외로 치더라도 밥과 국이 있어야 하고, 고기 굽는 걸 즐기는 우리네 식습관을 감안하면 최근 전세계 리액터 판매량의 70%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가스 밸브가 있어도 미세화력 조절보다는 on/off 역할에 중점을 둔 리액터는 밥을 하거나 찌개를 끓이는 용도로 적합하지 않다. 자칫 국물이 넘치기라도 하면 이물질 유입으로 인해 광열체가 파손될 수 있고,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포트가 과열되면 포트 파열로 이어지거나 스토브 내 과열방지 시스템이 작동하며 가스 유입 차단으로 인한 ‘사용불가’ 상태가 되어 버린다. 필드에서의 리액터 자체 수리는 불가능하다. 자칫 잘못하면 여정 내내 생라면을 씹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식생활 습관은 다르지만 미국 현지에서도 ‘리액터를 이용한 조리’에 대한 니즈는 있는 모양새다. 최근 연식의 리액터 설명서에는 물 끓이는 용도 외에 ‘음식(food)’ 조리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어 있다. 단 이 때도 포트 내에 표시된 상한선 이상 물을 채우는 건 절대 피해야 한다(1.7L 포트 기준 1L). 라면 종류를 조리할 땐 끓는 물에 스프를 넣으면 순간적으로 수면이 급상승하는 ‘돌비현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스프는 끓기 전에 미리 넣는 게 좋다. 수분 증발로 인한 과열은 포트와 스토브 파손의 원인이 되니 지속적인 관찰이 필수.
‘리액터 전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사제 용기 받침대는 절대로 사용해선 안 된다. 언급한대로 리액터는 스토브와 전용 포트가 하나가 될 때 제기능을 다하고 사용자의 안전도 도모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고유의 메커니즘을 통한 발산이 이뤄지지 않고 열이 스토브나 가스캔 쪽으로 내려갈 경우, 기기 고장이나 자칫 폭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출처가 모호하고 때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까지 넘쳐나는 요즘, 가성비를 논하기보다 애초에 이중지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게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리액터를 간절기나 겨울철 솔캠 시 난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절대 피해야 할 잘못된 사용법 중 하나다. 뛰어난 화력만큼이나 리액터는 연소에 많은 양의 공기를 필요로 한다. 화재나 질식의 위험이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 차치하더라도, 밀폐된 곳에서 장시간 리액터를 켜두면 기압 변화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안구의 실핏줄이 터질 수도 있다. 또 해돋이를 보려는 이들이 야외에서 스토브를 난로처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피해야 한다. 바람이 부는 환경에서 포트 없이 스토브를 키게 되면 열이 발산되지 않고 스토브 내부로 향하게 되어 파손이나 폭발의 위험이 따른다. 
백패커와 솔캠 입문자들에게 ‘필수 장비’로까지 인식되며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리액터이지만, 적잖은 이들이 리액터를 ‘계륵’으로 표현하곤 한다. 뛰어난 화력에 비해 쓰임새가 한정적이라는 게 이유. 또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어 ‘상전’이라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구입 전에 과연 자신에게 필요한 장비인지 다시 한 번 따져보고, 구입한 후라면 보다 세심한 사용상 주의와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기억할 건 A/S를 책임져야 하는 제조사 및 수입사 입장에서도 리액터가 ‘계륵’인 건 마찬가지란 점이다. 한 달에 100개가 넘는 리액터의 수리 요청이 접수되고, 그 중 많은 양이 소비자 과실로 인한 고장이란 걸 감안하면, 장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책임을 공급자라는 이유로 떠안아야 한다는 건 설득력이 없는 논리다.   
원래 용도와 다르게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필수적으로 문제가 야기되는 건 아니다. 공기를 주입하지 않은 매트리스를 둘둘 말아 베개처럼 써도 무방하고, 산악용 타이어를 장착한 4×4 자동차를 도심에서 탄다고 해서 당장 차량에 손상이 가는 건 아니다. 다만 장비의 용례와 응용 범주의 확장은 기본적으로 장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제조사에서 제시한 수명대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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