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73㎞ 출퇴근, 내게 맞는 자전거는?

왕복 73㎞ 출퇴근, 내게 맞는 자전거는?
‘자출’(자전거 출퇴근)을 결심했다면 자연스럽게 자전거 선택의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평소 자전거에 관심이 많고 자주 접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자전거를 처음 구매해야 하는 예비 라이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에는 어떤 자전거를 골라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예비 자출러를 위해 자전거의 종류별 특징을 소개한다  
글 이상윤 기자

 
 

다양한 자전거 중에서 어떤 종류의 자전거가 내 자출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코너를 준비했다. 인터넷에 ‘자전거’로만 검색해도 다양한 검색결과를 볼 수 있고, 가까운 자전거도로에 나가 보면 수많은 종류의 자전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어떤 자전거가 나의 자출에 가장 적합할지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자전거 선택도 자출코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비포장 코스를 로드바이크로 간다거나, 큰 언덕을 지나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자전거를 이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지 효율이 떨어질 뿐이다. 다만 출근길 1분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조금 더 효율이 좋은 자전거 선택은 필수다. 그럼 자전거의 종류와 장단점을 간략히 알아보자.  
 

 


1 시티바이크

생활자전거
지하철, 아파트, 학교 등등 주변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는 장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전거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배경으로 한 음료수광고의 자전거를 떠올리면 조금 더 이해가 쉽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전거인 만큼 각종 짐을 편하게 수납할 수 있는 바구니 또는 짐받이가 장착되어 있다. 젖은 노면을 달려도 흙이 튀지 않도록 막아주는 머드가드와 체인 기름이 옷에 묻는 것을 방지해주는 체인가드가 설치되어 있어 편의성이 뛰어나다. 프레임은 스틸로 제작되어 튼튼하다. 자전거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탑튜브가 낮거나 스완형으로 제작된 것도 특징이다.

 

 
알톤 클래식 2407
알톤 클래식 2407A
 
 

유사 MTB
흔히 ‘철티비’라고 불리는 유사 MTB는 산악자전거와 흡사한 모양인데 산악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생활자전거다. 그래서 ‘유사’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프레임과 포크에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서스펜션이 달려 있다. 산악주행 인증을 받은 MTB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프레임의 강성과 안전성에 있다. 유사 MTB는 산악주행을 금지하는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으므로 유사 MTB로는 절대 산악 주행을 해서는 안 된다.
위 두 가지 자전거는 무겁고 느리지만 편의성이 높다. 버스 몇 정거장 정도의 단거리 자출에 적합하며 최고의 장점은 고가의 자전거에 비해 분실우려가 적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다.
 
알톤 콜리스 DX
알톤 캘럽 22
 
 

하이브리드 자전거
하이브리드 자전거는 MTB와 로드바이크의 장점을 섞어놓은 모델이다. 하이브리드(hybrid)는 ‘잡종’ ‘혼혈’을 뜻한다. 프레임은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정통 다이아몬드 타입이고 핸들바는 MTB 타입의 일자바를 쓴다. 로드바이크보다 폭이 넓은 타이어(기본 28c)를 사용하고 구동계는 로드와 습사해 빠른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다. 변속기는 그립시프트 방식으로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간단한 레저까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자전거다. 단거리 자출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스포츠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엔드 하이브리드 자전거도 존재한다. 보급형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성능 위주의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단거리 자출과 함께 간단한 여행용으로도 적당해 범용성이 뛰어나다.

 
후지 앱솔루트
아사히 레유니온 리루
 


2  미니벨로

미니벨로는 20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를 사용하는 자전거를 말한다. 낮은 차체와 작은 바퀴, 귀여운 디자인, 뛰어난 휴대성이 미니벨로의 큰 특징이다. 자출과 관련해 휴대성을 극대화한 접이식 미니벨로는 다른 장르의 자전거에 비해 보관 편의성과 대중교통 연계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 작게 접어서 좁은 공간에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의 제약을 받는 예비 라이더에게 좋고, 중단거리 자출에 잘 어울린다.
대중교통과 연계해  장거리 자출과 여행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 연계를 생각해 무턱대고 구매하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 실제로 적재가 가능한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이외에도 미니벨로의 장점을 살리면서 로드바이크와 같은 드롭바와 구동계를 사용해 빠른 속도를 즐길 수 있는 ‘미니스프린터’도 있다. 

 
턴 버지 p10
아사히 쓰리프트
첼로 메리디안

 


3  MTB

MTB는 마운틴바이크(Mountain Bike)의 줄임말로 산악자전거를 뜻한다. 험로를 주행하기 위해 튼튼하게 제작된 프레임과 고성능 부품 그리고 접지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굵은 타이어와 돌출한 트레드, 충격을 흡수해주는 서스페션, 급경사 업힐도 가능한 폭넓은 기어비가 큰 특징이다. 다른 장르의 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안정적인 주행감과 편안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자출코스를 고려해 보았을 때 비포장길이나 노면이 불규칙한 구간이 많거나, 큰 언덕이 있다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MTB는 노면으로부터 오는 제약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지만, 다소 무거운 무게와 함께 부피가 있어 보관에 대한 부담이 있다. 고르지 못한 노면 주행이 많은 단거리부터 중장거리 자출과 여행에 적합하다.

 
첼로 크로노 팀 27.5
엘파마 판타지아 S7 S9000
 
 
 

4 로드바이크

최근 수도권 자전거도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전거다. 디자인에서 오는 가장 큰 특징은 간결한 다이아몬드 프레임과 얇은 타이어, 아래로 꺾인 드롭바를 들 수 있다. 속도를 위해 불필요한 부위를 최소화 했으며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었다.
 정비가 잘 된 도로에서는 초보자들도 무리 없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속도감을 즐기기에 좋다. 한강을 따라 출근하는 기자도 로드바이크를 이용한다. 로드바이크는 가볍고 작은 힘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잘 정비된 도로에서는 장거리 여행까지도 가능하다. 하지만 자출코스의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일부 로드바이크는 특수 기술을 사용해 노면 진동을 상쇄해 주지만, 대부분의 일반 로드바이크는 지면의 진동이 그대로 몸에 전해지므로 코스와 자전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비앙키 XR.4 딜런 그뢰뇌베겐 에디션
후지 SL 1.3
메리다 스컬트라 스페셜 에디션

 

 
5 전기자전거

시속 25㎞ 속도제한, 페달링을 도와주는 PAS(Pedal Assist System) 방식, 무게 30㎏ 미만의 범주에 속하는 전기자전거는 2018년 3월부터 자전거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변화에 맞춰 시중에는 다양한 전기자전거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큰 거부감 없이 곧 자출용 자전거로서 자리잡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실제 자출을 하면서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꼽는 최대 장점은 소요시간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자출중 만나는 다양한 환경의 변수를 고려한다고 해도 시간의 오차가 가장 적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심한 맞바람을 맞거나 체력문제로 지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기자전거는 상당히 자유롭다.
자출을 통해 운동을 겸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알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페달을 돌려서 구동하는 PAS 방식은 스로틀 방식과 달라 상당한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본인의 체력에 비해 거리가 멀거나,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생활자전거부터 고급 MTB까지 여러 종류의 전기자전거가 출시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장점도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전기가 떨어지면 무게 때문에 힘이 훨씬 더 든다는 것이다. 이런 단점을 잘 이해하고 미리 대비한다면 단거리부터 장거리, 심지어 전국여행까지 활용할 수 있다.

 
 
알톤 이노젠
알톤 스페이드
턴 벡트론

 

 


6 전기자전거 업그레이드 키트

전기자전거를 고려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라이더들 중 본인의 자전거를 전기자전거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기자전거 완성차 구매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기자전거를 만들 수 있고, 평소 애정을 갖고 타던 자신의 자전거를 그대로 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앞서 언급한 완성형 전기자전거는 설계 초기부터 배터리 수납공간을 별도로 제작해 외관상 돌출되는 부위를 최소화하는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업그레이드 키트를 달 경우 배터리를 부착해야 하므로 투박한 디자인이 되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사용하던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다는 것과 경제적인 장점을 생각하면 자출 용도로 손색이 없다. 자전거의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라인업의 자전거에 설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바팡 전기모터
메리다 빅세븐 40 + 센터드라이브
 
 
 

마치며…
여기서 소개한 것은 독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전거 종류를 모은 것이다. 예를 들어 로드바이크를 조금 더 세분화해서 소개한다면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사이클로크로스, 철인자전거로 불리는 TT(타임 트라이얼), 고정기어를 사용하는 트랙바이크로 나눌 수 있다.
  사실 개인의 체력과 시간이 허용된다면 어느 자전거를 이용해도 지장이 없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율이 높은 자전거를 선택한다면 더욱 즐거운 자출이 될 것이다.

 


4월 자출일지


4월 7일
9°/24° 낯에는 더운 날씨. 아침과 저녁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지만 한낯에는 여름 못지않게 더운 날씨다. 저번달에 구매한 바이시클라인 얼티메이트 방풍자켓을 입기에는 너무 더워졌다. 바람이 조금은 차지만 빕숏을 입어도 될 정도로 날씨가 풀렸다. 추운 3월보다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챙겨야 하는 짐의 부피도 많이 줄었다. 자출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


4월 14일
10°/18° 바람이 심하고 비가 내림. 지난호 자출기사의 사진촬영을 한강에서 진행하다가 비를 만났다. 금방 그칠 줄 알았던 비는 심한 바람과 함께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못해 끝내 비를 맞으면서 복귀했다. 다행히 상의는 방수기능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빕숏을 입고 있던 다리는 상당히 추웠다.


4월 18일
9°/17° 또 비를 맞았다.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내림. 14일날 실패한 촬영을 다시 시도했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강행했다.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뉴스를 굳게 믿고 촬영을 진행했다. 결과는 오전에 폭우를 만났다. 가볍게 챙겨 입고 나온 결과 비에 젖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에 빠르게 복귀했다. 저녁에는 비가 와서 회사에 자전거를 놓고 귀가.


4월 20일
10°/18° 맞바람이 불지만 자전거타기 좋은 날씨. 비소식이 있었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4월 초에 들어오면서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기 시작하며 간간이 불어오는 맞바람을 뚫는 재미가 쏠쏠하다. 복귀길 맞바람을 뚫기 위해 모르는 라이더들과 팩을 이뤄 체력을 아끼기도 하고 선두에 서서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며 라이딩의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즐거운 퇴근길이었다. 


4월 21일
8°/19° 여름 같은 날씨. 퇴근길에 역주행하는 자전거와 정면 추돌사고를 당했다. 멀리서부터 역주행 하는 모습을 보고 감속하며 목소리 높여 내 존재를 알렸지만 역주행하는 라이더는 정차하는 나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놀란 나머지 나에게 돌진하며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몸과 자전거가 다쳐서 속상한 것도 있지만, 더 슬픈 것은 낮은 시민의식과 미흡한 자전거법규다.
자전거도로에서 역주행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상대방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가해자의 역주행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맞게 된다. 기자의 사고를 목격한 동호인들에게 증언해줄 것을 부탁했으나 단지 번거로운 일이 싫다며 거부당했다. 다행히 다른 목격자 어르신이 증언을 해주셔서 잘 마무리되었지만 같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동호인들의 외면은 기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전거에도 블랙박스를 달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해자는 음주상태로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바른 자전거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음주운전과 역주행 등에는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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