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는 더 이상 자전거가 아니다

서병수 칼럼
스마트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는 더 이상 자전거가 아니다

미래의 모빌리티는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ICT와의 결합, 기술의 고도화가 결국 이동수단의 기기화(device)를 가속화하고 이렇게 구축된 혁신적 생태계를 통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중심에는 전기자전거가 있을 것입니다  
글 서병수 (주)이삼사 대표

 
1979년 7월 1일 발표된 소니의 오리지널 워크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위에서 사용하고 봐왔던 물건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의 본질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과 역할만 바뀐 경우죠.
1980년 전세계 ‘혁신의 대명사’ 그리고 ‘문화의 아이콘’ 이었던 소니의 “워크맨”을 기억하실 겁니다. 거실이나 방에 있던 스테레오를 나의 손 안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서만 들을 수 있던 음악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장소와 원하는 시간에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사용하는 방법과 역할을 재정립하면서 인류의 문화생활과 소비패턴을 흔들어 놓았던 기기입니다.

자전거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혁신
2007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니의 “워크맨”과 견줄 수 있는 혁신적인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애플의 “아이폰”이 최초로 발표되는 날이었습니다. 전세계 인류는 그 발표에 열광했지만, 그 열광이 지금까지 일어났던 변화의 시작 그리고 핵심이 될 거라고 느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입니다. 내 손안에 컴퓨터를 옮겨놓은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지만, 이 기기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확장성과 폭발력은 소니의 “워크맨”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는 더 큰 사건이었습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았지만 사용하는 방법과 역할의 재정립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던 것이죠.
우리가 늘 봐왔던 자전거, 쉽게 탈 수 있고 타지 않을 때는 계단이나 주차장에 보관하고 가끔은 어디에 두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던, 그렇게 우리 곁에 가까웠던 자전거. 그랬던 자전거에 전기동력이 결합되면서 이동성에 많은 자유와 편리함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전기동력은 자전거의 기능성을 확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극대화했습니다. 그 사례는 지난 칼럼에서 기고했던 전기 카고자전거입니다. 전기동력과의 결합은 자전거 자체의 기능성을 확장시키는데 매우 성공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도시의 환경오염과 교통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특히 유럽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기자전거에 4차산업이 결합된다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지 필자는 상상해 보았습니다. 저의 상상을 도와주었던, 몇 달 전 발표된 모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전략보고서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2007년 1월 9일 발표된 오리지널 아이폰

 

미래 모빌리티의 요소  
“미래의 이동성”(Future Mobility)이라는 주제로 4가지 구성 요소를 통해 미래 이동성의 변화와 결과, 그리고 영향을 예측한 자료입니다. “미래 이동성”의 4가지 구성요소는 ①전기(electricity), ②연결(connectivity), ③이동서비스(mobility service), ④자율주행(autonomous)을 들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이동성에서 대중교통과 물류의 이동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이 보고서를 인용하는 이유는 전기자전거와 4가지 구성요소들과의 결합이 결코 상상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첫번째 구성요소인 ‘전기’는 전기자전거에 최적화된 요소임을 지난 컬럼에서부터 강조했던 내용입니다.
두번째 요소인 ‘연결’은 전기자전거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기자전거의 움직임, 운동량 측정 및 지도서비스 등의 ‘연결’이 충분히 구현 가능하며, 최근에는 전기자전거의 부품(배터리, 모터,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등)들에 센서를 부착해 전기자전거의 운행정보를 수집하는 자동차의 ‘in car infotainment’의 초기모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전기자전거 산업의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 해외, 특히 유럽에서 전기자전거에 최적화된 ‘in bike infotainment’의 구축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번째  ‘이동성서비스’는 중국의 오포(ofo)와 모바이크(mobike) 같은 자전거 공유 서비스 및 독일의 벨로지스틱스(velogistics)와 스위스의 카벨투고(carvel2go)와 같은 카고자전거 공유 서비스 등 세계적으로 자전거를 기반으로 한 ‘이동성 서비스’가 매우 활발합니다.
“미래 이동성”의 구성요소 중 4차산업의 기술이 가장 집약되는 ‘자율주행’은 자동차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으나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러나 도시형 미래 교통수단으로서의 전기자전거의 필요성과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화될 경우 전기자전거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과의 결합으로 생겨날 새로운 생태계  
이렇듯 “미래 이동성”은 ICT와의 결합력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여 혁신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ICT와의 결합, 기술의 고도화가 결국 이동수단의 기기화(device)를 가속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혁신적 생태계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이동성”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명은 ‘이삼사’ 입니다. 이 ‘두발’ 전기자전거 사업을 시작으로, 삼 ‘세발’ 전기자전거 사업을 진행중이며, 사 ‘네발’ 전기 모빌리티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현재 ‘세발’ 전기자전거는 미국, 호주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전기자전거, 특히 전기 카고자전거 시장의 메카인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삼사’의 사업적인 지향성은 전기자전거의 기기화를 통한 플랫폼 구축에 있습니다. ‘Mobility as a Service’를 추구하는 것이 ‘이삼사’의 사업전략입니다. 
내 손안으로 스테레오를 옮기고, 내 손안으로 컴퓨터를 옮기고, 혁신과 문화 그리고, 새로운 가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동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이동수단을 구매하는 등의 행위에서 인간의 본질인 이동의 자유로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동 그 자체를 통한 지불이 아닌, 이동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기반으로 지불 또는 재화를 모으는 구조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싶습니다. 전기자전거는 이제 더 이상 자전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동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되 사용하는 방법과 역할의 재정립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우리 ‘이삼사’는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본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