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카툰

잔차의 고백① 신사용 자전거-신사의 수난시대

 

나는 은륜면사무소 말단서기 박주사의 재산 목록 2호다. 평일엔 업무상 잦은 산골마을 출장길의 LTE급 전령으로, 읍내 육거리 장날에는 신문물을 실어 나르는 한국판 Fedex로 개문발차, 연중무휴다. 혹시라도 내가 아프다고 누워 버리면 박주사는 그야말로 ‘깨갱’이다.
헌데 요즘 이 ‘넘버 투’를 괴롭히는 녀석이 나타났다. 피곤한 저녁 말처럼 우두커니 서서 좀 쉴라치면 창고 문을 살며시 열고 내 손목을 이끌고 마실을 간다. 올봄에 중학생이 된 까까머리 이집 막내 철이다. 선 키야 나보다 좀 크지만 누운 키는 분명 내가 더 길 것이고 지가 태어 날 때 첫 울음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뭐라 해도 어른만 뫼시는 ‘신사용’ 아닌가!
오늘도 달빛 교교한 신작로에서 한판 씨름이 시작된다. 철이의 뽀송한 손은 너무 작아 내 손목을 잡을 수 없어 그저 얹고만 있다. 그리곤 한발은 발판을 딛고 한발은 땅을 박찬다. 

속도가 붙으면 그때부터 가관이다.
내 가랑이 사이로 숏다리를 디밀고는 반대편 페달을 찾고 나면 몸은 활처럼 휘어져 나를 감싸고 있다. 할일 없어진 안장은 안스런 눈빛으로 조금은 미안한 웃음을 보내고 있다.
“어어어 쿠궁~ 쿵!” 철이와 한 몸뚱아리가 되어 길바닥에 사정없이 내리 박는다.
철이의 무릅팍에선 피가 철철! 내 뒷다리는 허공에서 팽그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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