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에서 여수까지, 5개 섬 6개 다리를 넘어

일본 ‘시마나미해도’를 능가하는 ‘백리섬섬길’ 탄생
고흥에서 여수까지, 5개 섬 6개 다리를 넘어
고흥과 여수 사이 4개 섬을 5개의 개성적인 교량으로 연결하는 고흥-여수 연륙·연도교가 지난 2월 28일 개통되었다. 기존 백야대교를 포함하면 5개 섬 6개 교량이 된다. 추후 여수 돌산도까지 연결될 이 환상의 바닷길은 ‘백리섬섬길’로 명명되었다. 고흥 영남면에서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를 거쳐 여수 화양면으로 이어지며, 백야도 등대까지는 24km 정도다. 돌산도까지 모두 연결되면 9개섬, 11개 교량 39km의 바닷길이 된다. 이번에 개통된 구간만 해도 거리는 짧지만 경관에서는 세계적인 자전거코스로 각광받는 일본의 시마나미해도에 필적한다

 

Tip
여수쪽으로 접근하려면 순천에서 여천공단과 여수시내를 통과해야 해서 다소 번거로워 조용한 고흥방면 접근을 추천한다. 고흥쪽에서 ‘백리섬섬실’ 가는 길목으로 팔영대교에서 15km 떨어진 괴역면소재지에는 ‘삼겹살백반거리’가 있어 저렴하고 특별하게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삼겹살백반 8000원. 과역기사님식당 061-834-3364). 코스 도중에는 식당과 가게가 드물어 식수와 간식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좋다.  

 

국내에도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바닷길 자전거코스가 생겨났다. 바로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는 ‘백리섬섬길’로, 2월 28일에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 4개 섬을 5개의 교량으로 잇는 구간이 개통했다. 이로써 백리섬섬길 39km 중 고흥 영남면에서 여수 백야도까지 24km의 바닷길이 열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아직 덜 알려졌지만 이 길의 개통은 단순히 지역 관광을 넘어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자전거코스로서 대단한 의미가 있다. 
미국 CNN이 세계 7대 자전거코스를 선정하면서 일본의 시마나미해도를 포함시켰는데 부럽고 질투나기도 하지만 솔직히 선정 이유를 반박하기 어렵다. 시마나미해도를 여러 번 가본 기자는 스케일 큰 바다 경관과 고속도로 갓길을 자전거도로로 활용한 파격에 ‘엄지 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마다 열리는 투어 대회에는 3천명 참가인원이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이고 외국인 참가자도 10%를 상회한다.  
이제 시마나미해도가 부럽지 않은, 아니 이를 능가하는 바닷길이 열린 것이다.

갓길 널찍해 자전거 통행 편리  
극심한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는 남해안에서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는 연륙부위가 좁고 바다로 깊숙이 돌출해 있어 특히 도드라지는 반도 지형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서로 이웃해 있으면서도 반도의 남부지역 간은 육로를 한참 돌아야 해서 보통 먼 것이 아니었다. 백리섬섬길로 인해 두 반도의 남부지역 간 거리는 자동차로 100분 걸리던 것이 30분으로 단축되어 특히 섬 주민들의 교통 및 생활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  
고흥반도 남동단의 영남면과 여수반도 남단의 화양면 사이에 있는 적금도, 낭도, 둔병도, 조발도 4개 섬이 이번에 연륙되었다. 자전거 입장에서 참으로 기특한 것은 영남면과 적금도 사이 팔영대교에는 가드레일로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갖춰졌고, 나머지 다리와 연결도로에는 널찍한 갓길을 둬서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는 점이다. 광안대교, 천사대교 등 다른 해상교량처럼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천만다행으로 친근하고 열린 공간으로 다가왔다.  

고흥에서 더욱 큰 관심 
백리섬섬길은 고흥과 여수를 연결하지만 모든 섬이 여수 소속이라 고흥은 영남면과 적금도를 연결하는 팔영대교 절반만 포함된다. 그래도 고흥쪽이 이 길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여수에 비해 관광자원이 적어 주민들의 기대감이 큰 때문이다. 팔영대교 초입에는 관광안내소까지 설치되어 있고 평일에도 문화관광해설사가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다. 취재팀도 접근이 편한 고흥쪽에서 일정을 시작하며 관광안내소를 찾았더니, 문화관광해설사가 매우 친절하고 자세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준다. 고흥군 문화관광해설사 강지율 씨는 “고흥은 팔영대교 반쪽만 포함되지만 고흥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편리하도록 도로를 정비하고 있고, 화장실이 딸린 무료주차장도 많아 자전거 여행 거점으로 삼기 좋다”고 추천했다. 
취재팀이 보기에는 팔영대교 인근의 팔영산자연휴양림도 기점으로 적당하다. 얼마전 본지에 연재중인 ‘서밋라이딩’에서 필자 이선희 님이 팔영산(608m) 정상까지 다녀온 적이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암봉이 8개나 도열해 있는데 저런 곳을 자전거로 어떻게 올라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고흥쪽에 마련된 전망대에 올라 팔영대교를 바라보니 뒤편으로 다른 다리들도 아득히 겹치면서 아주 특별한 바닷길이 뻗어난다. 저곳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그렇게 부럽던 시마나미해도에 필적하는 코스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가장 길고 아름다운 팔영대교 
고흥쪽에서 진입하면 가장 길고 아름다운 팔영대교를 먼저 만난다. 길이 1340m의 우아한 현수교다. 백리섬섬길이 완성되면 여수쪽 화태대교(사장교)가 1345m로 조금 더 길지만 예전부터 유명했던 남해대교에서 보았듯이 아무래도 케이블이 수직으로 연결된 현수교가 비스듬한 사장교보다 더 아름답고 품격 있어 보인다. 팔영대교에는 길 양쪽에 난간으로 분리된 자전거도로가 잘 나 있다. 주탑의 높이가 138m나 되고 노면이 높아서 조망이 장쾌하다. 
바다를 건너는 다리는 육상의 강물이나 호수에 걸린 다리와는 느낌이 다르다. 한층 높고 웅장하며 아름답기까지 해서 인공물이 아니라 자연풍광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일종의 ‘설치작품’ 같다. 설계 단계부터 효율뿐 아니라 미학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적금도 내에도 해변을 건너는 요막교(255m)가 있으나 섬을 잇는 해상교량이 아니고 규모도 작아서 백리섬섬길을 구성하는 교량으로는 포함하지 않는다. 
시간여유가 된다면 도로를 벗어나 섬마을까지 돌아보면 좋겠지만 일단은 다리 위주로 달려보기로 한다. 적금도는 금광이 있다는 전설의 섬으로 예부터 물이 풍부해 지금도 길가에 물항아리를 묻어놓고 지나는 이 누구나 마실 수 있게 해놓았다고 한다.  
팔영대교가 잘 보이는 해변언덕 두 곳에 휴게소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각기 다른 공법의 다리도 아름다워  
적금도와 낭도를 연결하는 길이 470m의 적금대교는 중간에 빨간 아치가 선 중로아치교다. 아치만 없다면 평범한 도로처럼 보일텐데 빨간 아치 때문에 경관의 화룡점정처럼 선명한 포인트를 이룬다. 널찍한 갓길에는 여유가 넘쳐난다. 
이번 구간에서 가장 큰 섬인 낭도는 공룡발자국화석과 퇴적층을 볼 수 있으며 조붓한 해안길이 매혹적이다. 
낭도에는 길이 364m의 낭도터널이 있으나 갓길이 여유롭고 내부가 밝아 무리 없이 지날 수 있다. 
낭도를 지나면 둔병도와의 사이에 낭도대교(640m)가 걸려 있다. 외관은 평이하지만 부드럽게 만곡을 그리며 뻗어나는 모습이 시원하다. 공학적으로는 ‘PSC박스거더교’라고 한다. 
둔병도는 이름처럼 임진왜란 때 수군이 주둔한 곳으로 깨끗한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열도의 중간쯤에 있어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의 여자만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여서 수군이 주둔했을 것이다. 
세 다리를 지나왔는데 각기 현수교, 중로아치교, PSC박스거더교로 형태가 각각 달라 ‘교량박물관’이라는 홍보가 그럴 듯하다.     
 

 

   
초승달이 걸린 듯한 둔병대교, 날씬이 조화대교        
둔병도와 조발도 사이에 걸린 둔병대교는 길이 990m의 독특한 사장교다. 교량 폭이 좁아서 하나의 주탑만 세웠는데 주탑이 초승달처럼 호를 그려 아주 특별한 인상을 준다. 작지만 기다란 형태의 조발도는 여수에서 해가 먼저 떠서 섬 전체를 일찍 비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조발도와 여수반도 끝자락을 연결하는 조화대교는 이름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화양대교라고도 불리며 교량초입의 명판은 아직 비어 있다. 길이 850m의 늘씬한 사장교인데 길이와 폭에 비해 주탑이 171m로 높아서 날씬한 미감을 준다. 다리를 건너가면 여자만해넘이전망대가 언덕 위에 높직하다. 
이제부터는 백야대교까지 여수반도의 남단 해안을 돌아나간다. 4차로로 시원하게 닦인 77번 국도보다는 장수리 방면의 마을길로 가는 것이 바다를 지척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일찍이 2005년에 완공된 백야대교는 주탑 없이 아치 구조가 다리의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독특한 ‘닐센 아치교’다. 길이는 325m. 난간으로 분리된 자전거길이 나 있다.            
마침 백야도 초입 언덕에 있는 예쁜 카페(시로)에서 쉬었다 나오는 한 무리의 자전거팀이 지나간다. 이곳을 반환점으로 삼아도 좋지만 2.5km 더 가면 섬 남단의 백야도등대까지 갈 수 있다. 아무래도 여정의 끝으로 등대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때는 오지였을 등대는 바로 앞까지 자동차가 들어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등대 앞에는 선박들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백야도항로표지관리소가 있다. 하얀 등대 뒤편으로 군도를 이룬 섬무리가 수평선을 장식한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이면 저 섬들도 다 연결되어 진정한 ‘백리섬섬길’로 거듭 날 것이다. 
되돌아가는 길. 고흥에서 올 때는 첫 만남의 설렘과 흥분으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왕복해도 48km. 경치 보느라, 사진 찍느라 지지부진… 케이던스가 올라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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