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

끌려갈 것인가, 끌고 갈 것인가
토크 센서 vs 스피드 센서
모터 동력이 페달링을 지원해주는 PAS 방식 e바이크는 페달링 신호를 감지하는 두 가지 센서 방식을 사용한다. 페달을 밟는 힘을 감지해서 사전에 프로그래밍 된 대로 적절한 동력을 지원하는 토크 센서 방식과 페달링 속도에 감응해서 동력을 지원하는 스피드 센서 방식이다. 출발이 부드럽고 정밀 제어가 되는 토크 센서 방식은 초보자와 노약자, 산악라이딩에 알맞고, 스피드 센서는 장거리 주행에 유리하다

 

입문자들이 e바이크를 선택할 때 많이 하는 질문이 라이더의 페달링 신호를 컨트롤러에 전달하는 방식인 토크 센서와 스피드 센서의 차이점이다. e바이크는 페달링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 방식에 따라 라이더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에 큰 차이가 난다.
센서 방식을 제대로 경험하거나 구분하지 못하면 선택 장애에 빠지게 되고 잘못 선택하면 얼마 못 가서 e바이크를 방치하거나 기기 변경을 해야 하는 손해가 따르게 된다.
입문용의 저렴한 e바이크는 대부분 스피드 센서 방식이다. 스피드 센서 방식을 충분히 경험해보고 토크 센서를 타보면 둘의 차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냥 나가서 타보세요”
필자도 몇 년 전 처음 토크 센서 방식의 eMTB 시제품을 조립해서 테스트 중에 모터가 작동하지 않아 제조사에 문의한 적이 있었다. e바이크를 거치대에 걸어놓고 페달을 돌리면 스피드 센서처럼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 브레이크를 살짝 잡고 페달에 힘(토크)을 줘서 손으로 돌리면 모터가 작동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브레이크를 세게 잡고 돌려도 모터는 전혀 무반응이었다. 모터 제조사의 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냥 나가서 타보세요.” 
한번 타보면 답이 나오는 간단한 문제를 타보지 않고 손으로 힘줘 돌려도 무반응이라고 전화부터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제조사에서 이야기한 “그냥 한번 타봐라”는 필자도 자주 써먹고 있다. 한번 타보고 몸으로 느끼면 될 것을, 생소한 분야를 말로 설명하고 머리로 먼저 이해하려니 힘든 것이다.

끌고 갈 것인가, 끌려 갈 것인가 
e바이크를 선택할 때 어느 방식의 센서가 좋은지 물으면 필자는 질문자에게 다시 물어본다. “e바이크를 끌고 가고 싶어요? e바이크에 끌려가고 싶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야기라 타보고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e바이크의 사용 목적과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센서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인 e바이크의 센서 방식은 페달을 밟아 크랭크축이 돌아가면 축에 연결된 자석이 센서를 지날 때 회전을 인식하고 모터를 작동시켜주는 스피드 센서 방식과 라이더가 페달에 힘(압력)을 주면 토크(비틀림)를 감지해서 그 압력의 크기에 따라 모터의 개입 정도를 결정하는 토크 센서 방식으로 나뉜다.
어떤 센서 방식이 좋은지는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
최근 필자는 토크 센서 방식의 e바이크로 출근하는 길에 예쁜 꽃과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찾았다. 집에서 5km 정도 달려온 지점에서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포노사피엔스’라 스마트폰 없이는 업무를 볼 수 없기에 바로 돌려서 집으로 달렸다. 추가 10km 거리를 e바이크의 여유가 아닌, 모터 지원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난의 페달’을 밟아야 했다.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한 e바이크는 시속 25km 이상은 모터와 배터리가 휴식상태로 전환해서 오히려 라이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무리한 페달링을 한 탓에 종일 허벅지가 뻐근한 힘든 하루가 되었다.
필자 회사에는 하루 왕복 70km를 자출하는 직원들이 여러 명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의 e바이크를 타는지 를 보자. 무더운 여름날 땀을 흠뻑 흘리며 자출할 것인지? 이들은 도착지점 가까운 곳에서는 PAS 단계를 올리고 ‘할리우드 페달링’으로 땀을 말려가며 여유롭게 출근하거나 아예 편하게 힘들이지 않고도 라이딩 할 수 있는 스피드 센서 방식을 사용한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센서에 따라 라이딩 편의성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물론 어떤 것이든 일반 자전거보다는 e바이크가 편하지만, 검출방식의 차이로 라이더가 느끼는 체감에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토크 센서
프로그램에 ‘라이더가 끌려가는 방식’  
토크 센서의 개념은 페달링에 작용하는 다리의 힘에 전기의 힘을 얼마만큼 더해줄까 하는 개념으로 라이더가 밟는 페달의 압력에 따라 비례 보조해 주는 방식이다. 살살 밟으면 약하게 천천히, 세게 밟으면 강한 힘으로 빨리 가게 된다. 물론 파스 단계로 밀어주는 힘을 정해줄 수 있다. 페달을 밟을 때 즉각적인 모터 반응으로 오르막 출발도 부담 없어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e바이크의 신세계를 열어준다.
산악 라이딩처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한 경우, 토크 센서 방식은 본질적인 페달링을 기본으로 모터가 도와주는 방식이라 라이딩의 재미를 더해주고 운동 효과도 높아 대부분의 고가 중앙구동형 e바이크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토크 센서 프로그램에 라이더가 끌려가는 구조다.

스피드 센서
라이더가 e바이크를 ‘편하게 끌고 다니는 방식’ 
스피드 센서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편하게 라이더가 e바이크를 끌고 다닐 수 있다. 페달링이 힘들 때 모터와 배터리에 페달링을 완전히 맡길 수도 있어 뙤약볕에도 땀 흘리지 않고 자출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스피드 센서 방식으로 e바이크를 타오던 라이더는 토크 센서 방식의 고가 eMTB로 산악라이딩을 하며 신세계를 맛본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eMTB로 산만 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거쳐서 산으로 가는 경우 시속 25km로 제한되어 평지 장거리를 달리면 하늘이 노래지는 힘겨운 라이딩을 경험하게 된다.

 

페달링 만큼만 도와주는 토크 센서  
최근 개발된 보쉬의 4세대 모터는 무게를 4.09kg에서 2.79kg으로 1.3kg 감량하고 부피도 40% 줄었음에도 75N·m의 출력을 낸다. 출발은 토크 센서가 정밀하게 제어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기존 3세대까지는 인력대비 최대 300% 모터 동력을 지원하던 비율을 4세대에서는 350%까지 올려 토크 센서보다는 스피드 센서에 가깝게 세팅되었다. 라이더가 좀 더 편하도록 모터가 더 많이 개입하도록 변경된 것이다.
그런데 정직한 페달링을 해야 하는 토크 센서 방식으로만 e바이크를 고집하면 운송수단으로 e바이크를 사용하는 목적에는 제한이 생기게 된다. 한여름 30도가 넘는 날씨에 취미가 아닌 생업으로 e바이크를 운행한다고 생각해보면 답이 보인다.
200km가 넘는 장거리 라이딩에도 토크 센서는 라이더의 다리 힘에 비례해서 모터가 반응하기에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정직하게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끔은 편하게 내리막 내려가듯이 쉬면서 달리고 싶을 때도 있다. 토크 센서는 이같은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e바이크가 시키는 대로 끝없이 페달링을 해야 한다.
반면 스피드 센서 방식은 모터의 개입 정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힘들 때는 할리우드 페달링으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끌고 갈 수도, 끌려갈 수도 있게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하다.
e바이크를 선택할 때는 스피드 센서와 토크 센서 중 어떤 방식이든 장단점이 있어 콕 짚어 줄 수는 없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이나 사용목적을 잘 생각해보면 답을 찾기가 쉽다.

토크 센서의 장단점 
장점 : 페달에 압력을 주면 모터가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페달링 이질감이 적고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효과적이다. 운동 효과가 높고 정교한 제어가 필요한 산악라이딩에 유리하다. 초보자가 이질감 없이 안전하게   e바이크에 적응할 수 있다.
단점 : 꼭 페달을 밟아야만 작동되기에 덥고 힘든 날에는 e바이크가 맞나 하는 자괴감이 들 수 있다. 라이더는 e바이크의 프로그램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야 한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힘을 쓸 수 없는 노약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최근에는 속도가 빨라지면 토크 센서 방식을 스피드 센서 방식에 가깝게 센싱 방식을 전환해서 불편을 해결하고 있다.

스피드 센서의 장단점 
장점 : 모터가 지원하는 이상의 속도로 페달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터리 소모량을 표시상 0W(실제로는 공회전에도 일정 부분 소모하고 있지만, 센싱이 어려운 수치)에 가깝게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모터의 회전수보다 느리게 페달링 하면 힘을 들이지 않고 편안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각 파스 단수에 따라 속도나 파워가 정해져 있어 그 이상의 속도로 페달링을 하면 배터리 소모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익숙해지면 라이더가 e바이크를 끌고 간다는 이야기의 의미를 알게 된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페달링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노약자도 쉽게 탈 수 있다.
단점 : 크랭크의 회전을 감지하고 모터가 반응하기까지 시간지연이 있어 처음 e바이크를 탄다면 모터의 이질감을 느낄 수 있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그램으로 최대한 라이더의 취향에 맞추거나 토크 시뮬레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토크 센서에 가깝게 반응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페달 밟는 힘의 즉각적인 반영이 어려워 오르막 출발이 힘들다. 이 부분은 스로틀로 해결할 수 있으나 스로틀 달린 e바이크는 아직까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해서 자전거도로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속도를 제한하면서 스로틀까지 제한하면 e바이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스로틀 방식의 전동킥보드도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된 만큼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많은 라이더가 토크 센서는 정밀하고 스피드 센서는 단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토크 센서만 정밀제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 센서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제품이 있다. 바팡 모터의 경우 컴퓨터에 연결해서 커스텀으로 각 파스 단계별 속도와 토크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모터의 반응과 다양한 특성을 기호에 맞춰서 바꿀 수 있다. 스피드 센서에서 진화해 실제로는 토크 센서가 아니지만 프로그램에서 토크 센서 맛을 내주는 토크 시뮬레이션이라는 센서 방식도 있다.

1시간 시승으로 판단하기는 섣부르다
토크 센서는 페달에 작용하는 밟는 힘(토크)으로 비틀리는 센서값을 읽어서 적절한 힘을 배분하는 기술이다. 페달을 밟는 힘에 비례해서 모터 힘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e바이크 초보자나 여성, 노약자 그리고 산악라이딩에 유리하다. 올해 국내 최초 도입되는 공공 e바이크인 서울시 e따릉이에도 토크센서 방식을 제안한 필자회사의 e바이크가 선보이게 된다.
대부분의 고급 e바이크에 사용되는 토크 센서는 듀얼 토크 센서에 스피드 센서와 페달링 속도까지 연산에 이용해서 일반 자전거를 탈 때와 같이 이질감 없이 모터가 페달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지원해주는지가 관건이다.
e바이크를 처음 1시간만 시승해 보면 초보 라이더의 90% 이상이 토크 센서 방식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토크 센서 방식으로 장거리를 타보거나 몹시 더운 날 달려보면 1시간 타보고 내린 결론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후회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은 용도에 따라 여러 대의 e바이크를 소유하게 될 수도 있다. 

궁극에는 모두 e바이크를 타게 된다
필자는 이야기한다. 세상에 영원한 내 것은 없다. 센서 방식이 마음에 안 들면 팔고 새로 사면된다. 한 달에 한 번도 타지 않는 e바이크는 팔아서 새 주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라이딩의 즐거움으로 부담 없이 자주 타게 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은 e바이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용도와 취향에 맞는 센서 방식(토크 센서 vs 스피드 센서)의 e바이크를 찾아야 한다. 센서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페달링 주법과 사용 목적, 라이딩 성향이 맞아떨어질 때 e바이크의 효율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라이더의 건강 상태, 맥박과 혈압까지 체크하고 라이더의 마음(뇌파)마저 감지하는 인공지능 센서 방식의 e바이크가 생각보다 더 빨리 등장하게 될 것이다.
e바이크와 함께하면 한여름 무더위도 더는 라이딩을 막을 수 없다. 필자는 더 많은 라이더가 e바이크의 즐거움을 경험해보기를 바라며 무더위에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지금이 e바이크를 타야 할 때이고 모든 라이더가 궁극에는 e바이크를 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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