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기자의 자출기 ①

뿌기자의 자출기 ①
왕복 73㎞ 자전거로 출퇴근 최적의 루트부터 찾아라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회사까지 전철을 타도 되지만 콩나물시루 속에 끼인 내 모습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달갑지 않다. 매일 같은 반복의 출퇴근을 벗어나 자전거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겨울 동안 차곡차곡 쌓인 뱃살에게 이별을 선언할 수도 있고, 라이딩 재미는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자출’(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최적의 루트를 찾는 것이 첫 번째다   
글·사진 이상윤 기자

 

 

자전거 타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물론 미세먼지와 함께 거센 바람은 큰 걸림돌이지만,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어도 한기가 스며들던 한겨울보다는 좋은 환경이다.
기자는 아직도 서늘하던 지난 3월 2일 첫 자출을 시작했다. 3월에 비하면 ‘계졀의 여왕’ 5월의 날씨는 연중 최고라고 할 정도로 좋다. 하지만 빠른 결심과 다르게 아무런 준비 없이 행동으로 옮기면 안 된다. 자출을 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비용 그리고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할까?
기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출 코스의 구성이다. 거리가 100㎞를 넘거나, 회사가 산꼭대기에 있다면 자출은 비효율적이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힘들다고 판단하는 자출은 차도를 달려야 하는 구간이 전체 코스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다. 자전거도로의 비율이 낮고 차와 함께 달려야 한다면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만류하고 싶다.
 그렇다고 자전거도로의 비율이 높다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자출을 위해서는 조금 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아래 몇 가지 항목을 참고해 스스로 결론을 내려보자.

1. 자출 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씻을 공간이 있는가?
기자의 경우 회사 내에 씻을 수 있는 샤워장은 없다. 하지만 퀴퀴한 냄새로 민폐를 끼치며 온종일 업무를 보지는 않는다. 비록 샤워시설은 없지만, 회사에 간단히 목욕용품을 준비해 두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 화장실에서 씻고 있다. 물론 샤워시설이 따로 갖춰져 있다면 좋겠지만 간단히 머리를 감고 타올을 이용해 몸을 전체적으로 닦아 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회사 주변 주민센터의 헬스장을 이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샤워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2. 나의 발이 되어준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있는가?
유동인구가 많은 야외에 자물쇠 하나에만 의지해 자전거를 묶어 놓는다면 자전거로 출근 했다가 대중교통으로 퇴근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전거는 이미 내것이 아니다’라는 문구처럼 자전거는 볼 수 있는 곳에 보관해야 가장 안전하다. 보관이 큰 문제라면 접이식 미니벨로를 사용하거나, 차선책으로 CCTV가 있는 곳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그 외 별도로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분들과 친분을 쌓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3. 회사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데 호의적이며 전용복장은 문제가 없는가?
다행히 기자의 회사는 자전거 타는 것을 장려한다. 그렇다고 매일 자출을 하지는 못한다. 자주 외근을 나가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자전거를 가지고 움직일 수도 없거니와 흔히 말하는 쫄쫄이 복장으로 업무를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쫄쫄이 복장은 라이딩할 때는 편하지만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일반인에게는 그저 민망스러운 옷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회사 분위기를 먼저 파악해 다른 이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캐주얼 복장으로 자출을 즐긴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4. 거리는 적당한가?
편도 36㎞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한다고 하면 일반 사람들은 놀라며 기자의 허벅지를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배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거리는 개인 체력에 따라 편차가 심하므로 본인의 체력을 감안해야 한다.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라면 안장통을 호소하므로, 한 번에 먼 거리를 가는 게 아니라 접이식 미니벨로 같은 걸로 대중교통을 활용해 점점 거리를 늘려가는 게 좋다. 
기자가 생각하기에는 15㎞ 정도가 자출에 가장 적합한 거리라고 생각한다. 숙련된 라이더라면 20㎞도 약간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초보자도 전기자전거를 이용한다면 체력 대비 더 긴 거리를 갈 수 있다. 기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거리를 계산하고 여유시간을 두고 점점 체력을 올리는 것이다.
  
위의 사항은 모두 기자가 자출을 하기 전에 고려했던 사항들이다. 이번호에서는 기자의 자출 코스에서 위험지역을 살펴보고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체크했는지를 소개한다.

 


자출 코스 확인하기

1. 기자는 서울 중랑구 사가정역에서 출발해 중랑천을 따라 한강으로 합류한다. 한강 북단을 타고 반포대교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잠수교를 넘어 국회의사당 방면으로 진행한다. 가양 나들목에서 나와 약간의 공도 주행과 인도겸 자전거도로를 타면 회사에 도착한다. 총 36㎞ 중에서 차도 주행은 약 3㎞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차도 주행이 짧다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집을 기준으로 중랑천 자전거도로까지 약 1㎞의 차도를 주행해야 한다. 이른 아침에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지만 차도 주행은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특히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우회전 차량에 주의해야 한다.


2.  동부간선도로로 빠지는 길목은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므로 꼭 주의해야 한다. 중랑천으로 진입하기 전 장안교에는 공사를 위해 깔아 놓은 덮개로 인해 자전거가 간혹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다. 넘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3. 심한 맞바람은 모든 자출 라이더에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아쉬운 점은 항상 나만 맞바람을 뚫고 힘들게 자전거를 타는 것 같다.


4.  중랑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화장실. 가급적이면 출발하기 전에 미리 집에서 해결해야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한강에는 식수대와 함께 수많은 화장실이 존재한다. 화장실의 자세한 위치를 검색하고 싶다면 www.seoul.go.kr에 접속해 ‘뉴공중화장실’로 검색하면 화장실 위치를 보다 상세하게 볼 수 있다.



5.  급한 코너가 있는 경우도 위험하지만, 사진과 같이 기둥에 가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자전거도로로 합류하는 굴다리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갑자기 나타나는 라이더와 휴대폰만 보고 걸어 다니는 보행자를 주의해야 한다.



6.  아주 위험한 군자교와 중랑천 합류지점. 급한 경사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자전거와 군자교로 올라가려고 급정거 하는 라이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로 기자는 몇 번의 사고를 목격했다. 



7.  살곶이다리와 합쳐지는 지점. 왼쪽 굴다리로 나가려는 라이더와 살곶이다리로 가려는 행인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지점이다. 이런 곳은 미리 충분하게 감속하고 안전하게 지나가야 한다.



8.  한강으로 합류하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공중화장실. 한강에 있는 공중화장실은 디자인이 비슷해 멀리서도 찾기 편하다. 기자가 처음으로 만난 화장실은 뒤에 자전거를 숨길 수 있어 자주 사용한다. 단, 설치된 장소마다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자전거를 거치하기에 난감한 곳도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9. 충돌의 위험을 알리는 표지가 무안할 정도로 수많은 사고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것도 라이딩의 한 재미지만, 안전하게 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출근은 최대한 체력을 아끼며 몸을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가는 것이 좋다.



10. 출발하면서 마실 물을 미리 챙긴다. 한여름에는 물을 얼려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득이하게 물을 보충해야 할 때는 사진과 같은 상황을 고려해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11.  라이더 사이에서 잠수령이라 불리는 잠수교. 예측할 수 없는 측풍이 수시로 분다. 특히 다리를 지지해주는 기둥을 지날 때마다 강한 바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심하면 조향을 잃고 낙차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핸들바에 체중을 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12.  잠수교를 지나 여의도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야 한다.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뀌는 방식으로 처음 접하는 라이더들은 무작정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상하면 주변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13.  한강은 도로정비가 잘 되어 위험구간이 적은 편이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구간과 단차가 있는 배수홀 등만 주의하면 문제없다. 하지만 한강에서의 자전거사고는 대부분 보행자와의 충돌로 일어난다. 물론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로 불쑥 들어오면 화가 나지만, 한강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므로 사람이 많은 구간은 항상 서행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자출 코스를 정했다면 바로 출근을 하는 게 아니라 따로 시간을 내서 한번 정도 실제로 주행을 해보는 것이 좋다. 기자도 처음 자출한 날은 예상보다 30분가량 지체되었다. 맞바람이 무척 강하기도 했지만, 비슷비슷해 보이는 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멈춰 서서 지도를 확인하고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갈 때는 한 번 정도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고 다녀와야지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며 달릴 수 있다.

  
한강을 즐기는 시민들

 

 

3월 자출일지

3월 1일
쉬는 날 미리 회사까지 다녀왔다. 온도 7°/-2°도 추운 날씨. 36㎞의 거리에서 오는 압박보다 맞바람이 말도 못 하게 심하다. 일반 클릿슈즈에 토커버를 사용하는데 발이 너무 시렸다. 인터넷에서 양말을 두 겹 겹쳐 신으면 따뜻하다고 하니 다음에는 시도해 봐야겠다. 별도의 전용 방한용품 없이 얇은 기모저지를 겹쳐 있었더니 땀 배출도 잘 안 되고, 움직이는 데 불편하다.

3월 6일
역풍이 너무 심해서 앞서가던 어르신이 페달을 밟는데도 멈춰 있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온도 3°/-5° 추운 날씨. 양말 두 개 신어도 절대 따뜻해지지 않는다. 신고 벗기가 불편하지만 방한 슈커버를 구매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다. 의류도 너무 많이 껴입으니 회사에서 씻는 데 불편했다. 그래서 바이시클라인의 얼티메이트 방풍자켓을 구매했다. 제품설명서에는 -6°까지 입을 수 있다는데 안에 이너웨어만 입어도 충분했다. 땀 배출이 정말 잘 되서 놀랐다.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3월 9일
갑자기 바람이 바뀌었다. 온도 11°/-3° 추운 날씨. 순풍을 맞으며 출퇴근을 하니 너무 신난다. 마치 여태까지 맞바람에 고생한 보답 같다. 주문한 슈커버가 도착하지 않아 수면 양말을 신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따뜻하다.
  
3월 10일
출퇴근이 즐거운 순풍이다. 온도 12°/-1° 추운 날씨. 겨울의 끝이 다가오는 것 같다. 체감이 될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아직 춥다. 같은 퇴근길이 지겨워 다른 길로 들었다가 길을 헤매 15분이나 늦게 복귀했다.

3월 24일 
바쁜 업무가 끝났다. 온도 13°/3° 덜 추운 날씨. 마감으로 인해 라이딩도 못하고 정신이 없었다. 미처 몰랐는데 봄이 온 것 같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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