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랩에서 시작한 자전거 헬멧의 다크호스 CRNK

스마트한 라이더의 사이드킥

IoT + Leisure = 아날로그플러스!

헬멧에 부착하는 스마트 모듈 ‘어헤드’로 주목받고, ‘CRNK’ 헬멧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 '아날로그플러스' 박재흥 대표와의 만남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전거 헬멧이라면 CRNK(크랭크) 제품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올해 출시된 헬멧 ‘아티카’는 세련된 디자인과 갖가지 편의기능으로 무장하고도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어 라이더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CRNK는 헬멧 브랜드이지만, CRNK를 만든 것은 바로 ‘아날로그플러스’ 라는 스타트업이다. 과거 헬멧에 부착하는 스마트모듈 ‘어헤드’를 출시해 스마트라이딩의 이정표를 제시한 바 있는 비전 있는 기업이다.

 

아날로그+?

디지털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아날로그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기자는 아날로그라고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린다. CRT TV, 축음기, 다이얼이 달린 전화기 등. 물론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아날로그는 사뭇 다르지만 아날로그라는 단어를 접하는 30~40대라면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그래서 ‘아날로그플러스’라는 회사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은 제품을 소개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물론 구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물건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방문한 아날로그플러스의 사무실은 너무도 디지털 감성으로 넘쳐나는 곳이었다. 아날로그에 대체 무슨 +(플러스)를 더한 것일까.

아날로그플러스의 주력은 헬멧과 스마트기기이지만, 그 외 다양한 기계를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은 고속촬영용 로봇 팔

디지털이 가득 담긴 +플러스

아날로그플러스가 전개하는 제품 중 현재 가장 잘 알려진 것은 CRNK 헬멧이다. CRNK의 아티카는 그 유명세가 남달라 이미 본지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데, 아티카 외에도 CRNK의 전작인 ‘벨로체’, ‘헬머’ 역시 여전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이너의 재미난 모델링

혹자는 “헬멧이 아날로그 감성이랑 무슨 상관이지?”라며 되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날로그플러스의 시장 데뷔작이 바로 헬멧 부착형 스마트 모듈 ‘어헤드’라고 하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어헤드는 자전거 헬멧에 부착하는 모듈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헬멧에 다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이해하면 된다. 거기에 무전통신까지 가능하고, 보이스캡쳐 기능으로 강한 바람 속에서도 마이크가 제 성능을 내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당시 시장에 뿜어냈던 파동과는 다르게 현재는 아쉽게도 단종된 상태지만, 아날로그플러스는 이를 거울삼아 더욱 큰 도약에 나서고 있다. CRNK의 헬멧은 그 도약을 위한 큰 한걸음이다.

헬멧 부착형 스마트 모듈 '어헤드'

사장산업에 진입? 한걸음씩 돌아가면 ‘혁신’

그 도약이란 사실 크게 새롭지는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스마트 모듈을 내부에 장착한 ‘스마트헬멧’이 그 목표이기 때문. 스마트헬멧은 이미 여러 회사에서 야심차게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조리 고배를 들이키고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질 정도로 자전거업계에선 사장산업처럼 취급되고 있는 분야다. 아날로그플러스는 바로 그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마치 불나방을 보는 것 같지만 아날로그플러스의 행보는 의미가 남다르다. 다짜고짜 스마트헬멧을 내놓기보다는 한 발 한 발 정석을 밟으면서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벨로체, 아티카 등 전통적인 헬멧을 공들여 제작하는 그 모습이 그렇다. 헬멧부터 제대로 만들고 스마트헬멧에 도전하겠다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사무실 한켠에는 그간 시판된 헬멧의 목업이 전시되어 있다. 헬멧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확실히 기존에 스마트헬멧을 만들던 회사들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 없이 갑자기 스마트헬멧만 떡하니 내놓는 것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헬멧의 기본적인 기능도 충족되지 않는데 스마트라니, 걷기도 전에 뛰려는 과욕이 소비자들의 눈에 곱게 비춰질리 없을 것이다. 아날로그플러스의 CRNK는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경로를 찾은 것 같다. 기본적인 헬멧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난 후라면, “스마트헬멧? CRNK니까 제대로 만들었겠지”라는 신뢰가 생길테니까.

아날로그플러스의 식구들

다음은 아날로그플러스의 전반적인 비전을 소개하는 박재흥 대표와의 인터뷰다.

 

 

INTERVIEW

아날로그플러스 박재흥 대표

A : 아날로그플러스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Q : 올해 3년차를 맞이하는 스타트업이다. 헬멧과 헬멧에 부착되는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있으며, 향후 스마트헬멧을 상용화하기 위해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에서 9년간 근무했는데, 사내벤처 C랩에서 스마트헬멧을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회사다. 당시 스마트헬멧은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여건에 맞춰 먼저 ‘듣고 말하기’에 초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던 중 사내벤처에서 벗어나 스핀오프(창업)하게 되었다.

A :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IoT기술의 일환인데, 이를 레저스포츠에 결합하게 된 이유는?

Q : 레저는 기본적으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호장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스포츠가 많은데, 그러한 상황 때문에 일행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스키를 탈 때 크게 느꼈다. 꽁꽁 언 손으로 장갑을 벗고 터치를 하며 스마트폰을 만져야 하는 것은 큰 고역이었는데, 그렇게 어렵게 전화를 걸어도 일행이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의 경험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아티카에 대해 설명중인 박 대표

A : 자전거시장은 몇몇을 제외하면 스마트기기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하나

Q : 상당히 그렇다고 느꼈다. 스마트헬멧은 기존에 몇몇 제품이 있었지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수적인 시장 성향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더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헬멧으로 자전거 동호인과 충분히 소통한 후에 도전해보려 한다. 그때라면 직접 써본 사람들부터 만족할 만한 헬멧이 나오도록 노력중이다.

A : 아날로그플러스로부터 소비자들이 기대해 볼 수 있는 (개발중인) 획기적인 신제품이 있나?

Q : 당연히 먼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헬멧이다. 자전거 오토바이 스노보드 등 레저 헬멧을 기존의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C랩 시절 정의 내렸던 내용 중 ‘듣고 말하기’가 여기서 해결이 된다면, 그다음으로는 ‘보기’에 대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오토바이 헬멧의 바이저나, 자전거 고글 같은 제품을 활용해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구상 중에 있다. 기존에 시도된 바 있지만 당시 기술로는 금액적인 한계와 디자인의 투박함 등 아쉬운 부분이 많아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아날로그플러스의 제품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A : CRNK의 인기가 높은데 라이더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Q : CRNK가 런칭한 지 1년 반이 지났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 제품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높은 가성비가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만족할만한 품질을 가졌고, 디자인적인 요소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할 만한 매력적인 가격대까지 갖춘 것은 아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통과정을 줄이기 위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있지만, 유명 브랜드들의 가격책정이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그로 인한 대비효과라는) 생각도 든다. 보다 다양한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지금의 라인업을 중심으로 고가와 저가의 제품을 균형 있게 내놓을 생각이니 앞으로도 CRNK 헬멧에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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