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케이블카 순위 급변

한국 케이블카 순위 급변
목포 해상케이블카 
사천 바다케이블카 누르고 압도적 1위

19년 9월 개통한 목포해상케이블카는 규모와 경관, 시설, 주변 볼거리에서 압도적으로 전국 1위다. 가장 최근에 개통한 이점도 있지만 3.23km에 달하는 최장의 길이, 높이 155m를 지나는 까마득한 해상 높이, 목포의 상징인 유달산(228m) 턱밑까지 올랐다가 산 전체를 종주하고 해상을 건너는 복합구성까지 케이블카로 구현할 수 있는 궁극의 모습을 보여준다. 주말이면 장시간 대기해야 하고 평일에도 인파로 넘쳐나는 케이블카 덕분에 목포 지역경제도 들썩인다. 인근 신안 천사대교와 함께 돌아볼 수 있어 목포와 신안 두 지역 모두 관광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목포타워 155 위에서 바라본 고하도. 마치 거대한 짚라인처럼 급강하하는 느낌이다

 

 

19년 1월호에서 전국의 케이블카를 직접 탑승해보고 순위를 매긴 특집을 다룬 적이 있다. 당시 기준으로 사천 바다케이블카가 스케일과 경관에서 단연 1위였는데 19년 9월 개통된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새로운 왕좌에 등극했다. 
구상단계부터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다른 케이블카를 압도해 큰 기대를 모았다. 유달산 북쪽 기슭에서 출발해 유달산 정상 턱밑까지 올라갔다가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820m의 바다를 건너 고하도까지 이어진다. 길이만 장장 3.23km로 이전까지 최장이던 사천 바다케이블카의 2.49km보다 740m나 더 길다. 왕복 탑승시간만 40분이 걸리고 중간의 유달산 스테이션이나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면 2시간 이상을 잡아야 해서 ‘잠깐의 탑승’에 끝나지 않고 케이블카 자체가 하나의 패키지여행이 된다. 

상상 이상의 장관에 감탄사 연발 
취재팀은 평일 아침, 첫 편을 타기 위해 서둘러 북항 스테이션에 도착했건만 이미 탑승구는 긴 줄이 서있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하나둘 채우고, 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금방 장사진을 친다. 목포 주민들이 “주말에는 2~3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캐빈은 일반 캐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2가지이고 왕복요금은 일반 캐빈 2만2000원, 크리스탈 캐빈 2만7000원이다. 크리스탈 캐빈을 타는 사람이 드문 것은 스릴을 넘어 공포감까지 줄 수 있는 아찔한 높이와 비싼 요금 그리고 일반 캐빈을 예약한 단체 관광객이 많은 때문으로 보인다. 캐빈은 10인승으로 대형이지만 대기인원이 많으니 다른 일행과 함께 탈 수밖에 없다. 운행대수는 일반 캐빈 40대, 크리스탈 캐빈 15대로 총 55대. 캐빈 당 거리는 약 60m이다.  
북항과 인접한 유달산 북쪽 기숡에서 출발한 케이블카는 점점 고도를 높여 유달산 주능선과 나란히 달린다. 목포시가지가 질펀하고 영산강 저편으로는 거대한 대불산단이 굉장한 규모를 드러낸다. 북쪽으로는 신안의 섬들이 점점이 아득하다. 
유달산(228m) 정상부는 온통 암릉과 기암괴석 천지여서 가까운 상공에서 보는 산악미가 일품이다. 정상 남쪽의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내리면 정상까지는 5, 6분 거리다. 탑승권만 지참하면 중간 역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고 원하는 시간에 다음편을 타면 된다. 

고하도 방면 해상에서 바라본 높이 155m의 아찔한 ‘목포타워 155’와 유달산. 케이블카는 유달산 너머 북항 근처까지 이어진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바라본 유달산 정상 방면. 가벼운 마음으로 5, 6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높이 155m의 수직기둥 위로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남쪽으로 내려서면 ‘목포의 눈물’처럼 방울져 있는 삼학도가 연륙되어도 선명하고, 서쪽으로는 길이 3060m의 목포대교가 늘씬하다. 목포대교가 닿는 저편이 바로 케이블카로 건너가게 될 고하도다. 
해상으로 들어서기 전 케이블카는 수직높이 155m의 ‘목포타워 155’를 지나간다. 좁은 기둥 하나로 155m 상공까지 솟구쳐 오르내릴 때 고도감이 엄청나다. 고소공포증이 없어도 목포타워를 지날 때는 오금이 저리지 않을 수 없다. 
타워를 넘어서면 바로 바다 위다. 수면이 150m 저 아래에 있어 큰 배도 한참 밑으로 지나간다. 고하도가 가까워지니 해안절벽을 따라 조성된 1km의 해안데크 산책로가 발길을 유혹한다. 능선 중간에 우뚝 선 판옥선 전망대도 마음을 끄는데 고하도 스테이션에서 내려 산책로와 전망대를 돌아보는 데만 1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다. 
취재팀은 일정에 쫓겨 고하도 산책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유달산 스테이션에 내려 놀라운 장관을 편안하게 내려다보며 커피향을 즐겼다.        

천사대교와 함께 신안·목포 권 관광 촉진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개통 3개월만에 탑승객 50만명을 돌파해 대박을 터트렸다. 지금도 평일은 3000~4000명, 주말은 6000~7000명이 찾고 있고 숙식 업체들은 밀려드는 손님을 맞기에 분주하다. 한마디로 목포의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신안 천사대교 관광과 연계해서 목포와 신안 두 곳 모두 국내외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취재팀도 숙소에서 말레이시아에서 온 2 쌍의 부부를 만났는데 일부러 케이블카를 타려고 목포에 들렀다고 했다. 3개월여만에 국제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길게 뻗은 고하도와 목포대교. 고하도 해변에는 1km의 데크 산책로가 나 있다. 왼쪽 황토색 건물은 판옥선 전망대
유달산 소요정과 이등바위를 지나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편으로 압해도를 비롯한 신안의 섬 무리가 보인다

 

케이블카의 역설           
전국의 수많은 도시가 큰 산을 끼고 있고 천혜의 경관이 지천이지만 케이블카는 전국을 통틀어 21곳 밖에 되지 않는다. 관광입국의 구호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지지부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내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개통된 통영, 여수, 밀양, 사천 케이블카에 이어 목포 해상케이블카에서도 실증되었다.  
서울의 경우 그 많은 명산들을 제쳐놓고 시내 가운데 가장 낮은 남산에만 짧은 케이블카 단 한 대만 있을 뿐이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아차산 등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산악 절경은 단시간 체류하는 외국인이 등산으로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외국인 대상 관광지로는 거의 소외되어 있다.         
이 땅에 케이블카가 부족한 것은 환경단체의 거센 입김과 환경을 파괴한다는 편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케이블카는 지주 몇 개만으로 1000m 산을 오를 수 있어 산 중턱의 자연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상하부 승강장에만 사람이 모여 있을 뿐 나머지 공간은 사람들의 출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산악공원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케이블카는 새로운 관광객을 창출해 침체에 허덕이는 지역주민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수십년 간 논란으로 지새우고 있는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케이블카는 언제 성사될지 요원하고, 지자체는 그나마 접근이 쉬운 출렁다리와 스카이워크 등을 경쟁적으로 조성하고 있지만 관광객 유입능력과 지속성에서 케이블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가 다시금 머리를 맴돈다. 40분간 타고 내릴 데가 아니라 유달산 정상을 오르고 고하도를 산책하려면 몇 시간을 잡아야 한다. 머지않아 다시 찾을 것이 분명하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안내도. 산과 바다를 넘고 항구의 전모를 볼 수 있는 조망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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