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카페 의자, 자전거 시계

뽈락선생 공방 ②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뽈락 4락
 

자전거 시계를 만들면서 나는 ‘배움과 먼 친구의 방문,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는 ‘공자 3락’을 만끽한다. 여기에 뽈락만의 한 가지 즐거움이 더 있으니 나로서는 4락을 즐기는 셈이다. 이제 자전거 시계는 모델별로 다듬어서 완성했고, 자전거 의자를 거쳐 자전거 시계탑도 만들어 보았다

자전거 카페 의자
‘뽈락’ 불도장

 

이번 여름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무더웠다. 예전 낚시에 심취했을 때는 강으로 바다로 태공망의 짜릿한 손맛으로 더위를 물리치면서 ‘뽈락’이란 위대한(?) 별명도 얻게 되었다. 저마다 이 지긋지긋한 여름을 보내는 묘책이 있겠지만 자전거 매니아들은 ‘피서’가 아닌 ‘극서(克暑),’ 즉 그야말로 이글거리는 태양의 용광로에 풍덩 빠져 즐기는 ‘이열치열’의 전사들일 것이다. 서민들의 계절나기가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듯이 여름의 자전거 여행은 자유와 낭만을 보장한다. 하긴 피를 나누어야 하는 모기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지만….
아무튼 뽈락은 매년 여름이면 팔딱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자전거 안장에 오르고 있다. 괴나리봇짐만 걸친 채 혼자서 다니기도 하고,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반도 종단 및 해외(제주도) 일주 도중 만난 장대비속의 우중 라이딩은 아직도 시원하다. 최고·최대의 무더위 기록을 갱신한 작년 여름에는 일본 도쿄를 출발하여 혼슈 북동쪽 태평양 연안을 거쳐 홋카이도 남부 그리고 다시 혼슈의 서쪽해안으로 건너와서 우리의 동해로 지는 해를 보면서 달렸었지.

‘뽈락 4락’의 완성 
그런 꿈같은 ‘일상탈출,’ ‘자유만끽’의 여름 자전거 방랑을 올해는 하지 못해 아쉽지만 또 다른 ‘해방구’에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이른바 ‘자전거 시계’를 만든다고 ‘바다미’와 함께 목공소, 철공소, 청계천, 을지로 등을 쏘다니는 매일은 산티아고길을 달리는 순례자의 기도이다. 그 중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목공방을 향할 때는 기대에 부풀어 갔다가 보람을 한아름 안고 돌아온다. 공자의 인생 즐거움 중 하나인 ‘학이시습지 불역열호아’ 즉,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실감한다.
자전거 안장위에서 상상하고 생각한 것들을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기적이자 축복이다. 냄새나고 보잘 것 없는 말똥이 말똥구리에겐 가장 소중하듯이 뽈락에겐 자전거 소품이 일생일대의 사업이다. 가끔 멀리 있는 친구를 만나 회포도 풀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120% 만족하고 있으니 공자의 3락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 보람과 정성으로 만든 작품(?)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할 때의 즐거움을 보태 ‘뽈락 4락’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 시계 ‘시즌 2’ 첫선물 
평생을 ‘민중의 지팡이’로 봉직하고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퇴임한 후에는 자전거로 전국의 산하를 누비며 우리의 강 이야기와 대중가요에 얽힌 전설을 구수하게 들려주는 조용연 님은 자전거생활의 객원기자이자 필자의 대학 선배이다. 칠학년 교실을 향해 가면서도 글솜씨를 인정받아 이번에 <여주신문>의 주필이 되었다. 그래서 축하의 의미로 자전거 시계를 드렸다. 자전거 시계 ‘시즌 2’의 첫 작품이라 더욱 뿌듯하고 상쾌하다.
그 옛날 중국의 동파 소식(蘇軾)이 떠오른다. 항주의 현감으로 부임하여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방조제를 쌓고 서민들의 먹거리인 동파육을 만들었다지 않은가. 여주는 비록 작은 지방이지만 현명하고 덕이 넘치는 조 선배님이 계시니 장차 ‘여의주’처럼 귀하게 빛나는 명소로 거듭나리라 확신한다. 
 

자전거 카페 ‘거리’ 오픈식에서 시계를 선물하고. 가운데가 한국산악자전거협회 노기탁 이사, 오른쪽은 협회 강대성 전무
조용연 님께 시계를 선물하고

 

자전거 카페용 맞춤의자 ‘철변-철티비의 변신’
한국산악자전거협회의 노기탁 시설이사가 자전거 카페를 오픈했다. MTB 종목 중에서 가장 와일드한 다운힐 선수로 초창기에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코스를 설계하고 시공한다. 코스 펜스 등의 시설물을 설치하다 보니 자전거 거치대 같은 것을 만드는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이름도 ‘거리’이다. 스트리트(street)가 아니라 행거(hanger)? 또는 후크(hook)?이다. 무식한 뽈락은 7121로 읽었다. 축하 선물로 자전거 시계 ‘달리고 싶다’를 주었다. 생업에 바빠 자전거 탈 시간이 없는 노 이사의 마음을 나름 헤아려 본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전거 프레임과 포크로 만든 카페 의자는 화성의 노이사 공장에서 탄생한다. ‘철티비’라 불리는 저가 생활자전거의 프레임과 포크로 자전거 카페에 어울리는 의자를 만든 것이다. 변기에 앉아 보는 만화가 압권이듯이 안장위에서 명상을 즐기는 자전거 매니아를 위한 특별 맞춤의자이다. 이름은 ‘철변-철티비의 변신’으로 지었다.
철로 된 프레임은 구하기도 쉽고 커팅, 용접, 다듬기, 도장이 용이하다. 무거운 게 흠이지만 카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의자로서는 오히려 묵직해서 든든하다. 앞삼각의 다운튜브에 헤드튜브를 연결하고 포크를 끼워 뒷부분을 지탱한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린 헤드튜브와 포크를 이제는 후미에 배치한 역발상이다.
체인스테이를 구부린 모습은 사슴다리처럼 우아하다. 심심풀이 페달을 달고 나니 “차르르” 하는 라쳇소리가 그리워져 프리휠을 달아 체인을 연결하려 고민중이다. 물통 케이지도 부착하고 예쁜 스티커도 붙이고 싶다. 그래서 ‘철변’은 계속 변신 중이다. 예쁜 딸에게 백마 탄 왕자님이 생기길 기대하듯이 자전거 의자를 만들고 나니 어울리는 탁자 구상에 머리가 한올 한올 빠져 바람에 흩날린다.

수명을 다한 자전거들
프레임 해체 작업
스프라켓 해체 작업
‘철변’의 변신 중 모습
CNC 공장
자전거 카페 의자

 

CNC 가공 도전, 그리고 자전거 시계탑 
이번에 만드는 자전거 시계는 사각형이 아닌 반원과 다이아몬드형이라 형태를 만들기가 까다롭다. 공방의 안선생은 새로운 기법, 즉 CNC 전문 커팅업체에 의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 전에 CAD로 2D 도면을 그려야 한단다. 컴맹인 뽈락에겐 ‘그림 속의 떡’인 셈이다.
하드보드지로 실물을 그리고 오려서 가방에 넣고 인천공항행 전철에 올라 청라역에 내리니 최병용 전무가 마중을 나왔다. 일요일이라 쥐도 죽어 있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마치 독립군 작전하듯 도면이 그려져 나갔다. 최전무는 코렉스 입사 선배로 자전거 개발 전문 엔지니어로서 지금도 현역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코렉스 시절부터 항상 뽈락 도우미를 자처하는 ‘원조 귀인’이다.
의왕에 있는 태현우드에서 고무나무 한판을 오려서 박스에 담고 출발할 때는 쏟아 붓는 비에  자동차 와이퍼가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CNC 가공으로 깔끔하게 잘랐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목공방에서 체인이 들어갈 지름 10㎜의 홈 24개를 파낸다. 로우터로 안쪽 면치를 한다.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나무판 2장에 목공풀칠을 하여 클램프로 고정한다. 그리고 나서 사포질, 다시 형태를 맞추어 고정, 사포질, 바니쉬 칠이 차례로 마무리 되면 액자 틀 완성이다.
이제 길이에 맞게 커팅하여 나사산을 낸 스포크를 중심부의 코그에 끼운다. 바깥쪽 체인과 니플로 결합시켜 탱탱하게 텐션을 조절한다. 눈 모양의 ‘시선’은 체인, 스포크, 코그를 실버톤으로 통일하고 바탕을 어둡게 처리하여 반짝이는 눈동자를 강조한다. 날카로운 표창 같은 다이아몬드형의 ‘영원’은 여러가지 컬러로 시인성을 주고 중앙부위에는 루비처럼 핑크색으로 화려함을 더한다.
목공방의 구석에서 불안에 떨고 있는 자투리 나무판으로 쉬엄쉬엄 자투리 시간에 만들어 본 것이 자전거 시계탑이다. 정삼각 기둥에 구멍을 파서 시계를 심었다. 풀리에 체인을 둘러 시계바늘의 배경으로 삼고 세 모서리에는 원형기둥도 세웠다. 받침대는 원형의 아카시아 나무판으로 하고 외기둥 역시 원기둥으로 하여 그 위에 본체를 올렸다. 지붕은 삼각뿔 모양으로 하고 첨탑은 원형 체인으로 마감한다. 체인 플레이트에 금색 도장을 하여 본체와 지붕의 장식물로 사용한다. 삼면에서 째깍거리는 소리는 영혼을 살피는 기도소리처럼 들려온다. 하여 ‘자전거 안전 기원탑’이라 부른다. 아미타불… 할렐루야!
 

하드보드 금형
자전거 시계 ‘영원’
자전거 안전 기원탑

 

귀인은 등잔불 밑에 
화룡점정! 계약서 작성하고 도장을 꽝 하고 찍어야 효력발생이다. 뽈락에게도 그런 도장 즉 ‘불도장’이 생겼다. 아들 초등학교 어머니회의 인연이 이어져 부부모임으로 발전한 은비네가 이 불도장을 선물해준 것이다. 5평 남짓의 비좁은 공장 겸 사무실에서 부부가 공생·공작한다. 가죽 등에 라벨을 찍는 금형을 전문으로 만들고 라벨작업도 한다.
책상위에는 황동 뭉치가 키재기로 가득하다. 자세히 보니 새겨진 글자들이 전부 거꾸로다. 어릴 때 학교 철봉에 나무늘보처럼 거꾸로 매달려 바라본 풍경에 신기해한 기억이 난다. 이 부부는 항상 세상을 ‘거꾸로’ 봐야 살 수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항상 ‘바르게’ 열심히 살아가는 잉꼬부부이다.
얼굴과 이름은 분명 내것인데 남들이 더 자주 보고 사용하듯이 닉네임 또한 마찬가지리라. 통영 앞바다 매물도에서 건져 올린 ‘뽈락’이란 별명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나름 재해석해본다. 보면 볼수록 (그래서 쌍 비읍) 즐거움을 주는 사람… 상대가 나를 보면 볼수록 즐겁도록 처신을 잘 해야 되겠고 나 또한 사람이나 사물을 즐거움으로 대한다면 여유와 웃음이 그득하겠지 라고. 이런 좋은 다짐을 내 가슴에까지 불도장으로 새겨준 은비네는 ‘거꾸로 귀인’이다. 역시 파랑새는 먼 곳이 아닌 집안에 있듯이 귀인도 등잔불 밑에 있더라. 

‘불도장을 만들어준 '거꾸로 귀인' 부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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