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로드와 e카고바이크 대거 등장, 로드의 전동화 급물살

2019 EUROBIKE
e로드와 e카고바이크 대거 등장, 로드의 전동화 급물살
올해 유로바이크는 e카고바이크와 e로드 두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e카고바이크는 작년부터 대량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전동화와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을 것 같았던 e로드의 확산은 예상밖이다. 대부분의 주요 메이커가 e로드 제품을 내놓았는데, 이는 모터와 배터리, 전동 구동계의 발전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e로드는 겉보기에 전기자전거 티가 나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일찍부터 e바이크에 주목한 비앙키는 e로드와 eMTB 등은 물론 e-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워 e바이크 트렌드를 이끌었다

  

전기자전거와 일반 자전거, 로드와 MTB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로드 프레임에 MTB 타이어가 장착되고 eMTB에 모터와 배터리가 프레임 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제28회 유로바이크가 2019년 9월 4~7일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14개월 만에 열렸다. 1400여 개의 참가업체와 각종 이벤트, 관람객의 숫자는 작년보다 늘어 지난날의 영화를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관람객을 위한 충분한 휴식공간이 생기고 식사시간에 길게 늘어서던 줄이 줄어든 것으로 알 수 있었다. 

e카고바이크 급증
이번 유로바이크의 특징은 e카고바이크의 대거 출시였다. 작년부터 많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A1홀을 ‘CARGO AREA’로 꾸미고 다양한 형태의 e카고바이크가 선보였다. 다른 홀에서도 다채로운 개념의 e카고바이크가 전시되었다,
간단한 배달용에서 250kg의 대용량까지 다양한 e카고바이크가 등장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여러 부문에서 e카고바이크가 이미 상용화되고 있고 전용부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부분의 자전거 회사는 전기자전거 출시는 기본이고, e로드와 e카고바이크를 만드는 회사인지 일반 e바이크를 만드는 회사인지로 나눠야 할 것 같다.

e로드의 약진
이번 유로바이크에서도 장르 경계의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전기자전거냐 아니냐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뚜렷한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가벼움이 생명인 로드에도 모터와 배터리가 접목되고 타이어가 두꺼워지는 트렌드다. 프레임은 로드인데 MTB 바퀴를 장착한 e바이크가 선보였다. 일종의 그래블바이크 스타일이다.
많은 회사가 그동안 출시하지 않았던 로드 계열의 전기자전거를 대거 내놨다. 올해초 국내 모빌리티 전시회(코빌)에서 벨로스타가 e로드를 선보였지만 라이더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정작 로드를 타는 라이더는 관심이 없고 다른 장르의 라이더들이 e로드에 관심을 보여서 출시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유로바이크에서 전세계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서 국내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e카고바이크는 이름만 같을 뿐 구체적인 용도와 디자인은 천차만별이다. 휠체어 적재용 e카고바이크
e카고바이크의 확산에 따라 크기와 성능을 키운 e카고바이크 전용 브레이크 패드까지 등장했다
올해 유로바이크는 작년보다 참가업체가 늘긴 했지만 바이어는 전성기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하강국면의 세계 자전거시장이 바닥을 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로바이크 어워드에 뽑힌 e로드. MTB 타이어를 단 그래블바이크 스타일이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이 약세인 유럽은 기회의 시장
유로바이크는 자전거 트렌드를 읽을 수 있고 전세계 자전거 시장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EU의 반덤핑 관세로 중국산 전기자전거의 EU 수출이 어렵게 된 상황이어서 시장의 변화하는 기운을 읽을 수 있었다. 세계를 접수한 중국산 전기자전거가 유난히 힘을 못 쓰는 곳이 자전거의 본고장 유럽 시장이다.
달라지는 시장 상황에서 중국 회사들의 발 빠른 대응과 EU 시장의 변화는 눈여겨 볼만하다. 그동안 중국의 독주에 손 놓고 지켜만 봐야 했던 한국과 동남아 자전거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유럽과 국내 자전거시장은 침체를 겪고 있지만 유럽 시장에 선보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나노카본 기술의 위아위스는 점차 세계적인 브랜드로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알톤은 5년째 유로바이크에 부스를 내고 e바이크를 소개했다


유명 브랜드의 영고성쇠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전거 그룹인 네덜란드 엑셀그룹의 모든 브랜드 부스가 보이지 않은 것은 충격이었다. 하이바이크, 고스트, 라피에르 등 조 단위의 매출을 자랑하던 그룹 전체의 부스가 사라진 것이다. 큰 회사들은 늘 해왔던 부스 위치를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다. 매년 12개의 큰 전시관 중에 같은 위치에 그들만의 자존심인 영역표시가 있었다.
늘 한결같았던 여행용 자전거 셜리의 부스도 없었다. 작년에는 유난히 초라했던 다혼은 다시 화려한 부스를 2곳에 나눠서 전통의 다혼 모델과 다양한 전기자전거, 킥보드까지 선보였다.
작년에 유난히 찾기 힘들었던 브롬톤 부스도 다시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고 작년에 참가하지 않았던 쿨스탑 브레이크도 다시 예전의 자리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라지는 부스가 있는 반면 영역을 키워서 약진하는 브랜드도 눈에 보였다. 그들만의 한결같은 색상을 고수하는 비양키는 기존의 로드와 MTB는 물론 일찍부터 전 영역에 e바이크를 도입해서 가장 다양한 장르의 제품들을 선보였다. 올해는 부스 전면에 e바이크의 새로운 장르라는 ‘e-SUV’를 내놓으면서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브롬톤을 앞세운 브롬톤 부스도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다혼은 2개의 부스를 차리고 전동킥보드와 특허가 풀린 브롬톤 타입의 미니벨로를 내놓았다

 


대세가 된 e카고바이크
작년에는 7월 초에 열리는 바람에 올해 쇼는 거의 14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참여업체는 작년보다 늘었고 각종 이벤트도 늘어났다. 세계 자전거시장은 영화를 누리던 몇 년 전 정점을 찍은 후 한동안 내리막을 타다가 이제야 바닥을 찍은 느낌이다. 
2017년 필지가 쓴 유로바이크 기사의 키워드가 ‘전기자전거이거나 전기자전거가 아니거나’였다면, 올해는 e카고바이크와 e로드의 대거 등장이다.
유럽 시장에서 e카고바이크는 우편이나 특송 업체, 단거리 배달용으로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다. e카고바이크는 가장 친환경적이고 최소비용의 운송수단으로, 친환경과 경제성을 따지는 유럽인의 생활습관과 딱 맞아 떨어졌다.

 

새로운 구동계의 등장 
크랭크축 내장 변속기 커벨로(KERVELO)가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모터와 크랭크축에 장착된 6단 내장 변속기로 323% 변속 범위와 3.7kg의 비교적 가벼운 250W 모터로 70N·m의 힘을 낸다. 이상적인 e바이크 구동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내장 변속기는 뒷바퀴 허브형인 롤로프나 시마노 내장기어가 있지만, 이 방식은 크랭크축에 바로 변속기가 내장된 일반형은 물론 모터까지 장착된 세트도 나와 올해 유로바이크 어워드 상을 받았다.
이 방식이 대중화되면 뒤 변속기는 사라지고 벨트 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 변형이 가능하며, 사용하기는 더 쉬워진다. 하지만 이 방식의 대중화는 멀고도 험하다. 프레임 자체를 전용으로 만들어야 해서  세계 시장에 상용화시키기에는 너무나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혁신적인 구동계가 선보였지만, 기존 구동계인 체인과 스프라켓 형태의 틀을 벗어나 대중화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래도 장점이 워낙 커서 필자는 가장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크랭크축 내장변속기 커벨로는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크랭크 내부에서 변속이 이뤄져 뒤 변속기가 없지만 전용 프레임이 필요하다
시트포스트에 내장되는 초소형 컨트롤러
새털처럼 가벼운 카본 액세서리

 

전기자전거도 가벼워야 한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자전거 무게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자전거 무게 1kg 줄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몸무게 2kg 줄이는 것이 더 간단하고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몸무게 2kg 줄이는 것보다는 1kg 가벼운 자전거가 더 잘 나간다. 그래서 e바이크도 가볍고 구름성이 좋은 고가의 부품들을 사용해 보다 가볍게 만들고 있다.
훨러의 10.2kg 전기자전거, 제우스 휠 전동계를 사용한 10kg의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새털처럼 가벼운 액세서리가 나오기도 했다.

미니벨로 스타일이지만 리어쇽과 배터리를 달고도 10.5kg을 달성한 e바이크
윌리어는 10.2kg의 완성형 e로드를 내놓았다

 

유로바이크에 참가한 국내업체
대만과 일본에 이어 KOREA관이 따로 마련되었다. 유로바이크에 참가하는 한국 업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벌써 5회째 참여하고 있는 알톤을 필두로 고품질 카본 자전거를 생산하는 위아위스 외에 다양한 업체들이 EU 덤핑관세에 자유로운 한국제품을 선보여 유럽 바이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실제로 제품 상담이 많이 이루어졌다.

 

유로바이크 어워드
전시장 입구의 반대편인 동쪽 홀은 유로바이크 어워드 상을 받은 제품들을 전시하고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다. 필자가 가장 먼저 둘러보는 곳이다. 전시된 수상제품들을 통해서 내년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올해도 이곳에서 스타트업 업체들의 제품발표회와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 아이디어 제품만 선정되는 유로바이크 어워드 관. 완성차는 e로드가 많이 뽑혔다
탑튜브와 다운튜브에 시스템이 내장된 e바이크용 ABS 브레이크
유로바이크 어워드를 받은 커뮤터 캐리어. 충격을 줄여주는 서스펜션 장치가 된 캐리어로 안전등은 물론 블루투스, 와이파이, GPS로 휴대폰, 속도계와 연결되고 도난을 방지한다

 

트렌드를 볼 수 있는 B2B 축제 
2019 유로바이크는 2달이나 일찍 당겨서 열린 2018년에 비해 참가업체 수와 바이어가 늘어났다.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서 성장하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었다. 세계 최대 바이크쇼인 유로바이크의 부스 면적은 곧 자전거 회사의 규모이자 그들만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유로바이크에 선보이는 한국제품들에 유난히 애착이 간다. 일반 자전거로는 늦었지만, 전기자전거나 IT기술이 접목된 아이디어 제품으로 한국 부스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유로바이크는 내년에 출시할 신제품을 바이어에게 미리 선보이고 주문을 받는 B2B 시장으로  전세계 자전거 업계 종사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축제의 장이고 사업장이다.
미래의 자전거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자전거를 좋아한다면 4일의 관람기간이 짧아서 구석구석 많은 이벤트까지 관람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자전거 트렌드나 산업, 디자인에 관심 있다면 유럽투어를 겸해 유로바이크와 유럽의 자전거 문화를 경험해 보기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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