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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락선생 공방 ①-자전거 부품과 목재를 이용한 뽈락표 ‘자전거 시계’ 제작기

기사승인 2019.09.07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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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클을 리사이클하다!

뽈락선생 공방 ①
사이클을 리사이클하다!
자전거 부품과 목재를 이용한 뽈락표  ‘자전거 시계’ 제작기


일본 도쿄사이클디자인전문학교(TCD)에서 3년 유학을 할 때부터 구상하고 제작하기 시작한 ‘자전거 시계’는 나의 새 프로젝트다. 낡은 자전거 부품과 목재를 이용해서 다양한 테마로 만드는 자전거 시계는 뽈락만의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태어났다. 나무 액자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목공을 배우고 그동안 수집해둔 온갖 부품들을 조합해 차근차근 머리에 그려둔 디자인을 구현해 나간다. 내게 은혜를 베풀어준 ‘귀인’들을 위해 먼저 만드는 만큼 힘들고 복잡한 제작과정도 보람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일본 유학시절 만든 ‘꿈꾸는 다락방’의 작품들일본 유학시절 만든 ‘꿈꾸는 다락방’의 작품들

돌이켜 보면 어릴 적부터 혼자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해서 다양한 재료 모으기에 심취했다. 초등학교 시절 시골 통학길은 비포장이었고 학교는 꽤 멀었지만 걸어서 다녀야 했다. 그때 심심찮게 눈에 띈 것은 뒤뚱뒤뚱 고물차에서 떨어져 자유를 찾은 각종 쇠붙이였다. 심지어 움푹 패인 길 웅덩이에는 기다란 판스프링 조각도 있었다. 어디에 쓰였던 놈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아 주워 와서 깨끗이 씻어 모으다 보니 졸업할 때쯤은 양쪽 6단 책상서랍이 꽉 차서 제대로 닫히지를 않았다.

한때 낚시에 심취했을 때는 6자루 릴 낚시대를 한꺼번에 설치할 수 있는 받침대를 만드느라 밤잠 설치며 도면인지 지렁이 발자국을 어지럽게 그려놓고 자투리 각목을 구해 작업에 들어갔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비너트를 사용한 최초의 조립식 받침대를 완성했을 때 특허(?)를 신청 못 한 것을 아직도 후회한다. 놓친 고기가 크고 남의 햄버거가 더 맛있게 보이더라.

 

도쿄사이클디자인학교(TCD) 축제 때 일부러 팔지 않으려고 높은 가격표를 붙여놓은 ‘야바위꾼(?)’

 

운명이 된 두바퀴
생계를 위해 우연히 들어간 자전거 공장. 그리고 잘 팔리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타게 된 자전거가 이제 피와 영혼이 되어 온몸에 퍼져 나의 숙명이 되었다. 365일 매일 자전거만을 생각하고 하루도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숑숑 돋는다. 안장에 오르면 엄마 뱃속처럼 편안해지고 생각들은 제자리를 찾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처럼 자전거 안장위에서 상대성이론을 착안하고 마릴린 먼로를 생각하는, 과학과 사랑을 넘나들지는 못 하지만 나름 뽈락만의 움직이는 연구실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다. 존경하는 자전거여행가 차백성 선배님에 따르면 “언필칭 전문가의 반열에 오르려면 적어도 하루 8시간, 최소 10년 이상은 몰두해야 하고 관련 서적은 두 권 이상 내야 한다”고 했다. 몸소 체득한 여행 고수의 1만시간의 법칙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뽈락은? 세월 커트라인은 그럭저럭 넘겼다지만 아직까지 얇은 책 한 줄 못 쓰고 있으니 한심 가소롭기 짝이 없다. 


지인들도 감염된 컬렉션 고질병 
뽈락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불치병이 있다. 바로 어릴 적부터 앓아 온 컬렉션 고질병이다. 자전거에 심취하면서 취미가 ‘자전거 타기’란 사람을 만나면 죽은 지아비가 살아 돌아온 듯 반갑고 자전거란 글귀가 들어간 책은 무조건 사서 탐독한다. 자전거생활 잡지는 창간호부터 현재까지 열혈 구독이다.
일본 유학시절에는 자전거 박물관, 문화센터 등은 물론이고 경륜장에서 가끔 열리는 자전거 프리마켓은 필수 참관해서 자전거 미니어처, 우표, 배지 등을 사느라 지갑이 홀쭉해졌다. 회사에서 가는 타이베이 자전거쇼나 미국의 인터바이크쇼 등의 전시회에서도 구석구석을 뒤지느라  쌍심지에 불을 켜고 다닌다.
바람 부는 날인가, 동부시장을 거닐다가 자전거 그림의 T셔츠를 입은 여인에게 말을 걸었다가 작업 거는 걸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황학동 벼룩시장도 두 달에 한번 씩 출장을 나가서 혹시 길 잃은 자전거 소품이 없나 둘러보고 온다. 하여튼 자전거의 ‘자’ 자만 붙은 것이면 보이는 족족 주머니에 넣었다. “오빠, 인사동 왔는데 자전거 소품이 있네. 사 갈까?” 주변 지인들도 나의 불치병에 슬슬 동참하고 있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 걸려 있는 자전거 액자가 탐이 나서 음식이 코로 들어가고 있다. 쾍쾍~


‘자전거 시계’의 탄생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이렇게 제법 오랜 세월 이것저것 모으다 보니 나름 요령도 생기고 드디어 부지런한 손이 납시기로 했다. 이른바 ‘메이드 바이 뽈락’의  자전거 시계이다. 슬로건은 거창하게도 ‘사이클을 리사이클하다’이다. 환경운동기본인 ‘줄이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Reduce, Reuse, Recycle)’ 3R의 일환이다.
억수로 많이 타서 닳고 닳았지만 추억 덩어리라 버리기 아까운 자전거도 있다. 특히 얼마 달려 보지도 못하고 녹슬어 버림받는 자전거는 유기견과 같은 신세 아닐까. 이런 자전거의 부속들을 재조합해 시계를 심장으로 장착해 주면 찰칵찰칵 제2의 인생이 돌지 않을까? 요즘 정크 아트도 유행한다고 하던데…. 일본 유학을 가기 전에 몇 개를 만들어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뻥” 치며 돌렸다. 너무 허접해서 그 분들이 뒤통수를 “뻥” 칠까 헬멧은 꼭 쓰고 다닌다.
일본 유학시절 혼자만의 두평반 작은 방은 지난 세월을 반성과 성찰하게 하는 서대문형무소였다가 어둠이 내리면 아이디어가 별처럼 여기저기 빛나는 꿈꾸는 다락방으로 변신한다. 초롱초롱
자전거를 타고 해안길을 가노라면 한 구비 돌때마다 새로운 풍경에 설레게 마련이다. 계획은 수정되기 위해 만들어지고 인생은 뜻하지 않음의 계속이라 했던가? 처음에는 자전거만 배우고자 일본 유학을 왔기에 후지산에 오르고 일본열도를 종주하며 자전거 시계를 만들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 

 

자전거 소품으로 가득한 필자의 남양주 사무실
수집한 자전거 관련 배지
일본 유학시절 기숙사 벽에 붙여 놓은 자전거 관련 사진들
자전거 우표

 


일본 유학시절, 학교축제에 출품 
도쿄사이클디자인전문학교(TCD)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히딩크보다 언제나 배가 고팠다. 그 영혼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허덕대던 중 ‘자전거 시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작심삼일-작은삼촌’이 되기 싫어 목표를 가을에 열리는 학교축제에 출품하는 것으로 정했다. 체인, 스프라켓의 코그, 뒷변속기 풀리를 조합하고 주변의 나무박스를 모아서 ‘기본형 자전거 시계’를 만든다. 이름하여 ‘달리고 싶다’이다. 그동안 몹쓸(?) 주인을 만나 담벼락에서 비만 맞고 우두커니 서 있었을 것이다. 표준형 박스가 없다보니 그때그때 사이즈가 바뀐다. 나만의 액자를 만들기 위해 목재 마트에서 각재와 합판 그리고 톱도 장만한다. 흥부네 톱도 아닌데 밤새도록 쓱싹쓱싹이다.
어느 날 우연히 7단 체인으로 니플을 고정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다. 뽈락에게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자전거의 대표적인 상징인 바퀴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앙부위가 될 코그의 테두리에 스포크가 들어갈 수 있는 12시간의 홀을 낸다. 학교 선생은 뭘 만드는 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렇게 만든 것이 사각형의 ‘일출’과 눈 모양의 ‘시선을 느끼며’이다. ‘영원’은 이름 그대로 다이아몬드 형태다. 내친 김에 10㎜ 파이프 2개를 둥글게 말아 용접해서 만든 것이 이름도 거창한 ‘세상의 중심’이다. 여성용 자전거도 있듯이 스프라켓과 체인이 여성을 지켜주는 매니큐어 보관함은 데이트 시간을 알려 주고 있다. 고물 자전거의 새로운 변신에 축제 참가자들은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이른바 고가 마케팅으로 가격을 좀 세게 붙여 놓았더니 “야베(헐)!” 하면서 살포시 사라진다. 뽈락이 어쩌다 야바위꾼으로… 오호통재라!

 

자전거 액세서리
우표 전시 액자
필요한 부품을 담아놓는 철물통
곡면을 잘라내는 스카시 작업
자전거 배지 전시 액자
필자의 사무실 벽을 장식한 자전거 작품들
스프라켓과 체인을 이용해서 만든 ‘병따개’
눈을 형상화한 작품 ‘시선을 느끼며’
다이아몬드 형태에서 따온 ‘영원’
림까지 활용한 ‘세상의 중심’
‘내가 감옥인가, 세상이 지옥인가.’ 유학시절 외롭던 순간을 스포크 쇠창살로 표현했다

 

목공소 수업 등록 
일본 라멘과 돈가스의 공통점은 둘 다 태어난 곳이 분명 일본이 아닌데도 원조보다 더 진짜 원조로 착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베끼기에서 높이뛰기한 청출어람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어떤 아이템이라도 40년 안에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단다.
1960년대 시마노는 캄파놀로의 부품을 분해하고 분쇄하여 대학에 성분분석을 의뢰하고 선투어로 유명한 마에다 공업의 가와이 준조 사장은 유럽의 유명 자전거 파츠들을 사서 협력회사에 나누어주고 연구하게 했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인들에게서 배울 점은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면 원조를 뛰어넘는 명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뽈락도TCD의 프레임 빌딩과 조립 수업에 임할 때는 한번 더 생각하고 다듬어서 이왕이면 세련되고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귀국하여 자전거 시계에도 이 습관을 적용하여 특히 테두리, 즉 액자 부분을 이루는 목공 분야를 고급화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괜찮은 곳이 어디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인가, 박지성인가? 기분 좋은 날 바다미와 함께 중랑천을 거슬러 올라 의정부를 관통하고는 청학리 국도를 따라 흐르다가 별내 신도시에 접어들었는데 길가에 수줍은 듯 조그만 목공소 간판이 손짓을 한다. 어여 와! 기다렸잖유~!

 

보석함 시계를 완성하고 목공소 동료들과 함께

 

귀인은 목공소에도 
7월부터 3개월 초보자 코스를 등록했다. ‘목담’이란 목공소인데 나무 이야기인가? 나무가 태어나고 자란 대지의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한자 쉴 휴(休)에 보듯이 인간은 살아서는 나무 밑에서 쉬다가 생명이 다하면 죽은 나무속에 들어가 영원한 휴식을 취한다. 이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부모님과 동기동창이라고 확신한다.
공방은 1층 남향에 3면이 유리창이라 햇볕은 도둑고양이처럼 수시 출입이요, 바람은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다. 일주일에 화·목 2시간씩 2번의 수업이다. 자연을 품은 목공소의 입지와 마음씨 넉넉해 보이는 주인장의 모습에 숲속에 들어온 듯 푸근하다. 처음 소반을 짜고 보석함을 만드는 3주차에 선생과 말문이 트였다. 안선생은 원래 어릴 적부터 음악에 빠져 있었는데 자연스레, 아니 당당하게 음향기기 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단다. 그러다 명품 스피커의 상자가 허접한 MDF(중질 섬유판)란 사실에 경악하여 직접 원목으로 상자를 만들기 위해 목공소를 드나들게 되었단다. 그러다 늦게 배운 도둑질, 아니 목공에 날 밤 새는 매니아가 되었단다.
이제 목공 시작 5년차이지만 전문설비와 자작 연구기계 등이 즐비하다. 잘 생긴 바다미의 간략 역사를 얘기했더니 TCD 경력과 손재주를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유유상종’ ‘초록동색’ 아무튼 ‘미친 사람’끼리 만났으니 의기투합이다. 초급과정이지만 정규과정은 생략하고 매일 와도 좋고 만들고 싶은 것 만들면서 질문만 하란다. 그리고 웬만한 나무는 그냥 쓰란다. 역시 귀인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을 치고 있다.

 

필자의 작업실이 된 목공소

 

누군가를 생각하며 설레는 작업 
그 동안 괄시 당했던 자전거 부품들을 괄목상대 넘버원으로 완성하기 위한 액자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바다미도 덩달아 좋아한다. 우선 원목과 합판 재료를 선생에게 주문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맛이 나듯이 새 시계는 새 나무를 켜서 만들기로 한다. 만드는 이는 비록 헌(?)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이태리타월로 빡빡 밀어 새롭게 새롭게 만들었다.
나무가 들어오는 날에는 목욕재계하고 시루떡에 막걸리로 ‘고시래’라도 해야 하나? 점차 시야를 넓혀 툭 건드리면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은 메이플, 고급스런 초콜릿 컬러의 월넛과 불그스름한 색깔로 여성들에게 초인기인 체리목 등 다양한 나무들의 속살도 궁금해진다. 그동안 짬짬이 자투리 목재로 철물함, 자전거 우표 액자, 금숙이 보물함을 만들다 보니 벌써 나무 켜는 톱 소리가 정답게 들리고 톱밥 내음이 달콤하다. 한달도 안 돼 나무의 세계에 홀딱 빠져 들고 있다. 뽈락이 이렇게 헤픈 남자였어?
옆에서 명품 개집을 만들고 있는 중급반 선배가 스케치북의 도면을 보고는 말을 건다. “선생님, 그 시계 팔려고 만드시는 거예요?” (여기서도 호칭이 부담스런 ‘선생님’이다. 농땡이 치지 말라는 사전 포석인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디자인이라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그동안 신세진 ‘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만드는 거랍니다. 그래서 디자인하고 부품 하나하나 다듬는 게 즐거워요. 받는 분의 환한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오래전부터 바다미와 뽈락에게는 조그마한 꿈이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담한 공간에 ‘VeloRama’ 즉 자전거 풍경을 담고 싶은 거지요. 그동안 나름 모아온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자전거 친구들을 세상에 데뷔시키는 거죠. 친구는 많을수록 좋듯이 더 데려오고 싶어요. 자전거 시계를 만들어 귀인들의 자전거 애장품과 물물교환 했으면 하는 것이죠. 멋지고 아름다운 친구를 맞이하려면 물론 본인도 곱게 차려 입어야 되겠지요.”
때맞춰 창밖 너머 바다미가 윙크를 한다. 뽈락 니 머리속에 뭐가 굴러다니는지 안다는 신호다. 그래 지금 영화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고 있다, 왜? 드디어 가석방된 레드(모건 프리먼 분)는 구두를 목에 걸치고 해변을 걸어오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앤디(팀 로빈슨 분)는 친구와 함께 할 목선을 즐겁게 손질하고 있는 장면이지. 4반세기가 흘렀건만 어제 대낮처럼 또렷하고 가슴 안에서는 목선이 통통거리며 뛰고 있지. 지금 누군가를 위해 나무를 다듬고 있는 이 시간이 바로 가슴 설레는 행복의 무아지경이리라! 스르륵 스르륵~


수많은 작업 끝에 2종 완성!
무섭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장마의 먹구름이 부지런히 장대비를 뿌려대는데도 연일 체온과 비슷한 37~8도로 푹푹 삶아대고 있다. 아스팔트는 이미 삼겹살 불판처럼 뜨거운데 몸을 짓누르는 뽈락이 오늘은 더 무거워졌다고 바다미가 투덜투덜이다. 40년째 상계동 보람아파트 앞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하고 있는 문사장네 가게에 들렀다가 구석에서 바퀴벌레 은신처가 되어주던 일반차 7단 스프라켓과 체인, 뒷변속기를 챙겼더니 배낭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사정없이 준수한다.
내친 김에 20여km를 달려 남양주에 있는 김사장 공장에 가서 배낭을 열었다. 교회의 십자가를 만드는 공장이면서 뽈락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철물 작업장이다. 바이스에 스프라켓을 고정하고 코그를 한장씩 분리한다. 연마기로 자르기도 하고 고르게 다듬기도 한다. 스포크를 알맞게 잘라 나사산을 낸다. 체인도 필요한 만큼 자른다. 다음은 페인팅을 한다. 200여가지의 크고 작은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전거에 비하면 손바닥 뒤집듯 간단한 공정이지만 뽈락에게는 소중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주문한 나무 재료가 도착했다. 스프러스라 불리는 가문비나무 합성목과 바닥재로 쓸 5t 무늬목이다. 본격적으로 자전거 시계의 액자를 만드는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하니 자못 기대에 부푼 심장이 가만히 있질 못한다. 먼저 4×8의 원판을 테이블소로 400㎜ 폭으로 자르고 다시 도면에 맞게 토막을 낸다. 그리고는 테두리를 처리해주는 로우트란 기계로 뒷면과 앞면을 깎아낸다. 다시 토막들의 양쪽 끝을 45도 각도로 잘라 영귀맞춤(각도로 잘라 다각형이 되게 접합)을 시도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각목 재료와 풀 그리고 고정구 등을 챙겨 집으로 향한다. 주방은 순식간에 작업장으로 변하고 넓은 식탁은 훌륭한 작업대이다. 목공풀을 골고루 바르고 세팅한 후 전용 클램프로 1차 조인 후 삼각자로 90도 체크가 되면 단단히 조이고 2시간이 지나서 풀면 완벽한 직사각형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다시 목공방에 가져가서 체인 등 철물이 들어갈 홈을 판다. 그리곤 사포 작업이다. 귀찮다고 대충했다가는 칠한 후에 분명 후회하는 걸 아니까 지겨워도 손은 쉴 줄을 모른다. 마지막 투명 바니쉬를 듬뿍 칠해주고 5분 뒤 마른 헝겊으로 깨끗이 닦아주면 황금색 나무결이 빛을 발한다. 야호~!
먼저 이번에는 2종류의 자전거 시계를 완성한다. 기본형인 ‘달리고 싶다’와 자전거 바퀴 즉 은륜에 햇살이 비치는 ‘일출’이다.
처음 도면을 그리면서 그리고 나무를 다듬고 자전거 부품들을 매만지며 상상했던 그것이 기적처럼 내 앞에 오똑 서있다. 반갑다, 기쁘다, 고맙다!
그리고 다음에 만들 다이아몬드의 ‘영원’, 초콜릿 컬러의 에쉬로 제작할 ‘시선을 느끼며’와 새로운 디자인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가 멀리서 바인딩 신발 소리처럼 “딸칵딸칵”하면서 다가오고 있다. 이 모든 게 다름 아닌 자전거가 주는 기쁨이자 행복이 아닐까! 

 

‘일출’의 기본 설계도. 스프라켓에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았지만 체인 롤러 틈에 니플이 꼭 맞아들어가 기뻤다
‘일출’의 세부 구상안
‘달리고 싶다’ 설계도
모서리를 고급스럽게 마감했다
‘일출’
‘달리고 싶다’

 


김태진(한국산악자전거협회회장) choyy@nate.com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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