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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의e-바이크에세이-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

기사승인 2019.09.03  06: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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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제발 “안단테 안단테~”

예스맨의e-바이크에세이
이제는 제발 “안단테 안단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유

 

하필 구하기 어려운 희귀 부품이 고장 났는데도 당장 하루만에 고쳐달라는 고객이 적지 않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겉보기에는 간단한 고장 같으니 쉽게 생각하고 빨리 고쳐달라고 성화다. 자전거 업계에 있다 보면 한국인의 이 못 말리는 ‘빨리빨리’ 문화를 너무나 절감한다. 비단 자전거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이제는 기다림의 미학과 여유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퇴근길 안양천 합수부에서 본 여유로운 풍경

 

첫번째 이야기
“베어링 하나 못 구하나?”

금요일 늦은 오후 필자의 회사로 전기자전거의 앞바퀴 스포크 한 개가 부러진 고객이 수리를 위해서 방문했다. 즐거운 주말 라이딩을 앞둔 금요일 저녁에 부러진 스포크를 발견하고 마음이 급해서 찾아왔다. 스포크 하나 갈고 휠 밸런스를 잡는 일이라 간단히 수리해서 바로 출고가 가능하기에 가출한 스포크를 가공해서 끼우고 밸런스를 잡는데 이상하게 기준점이 자꾸만 틀어져 밸런스를 잡을 수가 없었다. 원인을 찾아보니 앞바퀴 허브 베어링 두 개 중 한 개가 망가져 기준점이 되는 축이 흔들리고 있었다. 망가진 베어링부터 교환해야 밸런스 작업을 할 수 있어 지금 바로 출고할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소비자는 지금 타고 온 자전거를 다시 타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망가진 스포크 하나 갈아 끼우면 바로 타고 갈 수 있을 줄 알고 급하게 왔는데, 바로 타고 갈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내일 무조건 라이딩을 나가야 한다. 빨리 고쳐내라!”
마음이야 얼른 수리해서 출고시키고 싶다. 부품 때문에 달리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를 보면 빨리 고쳐주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 더 무겁다.
그런데 MTB용으로 만든 스루액슬 방식의 허브 베어링은 베어링 전문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비규격 제품이었다. 금요일 오후에 베어링이 있을 만한 곳을 긴급수배해봤지만, 수입사가 바뀌는 바람에 국내에 부품을 보유한 곳을 찾지 못했다. 해외에서 특급배송으로 주문해도 일주일은 기다려야 해서 주말 라이딩에 지장 없도록 대여용 전기자전거를 내드렸는데 다음 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수리 다 됐냐?”고.
금요일 베어링 상태를 보여줬고 국내에는 없는 베어링이라 해외 오더를 낸 것까지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결국 일요일 오전에 망가진 베어링을 그냥 끼우고 스포크 수리만 해서 앞바퀴가 흔들리는 상황에도 출고를 요구했다.
“무슨 자전거 회사가 그까짓 허브 베어링 하나 안 구해놓고 장사를 하나? 내가 알아서 고친다!”
휠세트는 앞뒤 세트로만 팔고 있어 고장 난 것은 앞 휠인데 왜 한 세트를 사야 하냐면서 결국 본인이 알아서 휠을 수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특수 사이즈인 허브 베어링은 굵은 축을 통과시켜야 해서 휠세트 제작사의 용도에 따라 만들어진 비규격 베어링이다. 고객의 고충을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미리 해외사이트에서 주문한 고가의 전용 베어링 13개(저렴하게 주문 가능한 최소수량, 개당 8달러)가 일주일 뒤에 도착해서 계륵으로 남았다.
어차피 다른 곳 가도 수리가 어려운데 국내에서 찾기 힘든 비규격 베어링을 주말 하루 만에 당장 수리해내라고 다그치는 것은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소비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해외에서 주문한 내경 18㎜인 61903-2RS 비규격 베어링
여유로운 퇴근길에 만난 날개구름

 

두번째 이야기
7학년 형님과의 어떤 필연
필자와 전기자전거로 오랜 기간 인연이 이어지는 7학년 형님이 있다. 초기에 필자 말을 안 듣고 갖가지 사고를 치고 반대로 하다가 큰 손실까지 경험하고 나서 이제는 필자 말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라이딩할 때 편한 자세를 위해 미니벨로의 핸들바를 지나치게 높이는 바람에 짧아진 브레이크 유압 라인이 너무 팽팽해져 터질 수 있다고 누차 경고했다. 결국 필자의 예언대로 토요일 라이딩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터져 수리를 위해 방문했다.
토요일 저녁 7시가 넘어 찾아왔고 바로 다음날 라이딩을 하러 가야 하니 바로 고쳐내라고 성화다. 브레이크 유압 라인은 항상 갖추고 있는 부품이 아니고 요즘은 주 5일 근무라 주말에는 수입사에 부품 문의조차 어렵다. 그런데 정말로 이 형님과 필자와는 전기자전거로 연결되는 필연이 있었다.
마침 모터의 이상 코드 문제로 방문 상담 중인 대리점 직원이 형님의 딱한 사정을 듣고 본인이 근무하는 가까운 매장에 브레이크 유압호스가 있다고 해서 같이 가서 바로 해결했다. 이 이야기를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자전거생활에 소개할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며칠 후 자출 중에 펑크가 나서 뙤약볕에 자전거를 눕혀 놓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형님을 발견하고 필자도 형님도 미소를 지었다. 마침 전화기도 안 가지고 나와 동료가 부근 수리점을 알아보러 간 사이에 필자가 형님을 발견한 것이다. 수리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동료가 어떻게 필자가 알고 나타난 것인지 궁금해 했다. 형님이 한술 더 떠서 소설을 쓴다. “예스맨 도와줘요!” 하고 텔레파시를 보냈더니 슈퍼맨처럼 필자가 나타나서 한방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너스레를 떤다.
7학년 형님은 일찍 전기자전거와 친해져서 이미 전기자전거 8년차로 그동안 전기자전거에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를 필자와 상담해서 해결해왔기에 이제는 필자 말을 무조건 믿고 받아들인다. 본인이 해외 주문한 핸들바를 지나치게 높여 왔을 때 당장은 아니라도 1~2년 내에 유압 라인이 터질 것이라고 필자가 경고했는데 정확히 2년이 되기 전에 유압 라인이 터져 브레이크가 먹통이 될 것까지 예견한 필자를 더욱 신뢰하게 된 것이다.

 

여유로운 한강 자출길. 전기자전거는 혹서기에도 자유로운 복장이 가능하다
라이딩 중 뒷바퀴 펑크로 구조요청중인 2번 이야기의 주인공
브레이크 라인이 터진 자전거에 새로 설치한 라인은 여유 있게 세팅

 

세번째 이야기
주차중에 생긴 기이한 고장
바쁜 목요일, 모터 소음으로 수리 들어온 고객이 있었다. 맡겨놓고 간 전기자전거를 다음날 수리하려고 보니 비싼 디레일러가 파손되어 있었다. 모터 소음으로 입고할 때까지 정상적으로 타고 왔고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디레일러 쪽은 손도 안 댄 상태인데 이미 파손되어 있었다. 고객에게 전화해서 설명을 했더니 몇 달 전에 수리한 것이라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디레일러 풀리가 오래 사용해서 많이 손상되어 있고 이미 깨져 있었다. 수리 이력을 체크해보니 스프라켓과 체인은 갈았지만 디레일러는 교환이력이 없었다. 잘 타고 왔지만 오래 사용한 디레일러는 파손될 상태까지 온 것이라 고장 날 때가 되어서 고장이 났지만, 수리 중에 고장 낸 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다행히 모든 작업공간에는 CCTV가 15일간 녹화되고 있어 입고시간으로 비디오를 돌려봤다. 자전거를 정상적으로 타고 왔는데 하필 오래된 디레일러가 수리 맡기고 나서 주차 중에 고장이 난 것이다. 이렇게도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녹화된 동영상을 근거로 이해시키고 디레일러를 교환하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맡겼고 주말에 수리하다가 발견한 디레일러 파손으로 수리가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일요일 아침, 수리가 다 됐냐고 전화가 왔다. 부품을 주문하고 장착해서 테스트까지 하려면 수요일에나 출고가 가능한데 주말이 끼면 작업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망가진 부품은 오래된 고가의 부속품으로 요즘은 생산이 안 되어 같은 제품은 구하기 어렵다. 이런 부속품을 찾는데만 며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 결국 등급을 낮춰 같은 단수의 최근 제품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새 부품을 수배해서 교환해야 하는데 금요일 저녁에 수리가 시작된 자전거를 주말에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오전 일찍 주문하면 택배로 오후에 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에만 유난히 많이 살고 있다.

 

양화대교 위 선유카페 회원들과 퇴근번개
스스로 고장 나서 난감하게 만든 디레일러
카본쪽 풀리 너트가 빠져버렸고 풀리도 깨져있다

 

유럽인들의 여유 – 니콜라이의 경우
라이더의 신체사이즈를 꼼꼼히 기록해서 보내면 본인에게 딱 맞는 맞춤형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독일 니콜라이(NICOLAI)의 경우 주문하고 약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자기 신체사이즈를 측정해서 독일에 직접 주문하는 니콜라이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제품이다. 그런데 국내 수입사는 빨리빨리 문화의 한국 고객들을 위해 프레임을 사이즈별로 미리 주문해서 판매하고도 있다.
니콜라이 프레임을 보면 사용자의 신체사이즈에 따라 다양한 사이즈를 만들 수 있게 벤딩이나 곡선 없이 스윙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선구조이다. 사용자에게 꼭 맞는 다양한 사이즈로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용접해서 만들어진다.
주문하고 8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림의 미학이 부족한 대다수 한국인들은 단순하게 몇 가지로 만들어진 프레임 중에 선택해서 몸을 자전거에 대충 맞춰서 사용하고 있다. 비싼 수제양복점에 가서 미리 만들어놓은 기성품을 비싼 수제품 값으로 사 입는 꼴이다.    

 

해리커스텀의 여행용 셜리 전동자전거로 스페인 순례자코스를 마친 아다지오님

 

이제는 기다림의 미학, 여유가 필요한 때 
여행용 전기자전거를 주문제작하고 있는 해리커스텀의 ‘여행용 셜리’는 제작기간이 한 달 이상이다. 기본이 한 달이고 소비자의 성향이 까다로운 경우 주문하면 최장 3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사용자의 용도와 신체사이즈에 맞는 프레임 선정부터 브레이크의 종류와 등급은 물론 림과 허브, 스포크 두께까지 모든 부품을 사용자 취향에 맞춰 주문제작 하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부품이 들어가는 경우 더 참고 기다려야 자신만의 여행용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로망인 셜리 자전거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어야 소유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너무 오랜 기간 함께 했던 빨리빨리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필자가 자전거 업계에 있어서 업계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 전반에 걸쳐서 한번 점검해 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이다.
전기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라이더는 빠른 속도를 생각하지만, 정작 전기자전거는 빠른 속도가 아닌 ‘여유로운 라이딩’을 위한 옵션이다. 전기자전거로 여유로운 여행이나 자출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여유로운 라이딩 자체가 지금까지 자전거에서 경험하지 못한 힐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35도가 넘는 폭염주의보에도 굴하지 않고 여유로운 페달링의 전기자전거로 즐겁고 행복한 자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달에는 ‘슬로우 슬로우’를 주제로 써본다고 자전거생활에 이야기했더니 담당자가 한마디 했다.
“내용은 ‘슬로우 슬로우’라도 원고는 ‘퀵 퀵’으로!”. 

 


예민수 객원기자 yesu65@naver.com

<저작권자 © 자전거생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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