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을 넘어 달린다, 연미정~평화전망대 간 금단의 해변길

강화도 북동 해안 철책선 코스 9.4km 개통
민통선을 넘어 달린다, 연미정~평화전망대 간 금단의 해변길

강화도 해안일주 자전거길 중 민통선 북쪽의 연미정~평화전망대 구간이 7월 23일 개통되었다. 이 구간에는 원래 좁은 농로밖에 없었으나 철책선을 따라 해안순환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자전거길도 함께 조성됐다. 북한측 개성시 남단의 산야를 내내 바라보는 철책선 구간만 5km에 이르고 자전거길은 최북단 평화전망대에서 끝난다. 이로써 강화일주도로의 약 80%가 개통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평화전망대~교동대교~석모대교 간 약 20km 구간은 최북단 접경지대여서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다 

 

분단과 갈등과 긴장의 상징인 철책선과 함께 가는 길이 이렇게 산뜻할 수가 있을까. 새로 개통된 구간 중 지척으로 북녘땅을 바라보는 철책선 길만 5km에 이른다

 

한강 하류를 턱 막아선 강화도는 청동기시대 고조선 때부터 조선말까지 4000년 이상의 역사 유적과 유물이 남아 있는 거대한 노천박물관이면서 산과 들, 바다가 아름다운 자연공원이기도 하다. 면적이 서울 절반인 302㎢나 되고, 해안일주코스는 100km에 달한다. 하지만 섬의 북단이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민통선이자 군사보호구역이어서 개발이 제한되고 통행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강화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섬 일주 자전거길을 착착 조성해왔다. 최근까지 서쪽의 석모대교에서 남안을 돌아 강화대교를 넘어 연미정까지 남부 해안은 거의 완성되었으나 석모대교와 연미정을 축선으로 북쪽 길이 뚫리지 못했다. 그러다 7월 23일 북동부해안의 연미정에서 민통선을 넘어 평화전망대까지 새로운 해안순환도로가 개통되면서 도로와 완전히 구분된 자전거길도 함께 열린 것이다. 

 

철책선길이 끝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평화전망대 방면으로 향한다

 

조강 따라 북녘땅 내내 바라보여
강화군에서 ‘동서녹색평화도로’라고 명명한 이 구간을 먼저 조성한 것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평화전망대 방문 편의를 위한 목적이다. 자전거길도 평화전망대 입구에서 끝이 난다.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진입하면 바로 남쪽에 갑곶돈대가 있다.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키는 방어기지였던 강화도에는 해안선을 따라 5진 7보 53돈대의 진지가 구축되어 있었다. 대포와 조총의 교차사격이 가능하도록 대략 1.5km마다 포진한 셈이다. 지금도 상당수의 유적이 남아 있으며 갑곶돈대는 강화도 초입에 자리해 강화역사관, 강화전쟁박물관 외에 무료주차장도 있어 투어 기점으로 잡기 좋다. 여기서 강화대교 서단의 인삼센터휴게소를 거쳐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6km 가면 북한땅과 한강하류를 내려다보는 연미정이다.
연미정에서 더 북진하려면 군초소에서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신분증 검사는 않고 신고서만 작성하면 통과시켜주지만 만약을 대비해 신분증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평화전망대에서 본 조강과 북녘땅. 왼쪽 모래섬 뒤쪽이 예성강 하구다
언젠가 철책선을 걷어내면 최고의 해안도로가 될 것이다

 

상큼 장대한 철책선 길 5km 
연미정에서 작은 들과 마을을 거쳐 2.3km 북진하면 새로 개통된 철책선길이 반긴다. 분단과 갈등, 군사적 긴장의 상징인 철책선을 두고 ‘상큼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새로 난 말끔한 도로와 새카만 아스팔트 혹은 빨갛게 덧칠된 자전거길은 명랑하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
겹겹의 철책선 너머로 가까이 보이는 산야는 북한 개성 땅이다. 앞으로 보이는 좁은 물길은 강물 같지만 이미 바다이고, 이름은 ‘할아버지강’ 조강(祖江)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모여 나오는 자리에 다시 강화도 동안의 해협인 ‘소금강’ 염하(鹽河)가 합류하며, 북에서 흘러온 예성강마저 강물을 합쳐 수많은 자손 강을 거느린 ‘할아버지 강’ 조강이 된 것이다.
성긴 철책 사이로 너무나 가까이 보이는 산야는 북녘땅이라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 최근접 거리는 1.6km에 불과하니 한강을 사이에 둔 서울 강남과 강북 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수목이 없는 헐벗은 산은 그나마 한여름의 생명력으로 푸르러 보이지만 고작 잡초의 색감일 것이다. 반면에 강화의 산야는 너무나 풍성하다. 기세 좋게 솟은 산은 녹음이 짙고 녹색 들판은 광활하며, 민통선 안쪽인데도 집들은 세련되고 멋지다. 길 왼쪽으로 보이는 송해면의 들판은 섬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은데 사실 강화도는 빼어난 첨봉 아니면 들판일 정도로 산야의 구분이 선명하다. 

최북단 평화전망대의 장관 
자전거길은 철책선을 지나 1.8km 더 올라간 평화전망대 입구에서 끝난다. 대기가 맑다면, 아니 흐리다고 해도 평화전망대를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조강을 사이에 두고 2.7km 거리에서 북녘땅과 마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8년 개관해 다소 오래된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나 김포 애기봉전망대에 비해 경관과 조망이 새롭다. 이번에 새 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의 접근이 한층 가까워졌다.
갑곶돈대에서 평화전망대를 왕복하면 30km 정도가 된다. 갑곶돈대~연미정 간의 작은 고개 외에는 모두 평지여서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고 철책선길을 달리는 각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평화전망대의 조망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가능하면 쨍 하고 맑은 날이 좋겠다. 
 

성긴 철책 너머로 보이는 개성 일대의 북녘 산야. 앞쪽에 보이는 물길은 한강과 임진강, 염하가 모여드는 조강이다. 북한땅까지 최단거리는 겨우 1.6km
철책선길이 끝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평화전망대 방면으로 향한다
철책선길이 끝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 평화전망대 방면으로 향한다

 

 

Tip
갑곶돈대에서 연미정 가는 도중의 자전거길에는 갈수기 용수공급을 위한 도수관이 설치되어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코스를 더 연장하고 싶다면 평화전망대를 북쪽으로 돌아 양사면 인화리~하점면 부근리 강화고인돌공원~송해면사무소~월곳리~연미정으로 일주하면 45km 정도가 된다. 연미정 주차장 옆의 할머니식당(032-933-9377, 한식 백반)을 추천하며, 평화전망대 구내식당도 나쁘지 않다. 평화전망대는 연중무휴이며 개방시간은 09:00~18:00 (동절기는 17:00시).
입장료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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