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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베가본드 ②-캘거리에서 밴쿠버 거쳐 미국으로

기사승인 2019.08.09  06: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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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에서 만난 야생 곰, 도시에서 만난 미카엘과 카렌

아메리카 베가본드 ②
캘거리에서 밴쿠버 거쳐 미국으로
산길에서 만난 야생 곰, 도시에서 만난 미카엘과 카렌

 

캘거리를 출발해 밴프 국립공원을 지난다. 이 광활한 공원에서만 4일간 450km를 달리며 캐나다의 놀라운 대자연을 만나고 야생 곰과도 조우했다. 작은 산골마을 메릿에서는 웜샤워 호스트 미카엘이 집으로 초대해주었고, 캐나다의 최종 목적지 밴쿠버에서는 골드미스 변호사 카렌의 초대를 받아 호사를 누렸다. 부탁하지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국경을 넘으면서 고난이 시작되는데…

미국에 접한 캐나다의 국경마을 화이트록의 어느 마굿간 앞에서 캠핑한 날

 

Canada 12일째
밴프 국립공원의 대자연 속을 달리다

캐나다의 최종 목적지인 밴쿠버로 향하기 위해선 밴프 국립공원을 지나야 했다. 밴프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으로 앨버타주에 위치한 로키산맥 동쪽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긴 산줄기다. 호수와 산, 빙하로 이루어진 밴프 국립공원은 야생동물의 생활터전이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밴프 국립공원에서 4일간 450km를 달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를 타고 관광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유랑하는 나를 보면 클랙슨을 리드미컬하게 울리거나 창문을 열어 엄지를 치켜세우며 응원해주곤 했다. 때론 길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당부의 말을 들어야했는데, 그건 바로 곰이 출몰하니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밴프 국립공원에는 흔히 우리가 불곰이라고 부르는 그리즐리가 서식한다. ‘야생 곰을 만날 수 있다니!’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길 위에서 야생 곰을 마주하는 게 과연 행운일까, 불행일까?

밴프 국립공원을 달리며, 하루 종일 꽃을 보며 자전거를 타면 무슨 생각이 들까

 

드디어 마주친 야생 곰 
국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자잘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반복됐고 오르막이 나올 때마다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어야했다. 지평선 끝에 걸린 눈 덮인 산봉우리는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캔모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구멍가게에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마을 가장자리 들판에 텐트를 쳤다. 6월인데도 밤사이 기온이 떨어져 새벽에 자다가 침낭 지퍼를 촘촘하게 여몄다.
다음날, 노란 민들레가 도로변에 길게 뻗어있었다. 꽃밭 옆으로는 밴프 국립공원의 자연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빙하가 녹아서 형성된 강이 회색빛을 띄며 웅장한 소리를 내면서 흘렀고, 형형색색의 천연색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연 깊은 곳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생각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다음 목적지였던 필드까지 50km 정도 남았을 때였다. 앞서 달려가던 자동차에서 사람이 내리더니 급하게 자동차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갓길에 차량이 한 대씩 멈추기 시작하더니 반대편 차선의 자동차들도 도로 한편에 자리를 차지했다. 어느새 도로 위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 끝에는 어미 곰 한 마리와 새끼 곰 두 마리가 있었다. 야생 동물의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에서 쳐놓은, 얇은 철창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세 마리의 곰과 다수의 인간이 조우했다.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곰은 야생 곰 중에 가장 난폭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나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곰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철창 울타리는 흥분한 어미 곰이 부수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갑작스레 많은 사람들과 만나 놀란 곰을 흥분시키지 않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몇몇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철창 울타리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심지어 어미 곰의 관심을 끌기 위해 철창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미 곰은 안절부절 못하다 새끼 곰을 데리고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철창 앞에서 희희낙락하며 곰 사진을 찍던 동남아계 아시아인을 보며 내 뒤에 있던 캐나다인이 중얼거렸다.


“자연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녀석들.”
나도 화난 캐나다인의 말에 어느 정도 동감했다. 어미 곰이 새끼를 데리고 숲속으로 도망가서 망정이지, 흥분해서 날뛰었다면 그 앞에서 웃고 있던 아시아인들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야생 곰과 조우한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었지만, 어미 곰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새끼와 함께 인간을 마주했던 건 큰 불행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곰과 만난 이후로 며칠은 평화롭게 아스팔트로 포장된 산길을 달렸다. 밴프 국립공원을 빠져나가기 전 마지막 코스는 15km가 넘는 산봉우리를 오르는 길이었다. 아침부터 자전거를 끌고 6시간을 산길을 따라 올랐다. 무더위에 웃통을 벗어던지고 낑낑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가는 내가 안쓰러워보였는지, 도로 보수공사를 하던 아저씨가 공사장 공터에 앉아 쉬다가 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도로변에 보이는 계곡에서 물을 떠 마시고 머리에 끼얹으며 산길을 올랐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산 정상 휴게소에서 아껴뒀던 라면을 두 개 끓여먹고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 고통스러운 오르막의 끝은 쾌락의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지.’
이 날의 최고속도는 시속 60km.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밴프 국립공원을 빠져나왔다.

캔모어에 도착해서 잔디밭에서의 캠핑
밴프 국립공원에서 조우했던 야생 곰 세 마리
밴프 국립공원의 풍경

 

Canada 19일째
캐네디언의 맥주
여행을 시작하고 보름이 지나도록 몰랐던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캐나다에서 맥주 구입처를 몰랐던 것이다. 매번 월마트나 대형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맥주를 찾아다니면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어온 터라, 캐네디언은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인구 1500명이 사는 작은 마을, 나쿠스프에 도착해서야 캐나다에서 맥주는 오로지 알코올 매장(Liquor store)에서만 취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 방문해 본 알코올 매장은 내게 산뜻한 기분을 선사했다. 양주와 와인으로 시작해서 각종 술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도 여러 종류가 구비되어 있었다. 여행 중 마셨던 많은 맥주 중, 푸른색의 라벨이 인상적인 코카니의 맥주 맛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코카니는 캐나다 서부의 대표 맥주로 맑고 깨끗한 빙하수와 태평양 연안에서 생산된 홉을 주원료로 만들어서 진한 황금빛에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이다.
하루 5달러 지출을 목표로 여행을 떠났지만, 각 나라의 대표 맥주는 꼭 마셔보기로 다짐했기에 맥주 값을 계산하는 내 손은 떨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인적 없는 아파트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캔맥주를 땄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맥주의 탄산과 6도의 알코올이 온몸 구석구석 말단세포까지 전해지는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빗소리를 안주 삼아 운치 있게 맥주를 마시기를 30분 쯤, 아파트 청소부 아주머니가 복도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며 다른 곳으로 가란다. 타인의 눈에는 지저분한 몰골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내가 노숙자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이날은 나쿠스프에서 텐트를 치려고 했는데, 계획을 변경해서 60km 떨어진 파우키에로 떠나기로 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나는 몸속에 알코올 성분을 머금은 채 자전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산 정상에서. 시속 60km의 속도로 산을 내려왔던 날
캐네디언이 좋아하는 코카니 맥주
알코올 매장(Liquor store)에서는 술만 판다. 계산대 근처에 몇 종류의 감자칩도 있다
산중마을 메릿의 목재소에서 풍겨오던 나무냄새의 여운은 아직도 남아있다

 

Canada 25일째
환상적인 안개속 다운힐
캠룹스를 지나 1번 국도를 따라 밴쿠버로 갈 예정이었으나, 며칠 전 내린 폭우로 인해 1번 국도가 폐쇄되어 버렸다. 하는 수없이 방향을 틀어 5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이틀간 산속에서 캠핑을 하며 도착한 마을 메릿. 어느 마을에 도착하든지 중심가를 제일 먼저 찾는다. 마을 중심가에 도착하면 가고 싶은 방향을 설정하고 느긋하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낯선 마을 구경은 언제나 설레고 재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마을을 구석구석 즐길 수 있다는 게 자전거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리라. 마을 외곽에는 목재소가 있었다. 자연 내음을 한 움큼 머금은 나무 냄새가 풍겨왔다. 5번 국도에서 라이딩할 때 목재를 가득 싣고 지나가는 화물차를 자주 목격했는데 주변의 나무는 이 목재소로 모이는 듯 했다. 


불교신자 미카엘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한창 값싼 저녁거리를 찾아 마트 안을 돌아다니는데, 한 현지인이 내게 다가와서 자전거 여행자 같아 보이는데 왜 웜샤워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어왔다. 웜샤워가 뭐냐고 물어보니, 자전거 여행자들을 공짜로 재워주는 커뮤니티이며 본인은 웜샤워 호스트를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나를 집으로 초대해 주겠다고 말한 그의 이름은 미카엘, 3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미카엘은 조금 특이한 캐네디언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승복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동서양 문화가 융화된 사람이라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종교를 물어보니 신앙심 깊은 불교신자였다.
며칠 만에 실내취침에, 이야기 할 상대가 있다는 게 안쪽 꽉 찬 스트라이크 볼처럼 마음이 가득 메워지는 저녁이었다. 동북아시아의 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미카엘과 밤늦도록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길을 떠난다. 1시간 정도 가다가 이정표를 발견했다. 밴쿠버 269km. 처음으로 이정표에 밴쿠버라는 글자가 나왔다. 어느덧 캐나다의 최종 목적지에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하늘을 바라보니 회색빛의 옅은 구름에서 부슬비가 공기 중에 흩어져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바닥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적당한 오르막과 평지 그리고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 꽤 괜찮은 코스였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안개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몸이 축축 늘어졌다.
오후 내내 부슬비를 맞으며 70km 정도를 달렸다. 시야확보가 어려워서 더 이상 라이딩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30분 넘게 도로변에 잘 곳을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안내판 하나가 내 마음을 바꿔놓았다.

독실한 불교신자이자 웜샤워 호스트 미카엘


‘전방에 다운힐 17km’
상식적으로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은 달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굳어졌다. 마치 죽음을 각오하고 불빛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무엇인가에 홀려있었다. 비를 맞으며 안개 속에서 다운힐. 이번 여행을 통틀어 이런 짜릿한 라이딩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처음엔 긴장하며 몇 번 브레이크를 잡다가 브레이크 레버에서 손을 놓은 순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최고속도 70km.
무거운 짐을 지고 천천히 내려가던 화물차를 제쳤을 때의 쾌감! 터널 안에서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페달을 돌릴 때의 짜릿함! 마치 레이스를 하듯 1시간 동안 미친 듯이 산을 내려왔고, 나는 소리를 질러대며 최고의 속도에 최고의 기분을 만끽했다. 바퀴에서 튀기는 빗물에 젖은 가방과 옷, 땀과 빗물이 섞여 범벅이 된 얼굴, 이 순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스릴 넘치는 라이딩. 최고속도 70km!

 

usa 34일째
국경을 넘어 남쪽으로, 고난의 미국여행
밴쿠버에 도착한 날, 도시 중심부에 도착해서 지도를 펴놓고 캠핑할 만한 장소를 고민하고 있는데 한 현지인이 말을 걸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렌, 밴쿠버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카렌은 오늘 잘 곳이 없으면 본인 집에서 쉬어도 좋다며 나를 집으로 초대해줬다. 호화로운 그녀의  집에 발을 들이니, 그녀가 학력이 높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미혼녀, 골드미스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골드미스 변호사 카렌의 초대
초면에 나이, 결혼여부를 묻는 건 실례가 아니냐는 내 물음에, 카렌은 소리 내서 웃었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냐고 되묻길래, 중학교 영어시간에 배웠다고 대답했더니, 그녀는 또 한번 큰소리로 웃었다. 이런 엉뚱한 질문을 하는 내가 싫지 않았는지 카렌은 내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냐고 물었다.
밴쿠버 섬이 보이는 해안가의 어느 호프집에서 카렌과 함께 햄버거를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바닷가에 보이는 갈매기를 언급했는데 카렌은 내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현지인이 발음하는 갈매기(Sea gull)는 “씌-구르”, 내가 발음하는 갈매기는 “씨굴”. 현지인의 영어발음과 나의 영어발음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영어 발음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개 있긴 하다.
work(일) - walk(걷다)의 발음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던 적이 있고 Raise(기르다) - lays(낳다) 발음을 잘못해서 시골 아줌마한테 “닭을 기르고 계세요?”라고 한다는 걸 “당신이 닭을 낳았어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현지인들은 참 재밌어하는데, 나에게 R과 L 발음의 구분은 너무 어렵다.
캐나다의 마지막 도시였던 밴쿠버에서 총 일주일을 쉬었다. 밴쿠버에서 미국 국경까지는 60km. 국경마을 화이트록에서 잘 곳을 찾아다니다가 마굿간 앞에 텐트를 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마을 시장에서 애플파이를 사 먹고 미국 국경으로 향했다.

밴쿠버에 만난 골드미스 카렌

 

미국의 첫인상 
미국 국경은 경계가 너무 심했다. 자전거는 어디에 줄을 서야하는지 몰라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니, 무장한 경찰이 소리를 지르며 다가와서 방금 무슨 얘기를 했는지 캐물었고, 입국 심사관은 내가 갖고 있는 귀중품을 샅샅이 뒤졌다. 자전거 여행 중이라 말하니, 통장 잔고를 보여주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입국 심사관은 나를 의심하는 듯했다. 카메라 가방을 뒤지고, 힙색을 풀어헤쳤다. 여권을 찾는 것 같아서 꺼내주려고 단상 위로 손을 올렸을 때 입국심사관은 정색하며 말했다.
“너의 그런 돌발행동이 나를 미치게 만들고 있어.”
당황한 나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입국 심사관은 상의 끝에 입국을 허가해줬다. 하지만 입국심사비용은 USA 6달러. 환전을 해두지 않아서 캐나다 달러 밖에 없다고 말하자, USA 달러가 아니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윽박질렀다. 입국심사관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주유소에서 돈을 뽑아서 지불하라고 했다. 10분만에 돈을 뽑고 돌아와서 입국 심사비용을 지불했다. 그제야 입국심사관은 나를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길을 보내줬다. 문득 캐나다를 여행할 때 만났던 한 캐나다인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
“미국인은 돈밖에 몰라. 국경에서는 언제나 나를 괴한 취급한다구.”
첫인상이 좋지 않은 미국.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 것일까? 미국에 입국하고 많은 악재가 겹쳤다. 고속도로에서 바퀴가 펑크 나서 경찰이 두 번이나 출동했던 일. 현지인 집 마당에 캠핑을 허락 받으려다가 주인에게 욕먹은 일. 놀이터에서 자다가 주민의 신고로 한밤중에 텐트를 접어야 했던 일. 카메라 센서가 고장 나서 100달러 넘게 썼던 일. 시애틀 빈민가에서 취사하다가 흑인한테 욕먹은 일.
웬만한 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내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포틀랜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자전거를 포함해서 600만 원 상당의 모든 여행 장비를 도난당한다. 이번 여행을 통틀어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 캐나다 국경
처음으로 터진 펑크를 때우느라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자전거생활 bicycle_l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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