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온을 앞두고 기자에게 자전거를 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제발 이런 건 쫌!”
초보를 대하는 기성 동호인의 ‘문제적 태도’

 

지난 1월호에서 위기의 자전거시장을 진단한 특집에서 동호인 관련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동호인의 이탈, 보수적인 진입장벽 등의 내용이었는데,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댓글과 제보가 폭주할 정도였다.
시즌온을 앞두고 기자에게 자전거를 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질문에 시원히 대답해주기에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자전거와 장비를 준비하는 것만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기존 동호인이 만든 울타리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동호회에서 하이브리드를 타고 나온 신입회원을 데리고 ‘남북(남산-북악스카이웨이)’ 코스를 타러 가 문제가 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페달을 굴릴 줄만 아는 생초보를 데리고 ‘남북’을 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적어도 기자에게 이 상황은 동호인들이 그 신입에게 ‘앞으로 동호회 나오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들린다.
이번호에서는 자전거시장이 침체된 원인 중에 하나로 지목할 만큼 동호인 이탈과 높은 진입장벽이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동호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따져보자

자전거는 생각보다 힘든 운동이다, 올챙이 적 생각하자
우리 모두 올챙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주말이면 분원리다 동부5고개다 쏘다니지만, 미니벨로를 타고 한강까지만 도달해도 한강의 정취에 흠뻑 빠져 기분이 좋아지던 그때다. 이제는 매일 보니 질렸을 만도 하지만 그때는 거북이 페달링으로 시속 20km가 나올까말까 한 속도로 달려도 즐겁고 행복했다. 이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나오는 곳이 동호회다. 동호회에 나오겠다고 마음먹은 자체가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일부 동호회에서 이렇게 나온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코스를 설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제 막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사람들이 장비도 채 갖추지 못하고 ‘남북’을 간다는 건 평소 체력관리를 득달같이 해놓은 사람이 아니라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매번 초보만을 고려한 코스를 짜기도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동호인이라면 점차 힘들고 어려운 코스를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달리는 동호회라면 초보자와 중급자 이상의 실력차이를 원활히 조율해야 모두가 즐겁게 달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조율해야 좋을까? 사실 답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뿐(진짜 어려운가?). 

 

 

약 팔지 말자 
모임(벙 or 번개)을 개설하는 입장에서 다소 수고스러울 수 있지만 초보자든 중급자든 난이도가 정확히 제시되어 있다면 참가자가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인지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동호회가 이 정도는 잘 지켜 모임을 개설하지만 역시나 ‘일부’ 동호회의 문제다. 예를 들어 ★주말맞이 동부5고개 초보환영★이라는 모임이 개설되어있다고 치자. 뒤에 덧붙여 ‘흘러도 다 끌어드립니다’라고 친절한 문구까지 추가되어있다. 일단 제목부터 이상하다. 이상한 걸 못 느꼈다면 이미 자전거계의 고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는 지경이다.
대체 동부5고개가 초보가 갈 수나 있는 코스일까? 제목 작성자는 지금 ‘약’을 팔고 있는 중이다. 동부5고개는 나름 힘든 업힐을 5개나 넘어야 한다. “뭐 초보 중에서도 잘 타는 사람은 갈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따끔하게 일침을 놓아주자. 초보가 그렇게 갈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초보가 아니라고.
또 ‘흘러도 다 끌어드립니다’ 얼핏 무척이나 친절하고 초보인 내가 가도 문제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동부5고개? 쉬운 덴가? 한번 가보지 뭐~’라고 덜컥 참석버튼을 누르게 유도하는 제목이다. 이렇게 참석한 신입은 첫 업힐 초입부터 참석버튼을 누른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다. 흘러도 끌어준다는 사람은 내 뒤에서 나를 재촉하는 꼴밖에 안된다. 이런 일을 겪은 신입이 다시 자전거를 탈 마음이 들까? 모름지기 첫 동호회 라이딩이라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전거의 ‘순한 맛’ 위주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법이다.
그래서 난이도를 누구나 판단할 수 있게끔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주말맞이 동부5고개 라이딩. 업힐 경험 있으신 분만~> 이라고 제목을 달아놓는다면 아까보다 친절함은 덜 하지만 업힐 경험이 있는 사람만 참석할테니 신입이 덜컥 참가해 서로가 불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 위 표는 기자의 개인적인 기준표다. 과거 기자가 동호회를 운영했을 당시에도 이 기준에 맞춰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당시 기자가 입문부터 키워낸(?)자전거 동호인이 30명은 된다. 그리고 아래의 기준에 따른 철저한 모임 구분이 그 뒷받침이 되었다 

네가 카벤디시냐? 
속도 역시 마찬가지다. 초보회원이 참가하는 5인 이상의 모임이 열린다면, 독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속도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묻고 싶다. 자전거 경력이 1년 정도 된다면 시속 25~30km가 적당할 것이다. 물론 경력이 1년이든 그 이상이든 25~30km의 평균속도는 동호인 수준의 로드바이크가 같이 다니기에 가장 알맞은 속도다.
하지만 초보라면 시속 25km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이 내용을 적용한다면 제목 뒤에 ‘평지 평속 20~25km 수준. 초보도 함께 달릴 수 있어요’ 라는 식의 문구를 넣어주면 좋을 것이다. 또 한가지, 그 제목이 말뿐으로 끝나면 안된다. 참가자들은 이 속도에 서로가 합의했다고 간주하고 해당 속도를 제대로 지켜줘야 할 것이다.
물론 폭풍질주하고 싶은 날도 있다. 그럴 때는 ‘평속 30km 이상!’ 이라고 못을 박아두자. 개념 있는 동호회에서는 ‘운동벙(고속으로 힘들게 달리는 운동이 되는 벙)’이라고도 표현하니 알아두자. 

 

수신호? 처음엔 모르는 게 당연 
자전거 동호회의 공지사항들을 쭉 살펴보면 어느 동호회라도 안내되어 있는 것이 수신호다. 여럿이 함께 탈 때 진로나 주행방해 요소 등 구두로 어려운 상황에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수신호다.
하지만 수신호는 초보에겐 어려울 수 있다. 주행중인 상황에서 핸들에서 손을 떼는 것조차 어려운 초보에게 수신호는 난감한 일. 그래도 단체 라이딩이라면 소통은 필수다. 그래서 큰소리로 ‘턱’, ‘홀’ 등을 외치라고 하지만 이조차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까 초보인 거다.    일부 동호인들은 이런 초보자를 만나면 면박을 주는 경우도 있다. 수신호는 고사하고 자전거를 타기 전부터 관련 교통법규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동호인 정도나 되니까 관심 갖고 숙지하는 것이지 초보자가 안장에 오를 때 이런 걸 숙지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사뭇 슬프기도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이런 교육은 동호인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부디 윽박지르지 말고, 한번에 될 거란 기대는 접어두자. 천천히 시나브로 함께 주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알려준다면 나중에는 버릇처럼 하는 것이 수신호다. 또 그렇게 자전거타기에 재미를 붙이면 관련 교통법은 알아서 달달 외우게 된다.

 

 

제발 간지 좀 찾지 마라 
초보가 처음 동호회에 나가보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프로선수 못지않은 복장과 장비 때문이다. 어리둥절하다 못해 주눅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전거 탈 때 저지와 빕숏은 절대로 필수사항이 아니다. 상의는 편한대로, 하의는 페달링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으로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하나씩 바꿔가면 되는 것뿐이다.
신발 역시 마찬가지다. 클릿슈즈는 동호인의 상징과도 같지만, 없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라고 한다면 오로지 헬멧뿐이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동호인의 경우 자전거를 타려면 장비를 온전히 갖추라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신입회원의 스마트폰 거치대를 보고 “로드바이크에 그게 뭔 짓이냐”며 면박을 준 동호인은 아직도 기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후담이지만 그 신입회원은 자전거를 아예 팔아버린 듯하다.
잘 차려 입으면 보기도 좋거니와 자전거타기에 편리하고 알게 모르게 실력향상에도 근소한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관심이 많다면 그렇게 입는 것에 대해 문제 삼을 일은 전혀 없지만, 그것이 정답인양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두가 실력을 향상시키고 간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전거는 비싸다고 성능차이는 크지 않다 
2년 이상 경력을 가진 동호인의 자전거 가격은 기본 200만원 이상에서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초보 입장에서 200만원은 정말 큰 돈이다. 자그마한 회사의 신입 월급 수준인데 일부 동호인의 자전거는 1000만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 물론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 자전거에 푹 빠졌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간혹, “500만원 이상은 돼야 탈만한 자전거지~”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거짓말 아니고 기자가 실제로 10번 이상은 들은 이야기다.   
실제로 그럴까? 당연히 100만원짜리와 500만원짜리의 성능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동호회 라이딩에 문제가 되거나, 한 사람의 기량을 망가뜨리거나 하는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종종 위처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면 내 자전거가 그렇게 문제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아니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동호인이 되자. 다들 알지 않나. 자전거는 엔진이다.
초보가 하이브리드를 끌고 오든 MTB를 끌고 오든 ‘자전거모임’이라면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동호회처럼 ‘로드바이크 모임’임을 명시하는 것은 기본이다.

 
입문기와 상급기의 차이로 실력까지 드라마틱하게 벌어지진 않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에 쓰기 시작한 기사를 마무리 지으려고 보니 투덜투덜 불평일색이 되어버렸다. 또 실제로 위에 적은 내용처럼 몰지각한 동호인은 이제 멸종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기자에게 이런 하소연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경우를 종종 볼 때가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기성 동호인 대부분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 기사를 통해 동호인들이 좀 더 초보자를 배려한다면 자전거타기가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또 자전거 신(Scene)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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