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기자전거 선진국이 된 이유… 우리의 길은?

전기자전거 시대에 이미 들어선 대한민국
중국이 전기자전거 선진국이 된 이유… 우리의 길은?

 

전기자전거가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지금까지, 아직도 수많은 오해와 편견이 넘쳐나서 특히 배터리 성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겨울이 되면 해명과 설명에 바쁘다. 다행히 기존의 칼럼 기사를 보여주면 쉽게 설득이 된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대기오염 대책으로 스쿠터를 추방하기 위해 전기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를 집중적으로 지원, 산업과 문화 양면에서 세계최고의 전기자전거 대국이 되었다. 우리는 배터리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산업적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2012 상하이 바이크쇼에 출품한 한 업체의 재치있는 배경 사진. 전기자전거의 장점과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재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 총 30편이 되었다. 칼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전기자전거 라이더인 필자가 자전거생활 독자와 일반 라이더가 색안경을 벗어놓고 전기자전거를 봐주기를 바라며 간절히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다.
특히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많이 받아온 질문인 “이 전기자전거는 페달을 밟아 달리면서 충전이 되느냐?” “소형 발전기를 달아서 충전하면 안 되나?” 같이 반복되는 질문과 전기자전거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풀기 위해 콕 집어서 정리한 이 칼럼을 필자도 활용하고 있다.

 

필자글이 인용된 전기자전거 카페 캡쳐 화면

 

아직도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오해들 
달리면서 충전하는 자전거 이야기는 칼럼 초창기에 다룬 주제로, 결론은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 적용되기에 그냥 페달을 밟아서 체인으로 바퀴를 돌리는 것이 효율이 훨씬 높다. 작은 발전기로 충전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퀴에 붙어서 돌아가는 작은 발전기는 출력이 기껏해야 5W 내외다. 500Wh급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발전기 100개를 달아서 1시간을 땀나게 쉬지 않고 페달을 돌려야 한다.
전기자전거 업계에 있는 필자는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초보 전동라이더들이 배터리가 고장 났다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이는 고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팩트로 보여줘야 하는 소모적인 일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도 여지없이 한번 충전으로 100km 달리던 배터리가 70km 밖에 못 간다고 배터리 고장이라는 사용자에게 배터리 방전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전기자전거 사업 초창기에는 일일이 불편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진실을 설명해야 하는 겨울이 두렵기까지 했지만, 이 부분을 설명한 기사를 찾아서 보여주면 쉽게 수긍을 한다. 이제는 팩트를 보여주고 기록을 남기는 이런 일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사람을 설득할 때는 말보다는 매체가 설득력이 높은 도구였다. 실제로 모 카페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필자의 칼럼인 ‘예스맨의 이바이크 스토리’를 캡쳐해서 올리는 바람에 논쟁이 싱겁게 종결된 경우도 있었다. 

전기자전거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중심에 설 수는 없을까?
필자가 초등학교 때 50원을 내면 1시간을 빌려 타던 대여 자전거가 있었다. 70년대에 초등학생이 자전거를 소유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자전거를 배우고 나면 당시 집안의 자가용이던 아버지 자전거를 몰래 타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6년을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당시에는 상당히 많은 학생이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중고교 시절 나의 발이 되어 통학과 여행을 함께 해준 국산 자전거들이 있었다. 60~80년대 한국은 세계적인 자전거 생산기지였다. 80년대까지 국내 자전거 시장은 활황이었다. 완성차와 상당수의 부품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그만큼 수요도 많았고 자전거 이용자들이 많았으며 수출도 잘 되었다. 도심의 경우 곳곳에 자전거 수리점이 있어 펑크나 수리에 문제가 없었다. 그 많았던 국내 ‘자전거포’들은 어디로 갔을까?
국내 자전거 부품업체 수는 1980년대 70여개에서 2007년 3개로 줄어들었다. 인건비가 비싼 국내에서 저가형 자전거를 생산하는 의미가 없어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전거 산업은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도로의 주인은 자전거나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되었다. 자전거 공장은 문을 닫거나 중국으로 옮겨갔고 자전거 부품업체들은 자동차 부품회사로 업종 변경을 해나갔다. 정부 정책도 자동차 쪽으로 가닥을 잡아서 도로를 차에게 내주고 자전거는 본연의 목적이었던 도로를 달리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레저나 운동기구로 용도변경 되었다. 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경우는 아니었다. 자동차가 주력이 되는 산업화로 유럽에서도 먼저 겪었던 일들이다.
국내의 도로 여건과 기후조건은 운송수단으로 자전거 타기에는 좋은 조건은 아니다. 전세계 고급자전거 생산기지가 된 대만의 출근 시간에는 자전거보다 스쿠터가 더 많다. 이유는 산악지형이라 자전거 타기에 열악한 도로 환경 때문이다. 국내도 교통수단이나 배달 등 영업용으로는 자전거보다 스쿠터가 대세다. 그런데 최근 일반 자전거의 약점을 보완하고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전기자전거가 엔진 스쿠터와 일반 자전거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상하이 바이크쇼 바팡 부스
유로바이크 바팡 부스

 

전기자전거의 메카가 된 중국  
1990년대 후반까지 전기자전거 기반이 없던 중국이 2000년대에 세계 전기자전거 산업의 선두가 된 것은 환경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대기오염과 소음공해의 주범인 내연기관 스쿠터 방출 정책을 펴고 전기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를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전거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주고 대도시에서 내연기관 스쿠터의 등록을 제한하기까지 했다. 전기자전거와 전기 스쿠터는 정부 지원까지 받는 엄청난 내수시장 덕분에 급성장한 중국은 전세계 스마트모빌리티의 선진국이 되었다. 적어도 자전거(전동자전거 포함)와 자전거 정책면에서는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선진국이다.
자전거 활용빈도가 높은 유럽도 교통수단으로서 전기자전거의 뛰어난 효용 가치를 알고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전기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 되고 있다. 중국의 자전거 모터 전문업체 바팡의 경우 2017년 생산량의 60% 이상을 유럽에 수출했다.
필자가 8년(2011년~2018년)간 빠짐없이 지켜본 바팡의 해외 바이크 쇼 부스 사진을 보면 바팡의 발전사는 전세계 전기자전거 발전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처음 바팡을 만난 것은 2011년 상하이 바이크쇼였다. 당시 필자는 바팡 허브 모터 사용자였고 그들만의 노하우로 상당히 잘 만든 제품으로 마니아들 사이에 저렴한 가격과 내구성, 정직한 파워로 인정받고 있어서 상당히 큰 규모의 회사인 줄 알았다. 상하이쇼에서 메인이 아닌 사이드에 자리잡은 2칸(3×6m)짜리 조그만 부스에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당시만 해도 전기자전거는 상하이쇼에서도 메인이 아닌 아웃사이더였다. 8년간 필자가 지켜본 바팡의 변화하는 해외 바이크쇼 부스 사진은 중국 전기자전거 시장은 물론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의 트렌드와 규모를 읽을 수 있다.
2013년 전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의 트렌드였던 중앙구동(크랭크구동) 방식인 센터드라이브 제품을 바팡에서도 내놓았다. 이후 세계시장에서 기존의 자전거에 중앙구동 모터를 장착하는 키트 중에는 최고의 가성비와 판매량을 자랑하는 제품이 되었다. 2016년 유로바이크에서 바팡은 메이저급 브랜드가 있는 전시관으로 부스를 옮겼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적인 미래 이동수단으로 전기자전거가 주목받고 있다. 200년 자전거 역사 중에 전기자전거의 등장은 가장 큰 변곡점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전기자전거의 가장 핵심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세계최고 수준의  신뢰도와 가성비를 갖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어떻게 보면 뜨거워지는 전기자전거 시장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이미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한때 잘나가던 자전거시장에서 멀어진 것과는 달리 이제는 기업과 정부, 국민이 힘을 모아 전기자전거 만큼은 양다리로 든든하게 세계시장의 중심에 서기를 바래본다. 

 

중국 난징시 퇴근시간
2012 난징시 KFC 배달용 전기자전거

 

전기자전거 입문은 ‘신세계’
필자에게도 오래전 전기자전거를 처음 경험해보고 그 즐거움에 잠 못 이루고 새벽에 홀로 라이딩을 즐기던 초보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전기자전거를 처음 경험하는 라이더에게 새벽 솔로 라이딩 경험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말로 필자처럼 가족 몰래 새벽에 일어나 라이딩 나가는 초보 전동라이더들이 많이 있었다. 그만큼 몰랐던 신세계의 즐거움이 함께 하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매력이다.
자전거만큼 자연과 함께하면서 즐거운 어른들의 장난감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자전거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건강하지 못해서, 나이가 들어서, 연골이 손상되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라이딩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을 과학의 힘으로 극복한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그 이상의 또 다른 신세계를 열어준다. 전기자전거는 나이와 체력, 환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모터와 배터리가 모자람을 채우거나 더 익스트림한 라이딩을 위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자는 전기자전거 입문을 신세계 입성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전기자전거를 처음 경험하고 나면 필자의 ‘신세계’라는 표현에 대부분 공감하게 된다. 전기자전거는 단순한 운동이나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즐거움이 함께 한다. 이 즐거운 신세계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100세 이상도 누릴 수 있다.

 

배터리 방전테스트를 즐기는 필자
중국의 뒷골목 자전거 셀프펑크 수리점(물통에 자진 납세)
2014년 타이베이 사이클 쇼 삼성SDI 부스
93세에도 매일 전기자전거로 라이딩을 즐기는 김돈기 님
2013 상하이 바이크쇼. 필자가 지켜본 것만 3년째인, 스폰서를 찾고 있는 발명가
2018 유로바이크에서 유럽인들의 여유

 


연재를 마치며…
2016년 7월 의욕적으로 칼럼을 시작했지만 횟수가 길어지면서 소재의 빈곤으로 주제를 정하고 나면 원고 내용은 늘 머릿속에서 맴돌고 실제로 마감 날까지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늘 미리 준비하던 좋았던 습관도 오랜 기고에는 소용이 없었다. 원고 마감 후 보름 동안 뭘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뒤늦게 집필을 시작해 마감을 못 하고 있을 때 여지없이 날아오는 편집장의 독촉문자에 밤새워 원고를 마감하게 된다. 이제 기고를 멈춰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내년에는 이슈가 될 만한 전기자전거 이야기나 전기자전거와 함께하는 영상수필 형태의 이야기를 가볍게 쓰고 싶다. 그동안 적어온 많은 이야기 중에 오류나 수정사항이 나올 수 있고 신제품이나 트렌드의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주제넘게 예측했던 미래의 상황들은 빗나갈 수도 있기에 자전거생활에 ‘예스맨의 이바이크 스토리’라는 소통의 장은 열어두게 될 것이다.
전기자전거 내용 중에 글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는 ‘YESMAN'S E-BIKE STORY’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 스토리를 준비 중이다.
칼럼을 시작할 때 1년 정도 연재를 계획했는데 어느덧 3년 30편으로 책 한권 분량이 되었다. 필자의 버킷리스트 중에 책 한권 내기가 있었다. 사진을 전공한 필자는 사진집이 아니라 전기자전거 가이드북을 내놓게 될 것 같다.
그동안 이 칼럼을 읽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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